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수도권 종합병원 분원 설립 제동…병상 관리한다
정부가 상급종합병원들의 수도권 분원 설립 계획에 제동을 건다. 앞으로 병상을 새로 만들거나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과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분원을 개설할 때는 사전에 승인을 받도록 의료법 개정을 추진한다. 지역별로 병상 공급 제한 여부를 정해 병상 감축을 유도한다. 국내에 병상이 과잉 공급돼 국민이 부담해야 할 의료비가 증가해서다.
보건복지부는 8일 병상관리체계 구축, 의료기관 신규 개설 절차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제3기 병상수급 기본시책(2023~2027년)을 발표했다.
2021년 기준 한국의 병상 수는 인구 1000명당 12.8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많다. OECD 평균(4.3개)의 약 2.9배에 달한다. 복지부는 이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27년 10만5000여개의 일반·요양 병상이 과잉 공급될 것으로 예측한다. 과잉 공급된 병상은 불필요한 의료 이용을 유발하고 국민 의료비 상승의 요인이 된다. 이에 복지부는 병상 관리 기준을 마련하고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 국가 병상관리체계의 기틀을 마련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병상수급 추계 결과를 반영해 지역별 병상관리 기준을 마련했다. 지역별로 △공급 제한 △공급 조정 △공급 가능 지역으로 구분하고, 공급 제한·조정 지역은 향후 병상 공급을 제한할 예정이다.
의료계·이용자 단체·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병상관리위원회도 신설·운영한다. 위원회는 시·도 병상수급 및 관리계획의 기본시책과의 적합성 여부, 시·도 관리계획에 대한 조정·자문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시·도의 병상수급 현황을 상시 점검해 병상 허가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정기적 통계를 산출해 매년 시·도의 병상수급과 관리계획 조정·보완에 활용할 예정이다.
의료기관 개설에 대한 사전 심의 절차도 도입한다. 100병상 이상 종합병원에 대해서는 병상 신증설 시 시·도 의료기관개설위원회의 사전 심의·승인을 받도록 의료법 개정을 추진한다. 의료기관 개설허가 권한은 일부 시군구에 이양했던 것을 시·도지사로 재정비한다.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과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분원 등은 의료기관 개설 시 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의료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해당 의료기관은 개설허가 신청 시 의료인력 수급 계획 제출을 의무화해 복지부 장관 승인 시 함께 심의하도록 할 예정이다. 가동 병상을 확대하거나 병상을 증설할 때에도 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에 지역 쏠림 우려가 나오는 상급종합병원들의 수도권 내 분원 설립 추진 계획에 변동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내년부터 계획에 따라 병상 개설허가가 제한될 수 있다"며 "현재 추진 중인 곳이라도 법적·행정적 조치가 진행되지 않은 곳은 관리계획에 따라 앞으로 제한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도권에 종합병원이 한 개만 들어서도 지방 병원 몇 개가 도산할 수 있어 문제의식, 책임감을 갖고 이 시책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도는 병상관리 기준을 바탕으로 지역별 의료 이용, 의료 생활권 등 지역 상황을 고려해 병상수급과 관리계획을 오는 10월 말까지 수립할 예정이다. 시·도에서는 기본시책에 부합하도록 관리계획을 수립하되 필수의료 기능, 감염병 대응, 권역 책임의료기관 중심 네트워크 구축 등 예외 사항을 감안해 관리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이에 과잉 공급지역이라 해도 병상 증설이 가능하다.
복지부는 양질의 병상 운영 기반 조성을 위해 적정 의료인력을 확보하고 시설 기준을 준수하도록 병상 관리도 강화할 방침이다. 병원이 간호인력을 많이 배치할수록 재정지원을 많이 받도록 건강보험상의 간호인력 지원수가를 개편한다. 간호등급제 하한선을 강화하여 법상 인력 기준을 준수하도록 유도하고, 미이행 시 제재를 강화할 예정이다. 또 감염병 예방 등 안전한 의료환경 조성을 위해 환기, 병상 수 기준 등 병상 시설 기준을 정비할 계획이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병상 과잉 공급 현상이 지속되면 보건의료체계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으므로 병상을 체계적으로 관리함과 동시에 무분별한 병상 증가 방지를 위한 의료법 개정 등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며 "지방자치단체, 의료계와 협조해 적정한 병상 공급을 통해 지역완결형 의료전달체계로 개선될 수 있도록 모든 정책 역량을 집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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