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룟값 폭등했지만…" 원유가 협상서 한발 양보한 낙농가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생산비 상승분 60~90%만 반영

[서울=뉴시스]주동일 기자 = 낙농가와 유업계가 지난 7월 27일 '용도별 원유 기본가격 조정 협상 소위원회' 제11차 회의를 통해 올해 원유기본가격을 ℓ당 음용유(흰우유) 88원, 가공유 87원 각각 인상키로 합의했다.

낙농업계는 최근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2년간 많은 농가가 ▲사료 가격 ▲각종 기자재 ▲장비 비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줄줄이 폐업을 맞고 있다. 가장 큰 위기 요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생산비 증가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젖소용 배합사료 가격은 2021년 대비 2022년 22.9% 올랐고, 연간 마리당 평균 순수익은 37.2% 감소한 152만9000원이었다.

특히 전체 낙농가의 약 40%를 차지하는 소규모 낙농가(사육두수 50두 미만)는 2022년 마리당 연간 순수익이 99.9%나 감소했다. 액수로 환산하면 1000원으로 사실상 제로(0)에 가깝다.

올해부터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시행되면서 낙농가의 어려움은 더 커질 전망이다.

용도별 차등가격제는 소비시장 상황과 생산비를 함께 고려해 원유가격을 정하는 제도다. 이 제도를 도입하면 우유 소비시장이 급격히 나빠질 경우 생산비가 상승하더라도 원유가격을 낮출 수 있다.

단, 올해는 2021년 대비 2022년 소비시장에 큰 변화가 없어 생산비 상승분의 60~90%만 원유가격에 반영해 ℓ당 69~104원 범위에서 협상을 진행했다. 협상 끝에 이 범위 안에서 음용유 가격을 ℓ당 88원 올리기로 했다.

낙농업계 관계자는 "작년이었다면 낙농가 생산비 변동분의 90~110%를 반영해 원유가격을 ℓ당 104~127원으로 올려야하지만, 올해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로 인해 생산비 반영률이 훨씬 낮아졌다"고 전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해외와 달리 생산비가 1년 늦게 원유가격에 반영된다. 해외는 생산비나 소비 상황 등을 원유가격에 신속하게 반영한다. 미국과 유럽은 작년도 원유가격이 55%, 37% 상승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작년에 상승한 생산비를 올해 원유가격에 반영한다.

농가가 1년 이상 상승분을 감내한 점을 고려했을 때 인상폭 88원이 그리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낙농가가 유업계의 어려움을 감안해 이 같은 인상안에 합의한 셈이다.

일각에선 "우유가 남아돈다"며 가격을 인상할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유업계에선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공산품과 달리 젖소에서 우유를 얻는 낙농업의 특성상 단기적인 생산조절이 불가피해 낙농가는 농가별 '쿼터(생산량 단위)'를 정해 계획 생산 방식으로 우유를 공급한다. 지난해 전국 낙농가 쿼터는 220만t이었지만 원유 생산량은 198만t에 그쳤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젖소관측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원유생산량은 48만3000t으로 나타났다. 전년동기(49만8000t) 대비 3% 감소하며 올해도 생산량 감소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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