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소진하려다… 육군, '성능 미달' 방탄 장비 납품

김경준 2023. 8. 8.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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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이 예산을 소진하기 위해 서둘러 방탄 장비를 납품받으면서 품질검사 결과도 허위로 작성해 성능이 떨어지는 장비가 장병들에게 지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감사원에 따르면, 육군본부는 2021년 12월 방탄헬멧을 시급하게 보급할 필요가 없었음에도 예산을 소진하기 위해 '선납품 후검사(선납후검)'를 추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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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제품 충격흡수력 측정값 적용 '공문서 위조'
2019년 6월 20일 인천 국제평화지원단 사격장에서 워리어플랫폼을 착용한 한빛부대 11진 장병들이 사격훈련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해당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뉴스1

군 당국이 예산을 소진하기 위해 서둘러 방탄 장비를 납품받으면서 품질검사 결과도 허위로 작성해 성능이 떨어지는 장비가 장병들에게 지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감사원에 따르면, 육군본부는 2021년 12월 방탄헬멧을 시급하게 보급할 필요가 없었음에도 예산을 소진하기 위해 '선납품 후검사(선납후검)'를 추진했다. 선납후검은 국가재난,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적인 경우와 군의 긴급한 소요에 해당할 경우 승인된다. 하지만 육군본부는 연내 사업 완료를 위해, 방위사업청에 해외파병부대를 전담하는 국제평화지원단 보급을 위해 필요하다는 이유로 선납후검을 추진했다. 전체의 7%에 불과한 수량이었지만, 방위사업청은 필요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육군 의견대로 선납후검을 승인했다.

이는 부실 장비 지급으로 이어졌다. 육군군수사령부는 선납후검이 이뤄질 수 있도록 품질검사 결과를 허위로 작성했다. 방탄헬멧에 요구되는 주요 성능 중 충격흡수력 기준이 있는데, 군수사 A과장은 완제품의 품질검사 과정에서 이 측정값이 빠진 것을 확인했다. 규정대로라면 계약업체에 재시험 요구 등 시정조치를 취해야 했지만, A과장은 재시험 대신 시제품의 측정값을 양산품 측정값인 것처럼 조작해 '적합' 판정을 내렸다.

방탄헬멧의 충격흡수력은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 등에서 중요성이 확인된 성능이다. 미군 연구에 따르면 두 전쟁에서 머리에 손상을 입은 병사들의 대부분은 총상이 아니라 폭탄이 터질 때 장갑차 안에서 내부 구조물에 머리를 부딪치는 등 머리에 강력한 충격을 받은 경우였다. 2018년 UAE에 파병된 아크부대에 지급된 방탄헬멧이 지상 1m 높이에서 떨어져 파손되는 하자가 발생한 것도 충격흡수력을 꼼꼼히 따져야 할 배경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 당국은 예산을 연내에 소진하기 위해 품질검사에 소홀했고, 그 결과로 장병들은 부실한 방탄장비를 지급받은 셈이었다. 감사원이 당시 보급된 방탄헬멧의 충격흡수력 측정을 미국 방탄성능 시험기관인 NTS에 의뢰한 결과, 요구 성능에 미달하는 제품들이 발견됐다.

감사원은 육군군수사령관에게 품질검사 공문서를 허위로 작성한 담당자에게 정직의 중징계를 내릴 것을 요구하고, 육군참모총장과 방사청에는 선납후검 추진과 승인 업무를 기준에 맞게 진행토록 주의를 요구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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