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몇 년 전에 봤던 류현진이다"...체인지업 살아나자 4이닝 노히트

김지섭 2023. 8. 8.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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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블랜드 상대로 4이닝 무피안타 무실점
MLB 통산 900탈삼진... 박찬호 이은 두번째
타자 강습 타구에 무릎 맞는 불운에 강판
무릎 타박상..."큰 문제 없다" 안도
토론토 류현진이 8일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와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복귀 후 두 번째 경기에서 단 1개의 안타를 허용하지 않는 노히트 투구를 펼쳤던 류현진은 4회 2사 후 상대 타자의 강습 타구에 무릎을 맞는 불운을 겪어 조기 강판했다. 클리블랜드=AFP 연합뉴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6·토론토)이 메이저리그 복귀 2경기 만에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토미존 서저리) 이전의 구위를 되찾았다. 직구 평균 구속은 시속 88.4마일(약 142㎞)에 불과했지만 제구가 정교했다.

특히 주무기 체인지업의 위력이 살아나면서 4이닝 동안 단 1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는 '노히트 투구'를 했다. 탈삼진은 2개를 곁들였다. 다만 경기 중 상대 타자의 타구에 무릎을 맞는 불운으로 일찍 강판한 게 두고두고 아쉽다. 불행 중 다행은 큰 부상이 아니라 다음 등판에 지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은 8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와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무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4회말 1사 후 상대 안드레스 히메네스에게 볼넷을 내주기 전까지는 10타자 연속 범타 처리하며 퍼펙트 행진을 이어가기도 했다.

이날 류현진의 투구는 완벽했다. 지난 2일 426일 만의 복귀전에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1위 볼티모어를 상대로 초반에 고전했던 모습과 달리 1회말에 공 12개로 세 타자를 깔끔하게 처리했다. 1사 후 2번 안드레스 히메네스의 유격수 땅볼 때 처음 1루심이 세이프를 선언해 내야 안타로 기록됐다가 토론토 벤치의 비디오 판독 요청을 통해 아웃으로 정정됐다.

2회말에도 첫 두 타자를 외야 뜬공으로 잡은 류현진은 6번 가브리엘 아리아스에게 아껴뒀던 체인지업을 꺼냈다. 볼 카운트 1볼에서 내리 체인지업 3개를 던져 3번의 헛스윙을 유도했다. 이 삼진으로 메이저리그 통산 900탈삼진을 달성했다. 한국인 투수로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1,715개)에 이어 두 번째로 달성한 대기록이다.

타구에 맞은 류현진이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클리블랜드=AFP 연합뉴스

3회말 역시 세 타자를 깔끔하게 막은 류현진은 4회말에 불운을 겪었다. 1사 후 히메네스와 풀카운트 승부에서 던진 6구째 컷패스트볼이 스트라이크 존에 걸치는 듯 했지만 볼로 판정되며 퍼펙트가 깨졌다. 2사 1루에선 4번 오스카 곤잘레스의 강습 타구에 무릎을 맞고 떨어진 공을 1루에 던져 아웃시키는 투혼을 발휘했지만 이내 그라운드에 쓰러져 한참 동안 고통스러워했다. 다행히 스스로 걸어 마운드를 내려갔지만 5회말 마운드에는 결국 오르지 못했다.

0-0에서 투구를 마친 류현진은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고, 이날 투구 수는 52개에 불과했다. 첫 등판에서 5이닝 4실점으로 부진해 7.20을 찍었던 평균자책점은 4.00으로 내려갔다.

1년 1개월가량 긴 재활을 거쳐 힘들게 빅리그로 돌아온 류현진의 예상치 못한 부상에 현지 언론도 안타까워했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MLB닷컴은 "팔꿈치 수술로 13개월 넘게 회복 기간을 가진 뒤 두 번째로 선발 등판한 류현진에게는 너무 잔인한 타이밍"이라고 했고, 캐나다 스포츠넷도 "류현진이 고통에 몸부림치며 그라운드에 누워있는 모습을 보는 건 받아들이기 힘든 광경이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큰 부상은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론토 구단은 "류현진이 오른쪽 무릎 타박상으로 교체됐다"고 밝혔다. 류현진도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공에 무릎을 맞아서 부기가 생겼다"며 "뛰거나 경기하는 데 문제 있는 수준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한 류현진을 마운드에서 부축했던 존 슈나이더 토론토 감독은 "류현진의 굵은 종아리를 보며 농담을 하는데 지금 오른쪽 다리에 종아리가 2개 있다"고 농담을 던지며 안도했다.

무릎 타박상 여파로 다음 등판 일정은 아직 알 수 없지만 체인지업의 위력이 살아난 류현진은 여전히 리그 정상급 투수라는 걸 알렸다. 슈나이더 감독은 이날 투구에 대해 "우리가 몇 년 전에 본 류현진이었다"고 반색했다. 류현진도 "두 번째 경기는 지난 경기보다 제구가 훨씬 좋았다"며 "특히 체인지업이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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