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피함은 왜 주민들 몫인가”···전북도민들, 잼버리 파행에 ‘속앓이’
실상은 준비부족으로 국제적 망신만
주민들 “지역 이미지 나빠져” 분통
“새만금에서 잼버리가 개최되면 관광객이 몰려와 지역경제가 살아난다더니 망신살만 뻗치고 이게 뭡니까.”
8일 전북 부안군 부안읍에서 만난 주민 A씨(50)는 “경제 특수는커녕 지역 이미지만 나빠지고 있다”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한여름 땡볕이 내리쬐는 뻘밭에서 행사하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능력 없는 정부와 조직위원회의 준비 부족으로 인한 비난을 왜 주민들이 들어야 하냐”고 했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가한 대원들이 이날 야영지를 떠나면서 행사가 열렸던 전북지역 주민들이 대회가 파행된 데 대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새만금 잼버리는 대회 초기부터 정부와 전북도, 조직위원회의 준비 부족이 드러나면서 큰 비판을 받았다.
2018년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를 유치한 이후 전북도와 정부는 그동안 지역에 미치는 경제효과가 6조8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전 세계 청소년들이 한국을 찾으면서 “한국 문화를 알리고 국격을 높이는 기회”라고도 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새만금 잼버리가 파행으로 치달으면서 오히려 국격과 전북에 대한 이미지만 나빠졌다고 밝혔다.
새만금 잼버리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는 B씨는 “참가한 청소년들에 간식 등을 나눠줬는데 부끄럽고 창피해서 얼굴을 보기가 힘들 정도였다”라면서 “열악한 환경에 자식 같은 아이들을 내몬 것 같아 화가 났다”라고 말했다.
새만금 잼버리 파행을 두고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책임 공방에 대해서도 전북 도민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행태”라는 반응이었다.
C씨(43)는 “국민 입장에서는 문재인 정부에 더 책임이 있는지, 윤석열 정부에 더 책임이 있는지 등은 중요하지 않다”라면서 “명확한 사실은 정부가 주관한 행사가 준비 부족으로 국제적인 망신을 샀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와 지자체의 무능으로 빚어진 사태에 왜 국민들이 부끄러워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지방의회에서도 막무가내 국제 행사 유치에 대한 쓴소리도 나왔다. 부안이 지역구인 김정기 전북도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에 “그동안 우리 지역에서 열리는 잼버리에 대해 최대한 비판을 자제하고 마지막 유종의 미라도 거두려 노력했으나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마주했다”라며 “뭐라 말하기도 힘든 좌절을 느꼈다”라고 썼다.
김 의원은 특히 “태풍 ‘카눈’은 전북을 지나 수도권과 서울을 관통하는 경로다”면서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개최지를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대원들을 철수시키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새만금 잼버리를 개최하는 데에는 국비와 지방비를 포함해 모두 117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김창효 선임기자 c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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