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고립으로 '외롭고 젊은 늑대' 늘었다... "정신질환 관리 강화해야"
"고립된 사람 느는 사회의 부작용"
"일본도 자살률 피크 후 테러 70건"
수년간 지속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젊고 외로운 늑대'가 증가하면서 흉기 난동 사건처럼 시민 대상 무차별 테러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자살률 정점 2000년대 중반 일본, 테러 70여 건 발생"
백종우 경희대 의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살인 예고글을 쓴) 피의자 중 20~30대와 청소년이 많았다"며 "코로나 시기 청소년·청년이 정신건강 측면에서 피해가 제일 컸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와 연결되면 갸우뚱할 수 있는데 코로나로 인한 첫 번째 파도는 코로나 자체 사망이고, 두 번째가 의료시스템 과부하로 인한 사망, 세 번째가 의료서비스 접근성의 저하로 인한 사망"이라며 "네 번째가 코로나는 지났는데 그동안 축적된 문제인 정신건강, 자살, 소진, 경제적 어려움이 폭발하는 걸 (이번 사건들이) 경고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백 교수는 코로나19에 따른 단절이 사회적 기반과 경제력이 약한 젊은 층에 더 큰 피해를 줬다고 봤다. 그는 "이런 재난이 왔을 때는 새로 시작해야 하거나 자원이 없는 사람들이 더 큰 타격을 받는다"며 "젊은 층이 더 타격을 받고 더 고립되고 어디선가 분노나 또는 절망을 감추고 있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가 작년에 어떤 대학생의 자살 사망 이후 학생들을 만나다 깜짝 놀랐는데, 이 친구를 1년간 만난 학생을 한 명도 발견하지 못했다. 고립된 학생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고립된 젊은 층이 사회적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백 교수는 "혈연, 지연, 학연으로 인한 연결이 약화되고 1인 가구가 정말 많아졌는데, 어딘가에서 고립되고 절망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사회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이 아닌가(싶다)"고 말했다.
해외도 비슷한 추세다. 백 교수는 "실제 '외로운 늑대'로 불리는 가해자들이 온라인에 (살인 등을) 예고하는 것들은 해외에서도 많이 보고됐고, 젊은 세대가 많다. 심각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일본에서도 2000년대 중반 자살률이 피크(정점)였고 곧이어 아키하바라 사건 등 비슷한 70여 건의 테러사건이 일어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키하바라 사건은 2008년 6월 일본 도쿄 아키하바라에서 가토 도모히로(당시 26세)가 2톤 트럭으로 보행자들을 들이받은 후 차에서 내려 칼로 행인들과 경찰을 찔러 7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친 사건이다. 가토는 범행 전 온라인에 범행을 예고했다. 이 사건은 일본 역대 최악의 무차별 테러 참사로 꼽힌다. 백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하고 있는 이번 사건들을) 고립된 위험한 개인으로 분석하는 시각이 있고, 이제는 우리도 위협받고 있구나라는 느낌도 든다"고 말했다.
"해외는 이웃이 신고하면 정신 진단·치료 받아야"
백 교수는 국내 정신질환자 관리체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정신과에 오는 대부분은 스스로 알아서 온다. 문제는 본인이 강력하게 반대하거나 가족이 설득할 수 없거나 가족조차 없는 분들 중에 자·타해 우려가 있는 사람이 있는 것"이라며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이 2017년부터 시행되면서 인권을 위해 입원을 좀 더 까다롭게 한 것은 맞는 방향일 수 있는데, 여기에 대한 대책이 굉장히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또 "경찰이나 정신복지센터에서도 위험이 크다고 해도 무슨 행동이 일어나기 전에는 제대로 개입을 못한다"고 말했다.
반면 해외에서는 정신질환자 진단과 치료에 국가가 적극 개입한다. 백 교수는 "사법입원제(미국 독일 프랑스)나 정신건강심판원(호주 영국)을 운영하는 나라는 이웃이나 가족이 신고하면 일단 국가가 진단받도록 한다"며 "경증이면 알아서 하도록 하고, 우려가 있으면 외래치료 지원제도, 외래치료 명령제라고도 부르는 제도로 치료를 꼭 받게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신질환자를 강제 입원시키는 방안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이번 경기 성남시 서현역에서 흉기 난동을 벌인 최원종(22)씨에 대해 "피해망상과의 관련성은 있다고 본다"면서 "정신질환으로 인한 사고가 났을 때 '정신질환자는 위험하니까 다 가둬야 된다'는 접근은 경계해야 된다"고 말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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