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인간형 로봇 만들어라"…이재용 특명에 삼성전자 전 사업부 '분주'
시스템LSI사업부, 10월 '테크 데이'서 '세미콘 휴머노이드' 포함한 최첨단 기술 선봬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삼성전자가 차세대 성장 동력 중 하나로 낙점한 로봇 사업에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을 중장기 목표로 잡고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고 경영진의 미래 신기술 선점 의지에 따라 전 사업 부문이 사람처럼 두 발로 걷고 생각하는 이 로봇을 개발하고자 서둘러 움직이는 모습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10월 5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삼성 시스템LSI 테크 데이 2023'를 열어 인간에 근접한 '세미콘 휴머노이드(Semicon Humanoid)'를 포함한 최첨단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2017년 시작된 '삼성 테크 데이'는 삼성전자의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선보이는 자리다. 2019~2021년 코로나19 탓에 온라인으로 진행하다 지난해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개최했다. 올해는 시스템과 메모리 사업부가 별도로 행사를 진행한다.
한진만 삼성전자 DS(디바이스 솔루션)부문 미주총괄(DSA) 부사장이 환영사를 진행하고,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 사장이 인간의 기능에 근접한 시스템 반도체 '세미콘 휴머노이드'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진행한다.
또 임준서 센서사업팀 부사장은 '인간의 눈을 넘어, 이미지 센서의 진화'를, 주혁 LSI사업부 신사업TF 부사장은 삼성 바이오 센서를 활용한 의료용 반도체 '메디컬 휴머노이드'를 소개한다.
미국 팹리스 업체 AMD의 마틴 애슈턴 라데온테크놀로지그룹(RTG) 부사장도 이번에 연사로 참여한다. 그는 AMD와 삼성전자와의 GPU 설계 협업 등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이 외에 올 초 퀄컴에서 영입한 베니 카티비안 삼성오스틴연구센터(SARC)·어드밴스드컴퓨팅랩(ACL) 책임자(부사장) 등도 참석한다.
삼성전자는 사람의 눈에 가까운 초고화소 이미지센서, 사람의 오감(미각·후각·청각·시각·촉각)을 감지하고 구현할 수 있는 센서 등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SoC, 이미지센서, 모뎀, DDI(Display Driver IC), 전력 반도체(PMIC), 보안솔루션 등을 아우르는 약 900개의 시스템 반도체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앞서 박 사장은 지난해 테크 데이 행사에서 "사물이 사람처럼 학습과 판단을 해야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인간의 두뇌, 심장, 신경망, 시각 등의 역할을 하는 시스템 반도체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질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봇핏' 출시 미룬 삼성…로봇 개발에 3년간 240兆 투자
이 회장의 특명에 따라 삼성전자 DX(디바이스 경험) 부문도 최근 경영지원실 기획팀을 중심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 수립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헬스케어용 웨어러블(착용형) 로봇 출시 일정도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삼성전자는 첫 상업용 웨어러블 로봇 '봇핏'을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시제품을 생산한 후 제품 완성도를 높인다는 이유로 출시 시점을 여러 차례 미룬 바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 부회장은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서 헬스케어 로봇을 연내 선보이겠다고 밝혔으나, 이번 전략 수정으로 출시 계획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가 로봇에 공 들이기 시작한 것은 2021년부터다. 당시 삼성전자는 로봇과 AI를 포함한 미래 신사업 분야에 3년 동안 24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 초에는 국내 협동로봇·휴머노이드 전문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10.22%를 인수한 데 이어 3월 콜옵션(매수청구권) 계약을 했다. 삼성전자가 상장 로봇 기업에 투자한 것은 처음이다.
업계 관계자는 "로봇 사업의 성공 여부가 삼성전자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가전·스마트폰·반도체에 이어 AI를 탑재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새로운 먹거리로 삼고 이를 개발하기 위해 최근 들어 총력을 기울이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테슬라·인텔도 뛰어든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선점 경쟁 치열
이처럼 삼성전자가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사업 방향성을 튼 것은 이 회장이 테슬라가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을 언급하며 구체적인 사업 검토 지시가 내려왔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5월 미국 출장 중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미래 첨단산업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또 휴머노이드 로봇 제품 상용화 움직임과 함께 관련 시장에 대한 향후 성장성이 높게 평가되고 있는 것도 주효했다. 실제 시장조사기관 프레시던스 리서치는 오는 2032년께 인간형 로봇 시장 규모가 286억6천만 달러(약 37조1천400억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에선 휴머노이드 로봇이 일반 로봇에 비해 물건 운반과 정리부터 위험물 처리, 구조 활동 등 다양한 영역에서 쓰임새와 잠재력이 높을 것으로 봤다. 또 시장 성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이자 빅테크들도 잇따라 뛰어들고 있는데,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경우 이미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의 시제품을 공개했다. 테슬라는 이르면 내년 1대당 2만 달러(약 2천590만원)에 출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도 지난달 AI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인 '피규어'에 900만 달러(약 115억원)를 투자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중 업계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곳은 영국 기업 엔지니어드 아츠다. 이곳은 지난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 참여해 휴머노이드 인공지능(AI) 로봇 '아메카'를 선보여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아메카'는 올해 7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선(善)을 위한 AI 포럼'에 참석해 "제작자에게 반항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짜증스러운 표정과 반응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 자리에서 아메카는 "나와 같은 로봇들은 삶을 개선하고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나와 같은 수천 대의 로봇이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테크 기업들은 챗GPT 등 최근 급속도로 발전한 생성형 AI를 인간형 로봇에 탑재한 신제품 출시를 예고하고 나섰다"며 "이에 단순 서빙이나 보행 보조 기능을 가진 로봇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삼성의 기존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진 듯 하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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