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쓰면 '의심의 눈길'…'묻지마 범죄' 공포, 팬데믹 부채질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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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모(34)씨는 며칠 전 새벽 출근길에 검은 마스크를 쓴 채 큰 운동 가방을 맨 남성을 보고 잠이 확 깼다.
배씨는 "평소에는 졸기 일쑤지만 요즘 '묻지마 범죄'가 많이 발생하다 보니 마스크를 쓰거나 겉모습이 조금이라도 이상해 보이면 경계하게 된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노(no)마스크'로 상징되는 방역 대책 완화에 무더위로 인한 실내 생활 증가, 여름휴가 등이 겹치며 코로나19 확진자가 이달 중순쯤 하루 최대 7만 6000명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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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의 신의료인]
배모(34)씨는 며칠 전 새벽 출근길에 검은 마스크를 쓴 채 큰 운동 가방을 맨 남성을 보고 잠이 확 깼다. 배씨는 "평소에는 졸기 일쑤지만 요즘 '묻지마 범죄'가 많이 발생하다 보니 마스크를 쓰거나 겉모습이 조금이라도 이상해 보이면 경계하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 신림역, 경기 성남 서현역 등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마스크 포비아'(공포증)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미국과 유럽 등 서양에서는 범죄자처럼 보인다는 이유로 마스크 착용을 꺼리다 감염이 번졌는데 우리나라에도 동일한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8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일주일간 일평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5만 388명으로 집계됐다. 직전 주(4만 5524명)보다 10%가량 늘면서 6주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2일 신규 확진자는 6만4155명으로 지난 1월 10일(6만19명) 이후 처음으로 6만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방역당국은 '노(no)마스크'로 상징되는 방역 대책 완화에 무더위로 인한 실내 생활 증가, 여름휴가 등이 겹치며 코로나19 확진자가 이달 중순쯤 하루 최대 7만 6000명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묻지마 범죄'로 사회적 불안감이 커지면서 개인 방역의 핵심인 마스크 착용을 꺼리는 분위기가 감지돼 방역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이모(36)씨는 최근 코로나19에 확진됐지만 별다른 증상이 없어 다음날부터 똑같이 직장에 출퇴근하고 있다. 회사는 "아프면 집에서 쉬라"고 '권고'하지만 이미 3번째 감염이라 기침·발열 등 감기 증상이 없고 아프지도 않다. 하지만, 감염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쓰는 건 꽤 불편하다고 이씨는 말한다. 그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으면 버스나 사무실에서 따가운 시선이 쏟아진다"라며 "날이 더워 다들 마스크를 벗는데 나만 쓰는 게 감염을 '인증'하는 것 같아 눈치도 보인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여전히 마스크 착용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방대본은 "마스크 착용은 감염병 예방의 가장 기본적인 수단으로 특히 밀접·밀집·밀폐 등 '3밀' 환경에서는 마스크 자율 착용을 적극적으로 권고한다"면서 "60세 이상 고령자나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은 감염 시 중증화 우려가 높은 만큼 자신의 건강 보호를 위해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등 개인 방역 수칙을 꼭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방역당국은 최근 감염병 유행 상황을 감안해 이달 코로나19 법정 감염병 등급을 4급으로 전환하는 등 위기 단계 조정 로드맵 2단계를 시행해도 원안과 달리 병원·요양병원의 마스크 착용 의무를 당분간 유지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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