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세먼지 늘면 항생제 내성도 증가…“4만명 조기 사망”

신기섭 2023. 8. 8.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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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 중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연간 10% 증가하면 항생제 내성이 1.1% 늘어나면서 전세계에서 4만명 이상이 조기 사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7일(현지시각) 공개됐다.

중국 저장대학과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연구진은 이날 전세계 116개 국가의 2000~2018년 자료 1150만건을 분석해 초미세먼지와 항생제 내성의 관계를 찾은 논문을 학술지 '랜싯 플래니터리 헬스'를 통해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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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영국 연구진 “오염 10% 심해지면 내성 1.1% 늘어”
캐나다에서 발생한 산불 탓에 하늘이 노랗게 변한 미국 뉴욕 거리를 사람들이 마스크를 쓴 채 지나고 있다. 뉴욕/신화 연합뉴스

대기 중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연간 10% 증가하면 항생제 내성이 1.1% 늘어나면서 전세계에서 4만명 이상이 조기 사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7일(현지시각) 공개됐다.

중국 저장대학과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연구진은 이날 전세계 116개 국가의 2000~2018년 자료 1150만건을 분석해 초미세먼지와 항생제 내성의 관계를 찾은 논문을 학술지 ‘랜싯 플래니터리 헬스’를 통해 발표했다. 연구진은 “우리의 분석 결과는 대기 오염 정도가 항생제 내성 증가 위험과 연결되어 있다는 강력한 증거를 제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이 분석에 활용한 대기 자료에는 9가지의 병원체와 43가지의 항생물질이 포함되어 있었다.

연구진은 초미세먼지 속의 항생물질이 유발하는 항생제 내성 탓에 2018년에만 전세계에서 48만명이 조기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2050년까지 초미세먼지를 세계보건기구의 권고치인 1㎥당 5마이크로그램 수준으로 낮출 수 있으면 항생제 내성이 16.8% 줄고 항생제 내성에 따른 조기 사망도 23.4%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전세계 범위에서 초미세먼지와 항생제 내성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전세계 대기 중 항생물질을 조사한 연구들은 있었지만, 초미세먼지와 항생제 내성의 관계를 연구한 경우는 없었다”고 밝혔다.

항생제 내성은 질병 치료에 잘 듣던 항생제가 효과를 발휘하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항생제에 내성을 지닌 세균이 등장해 항생제의 작용을 억제하거나 인체 세포 밖으로 항생제를 배출시키곤 한다. 항생제 내성 발생의 주요 요인은 무분별한 항생제 남용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항생제 내성을 건강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으로 보고 내성 감시 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폐렴 등을 일으키는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 등 6종의 내성균을 위험성이 큰 내성균으로 지정해 감시하고 있다.

초미세먼지는 도로 교통, 산업 생산, 석탄이나 나무를 태우는 과정 등에서 주로 발생하며, 전세계적으로 73억명이 건강에 위해한 수준의 초미세먼지에 노출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연구진은 대기 오염과 항생제 내성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따지지는 않았지만, 초미세먼지 속에 포함된 항생제 내성 물질이 인체로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항생제 내성을 유발하는 물질들은 축산 농가, 병원, 제약 회사 등의 공장에서 대기로 퍼졌을 것으로 연구진은 봤다.

논문은 대기 중 초미세먼지와 항생제 내성의 관계가 두드러진 지역으로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 중동과 아프리카 북부 지역을 꼽았다. 유럽,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남부, 미국 등은 둘의 관계가 상대적으로 약했다. 또,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질 경우 항생제 내성이 커질 위험이 특히 높은 지역으로 사우디, 인도, 파키스탄, 중국 등을 꼽았다.

연구를 이끈 저장대학의 천홍 교수(환경공학)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항생제 내성과 대기 오염은 그 자체로 건강을 위협하는 것들이지만 지금까지는 둘의 관계가 분명하지 않았다”며 “이번 연구는 대기 오염을 줄이는 게 그 자체로 이로울 뿐 아니라 항생제 내성 억제에도 효과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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