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조 투자 日, mRNA 백신 개발…더 벌어진 한일 보건안보 격차

이창섭 기자 2023. 8. 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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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초의 mRNA 코로나19 백신 탄생
변이 대응 뛰어난 mRNA 플랫폼, 보건안보 강력한 무기
1조5000억원 투자한 일본, 한국은 예산 집행도 제대로 못해

"코로나19(COVID-19) 백신 개발 첫해에만 미국에서 110만명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2000만명의 사망을 예방할 수 있었습니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산업정책본부장은 일본 최초의 코로나19 mRNA(메신저리보핵산) 백신 탄생을 두고 이렇게 평가했다. 미국이 화이자·모더나 백신으로 수천만 명의 목숨을 구했듯, 일본도 이제 그런 능력을 갖추게 됐다. 백신 개발에 배정된 예산도 다 집행못하는 한국과의 보건안보 격차가 더 벌어진 셈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다이이찌산쿄는 최근 자사의 코로나19 mRNA 백신 '다이치로나'를 일본 후생노동성으로부터 승인받았다. 지난 1월 승인 신청을 한 이후 7개월 만이다. 다이치로나는 일본 기업이 개발한, 일본 최초의 mRNA 백신이다.

다이이찌산쿄는 본래 항암제로 유명한 제약사다. 유방암 치료의 지각변동을 일으킨 신약 '엔허투'를 개발한 곳이기도 하다. 이번에 다이치로나를 개발하면서 mRNA 백신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다이치로나는 5000명 이상이 참여한 임상 시험에서 화이자·모더나의 부스터샷 백신보다 더 높은 수준의 중화항체를 생성했다.

일본 최초의 mRNA 백신이지만 한계는 있다. 우선 화이자·모더나의 mRNA 백신보다 개발이 늦은 게 사실이다. 2020년 12월2일 화이자의 코로나19 mRNA 백신이 전 세계 최초로 허가받았으니 약 2년 8개월 뒤처진 셈이다.

게다가 다이치로나는 코로나19 오리지널 균주를 기반으로 개발된 백신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오미크론 하위 변이인 XBB 계열에는 효과가 떨어진다. 일본 정부도 올해 동절기 백신 접종에서 국산 mRNA 백신 다이치로나가 아닌 화이자와 모더나 제품을 사용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일본이 mRNA 플랫폼을 활용해 백신을 개발한 건 의미가 있다. 오 본부장은 "영국의학저널(BMJ)에 따르면, 팬데믹에서 가장 큰 공중 보건 성공은 코로나19 mRNA 백신 개발이었다"며 "mRNA 플랫폼 기술로 코로나19 백신을 성공적으로 개발한 경험은 이후 다양한 변이주는 물론 또 다른 팬데믹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한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플루엔자를 비롯해 암 등 다양한 질환의 백신 개발로도 이어질 수 있어 보건 안보 차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성과이다"고 덧붙였다.

다이이찌산쿄는 XBB 계열 변이를 표적하는 백신도 연구 중이다. 올해 말까지 개발을 끝내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또 회사는 일본 최초의 mRNA 백신 공장도 건설 중이다. 2024년까지 연간 2000만회분의 생산 용량을 갖출 예정이다.

일본 최초의 mRNA 백신 탄생 배경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지원이 있다. 일본 정부는 2021년 6월 국가 백신 개발 및 생산 전략을 채택했다. 5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1700억엔, 약 1조5000억원을 투자했다.

미국은 코로나19 mRNA 백신 개발에 319억달러를 투자했다. 대부분이 백신 구매 비용이고 임상 지원액은 23억달러(약 3조원)다. 미국 정부 투자액과 비교하면 일본의 재정 지원도 결코 적은 수준이 아니라는 게 업계 평가다.

팬데믹(감염병대유행) 이후 우리나라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투입한 재정은 2575억원이다. 이마저도 지난해 책정된 코로나19 백신 임상 지원 예산 418억원은 제대로 사용되지 않았다. 단 0.7%만 집행돼 415억원은 불용액으로 반납됐다.("1천억 지원한다"더니… 작년, 코로나 백신·치료제 개발 지원비 '전무')

올해 우리나라 정부가 마련한 백신 개발 예산은 △감염병 예방·치료 기술 개발 사업 436억원 △신·변종 감염병 대응 mRNA 지원 사업 157억원 △신기술 기반 백신 플랫폼 지원 사업 113억원 △신속범용 백신 기술 개발 사업 84억원 △미래성장 고부가가치 백신 개발 사업 90억원 등이다.

하지만 해외와 비교하면 아직 우리나라의 재정 지원은 부족하다. 오 본부장은 "미국은 올해 4월 새로운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을 위해 50억달러(약 6조5000억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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