“아파트 대출금 갚으려고 남은 목숨을”...세계 2위 등극 넷플릭스 ‘패러다이스’ [리뷰]
‘남은 수명을 사고 파는 세상’이란 상상력에 기반한 디스토피아 영화 ‘패러다이스’를 살펴봤다.
공학자 ‘타이센’은 남은 수명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타이센은 공개적으로 질문을 던진다.
‘35세에 죽은 모차르트가 80세까지 살았다면? 아인슈타인이 120세까지 생존했다면? 마리 퀴리는? 프리드리히 실러는? 그렇다면 지금 우리 인류는 어떤 모습일까?’
하지만 수명이 재화가 된 시스템의 심층에는 ‘가진 거라곤 오직 젊음밖에 없는’ 하층 인류가 자리한다. 체류 비자를 받으려는 난민도 학자금 대출을 받으려는 대학생도 목숨을 걸지 않으면 꿈을 현실화할 수가 없다.
어느 날, 막스가 거주하던 고층 아파트가 전소된다. 막스의 아내 엘레나는 남편도 모르게 아파트 대출 2차 담보로 수명을 계약해놓은 상태였다.
엘레나는 수술대에서 ‘수명 40년 이식’을 강제집행 당한다. 막스는 빼앗겨버린 아내의 삶을 원위치시키려 한다. 윤리도 법도 필요 없다. 수명 이식 기술에 반대하는 반체제 그룹 ‘아담’이 이 사건에 개입하면서 사건이 점점 꼬여간다.
‘패러다이스’는 시간의 의미를 영화 중심부에 두면서 빈부 불평등, 아파트 소유욕, 무국적 난민 등 이슈를 응축했다. ‘한 사람의 수명이 타인의 수명을 이식받아 연장될 수 있다’는 발상은 불평등한 세계를 은유한다.
가령 상위 0.001% 부유층은 너도나도 기후변화 기술에 거금을 투자한다.
순식간에 40년을 빼앗긴 엘레나와 주인공 막스가 체념과 낙심을 지나 악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점도 이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이다. 생존을 위해서라면 인간은 어떠한 악인이 된다.
더러 단점도 눈에 띈다. 당초 임신한 엘레나가 검진 없이 에온에서 강제집행 당한다는 점도 비현실적이다. 노벨상 수상자들이 비판없이 수명을 공여받는다는 점은 개연성이 부족하다.
하지만 영화는 내내 시간의 소중함, 인간의 한계를 사유하게 만든다. 해변에 선 엘레나의 마지막 장면은 인간 삶의 조건을 일러준다. ‘커피 1잔 4분, 권총 1정 3년’ 등 모든 비용이 수명으로 계산되는 세계를 그린 2011년 영화 ‘인 타임’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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