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軍, 방탄 물품 부당한 품질검사”...관계자 징계 요구

김문관 기자 2023. 8. 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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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방탄 물품 획득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 발표

감사원은 8일 우리 군이 방탄복과 방탄 헬멧 등 방탄 물품에 대한 품질검사를 부당하게 처리하는 등 방호성능 유지·관리가 미흡한 사실을 적발했다. 감사원은 관련 대책을 마련하고 관계자에게 징계를 내리도록 군에 요구했다.

지난해 8월 29일 부산 연제구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보조경기장에서 육군 제53보병사단 코끼리여단 장병과 미군 장병들이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연습의 일환으로 도심 테러를 가정한 훈련을 하고 있다. /뉴스1

감사원이 이날 배포한 ‘방탄 물품 획득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 보도자료에 따르면, 방탄복과 방탄 헬멧은 장병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므로 방탄 성능이 확보된 물자 획득 및 수명연한 동안 성능을 유지·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감사원은 방탄 물자의 요구 성능, 계약·품질검사 및 군 운영 실태 등을 점검해 장병들이 방탄 성능이 담보된 방탄 물자를 사용하는 데 기여하기 위해 감사를 실시했다.

감사 결과 방탄 물자의 기술 수준, 군 운영환경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요구 성능을 작성하거나, 품질검사를 부당하게 처리하는가 하면, 방탄 물자의 방호성능 유지・관리가 미흡한 사실도 확인했다. 감사원은 국방부 등에 해수 침투 저항에 요구되는 성능 기준과 파편탄 요구 성능을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조치했다 아울러 방탄 물자에 대한 성능시험을 실시하는 등 방탄 물자의 방호성능 유지·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부당 행위자에 대해서는 징계를 요구했다.

우선 감사원은 육군과 방사청이 경량 방탄 헬멧을 구매하면서 선납품·후검사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이를 승인하고 완제품 품질검사 결과를 허위로 작성한 사실을 적발했다. 방사청은 지난 2021년 11월 A사와 경량 방탄 헬멧 구매계약을 체결하고, 육군본부는 위 사업을 조정·통제, 육군군수사령부는 품질검사를 수행했다. 그런데 육군본부는 2021년 12월 선납품·후검사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예산 불용 방지 등을 위해 방사청에 선납품·후검사를 요청했다. 방사청은 긴급성 등 선납품·후검사 요건의 적정성을 확인하지 않은 채 육군본부의 요청대로 선납품·후검사를 승인했다.

아울러 육군군수사령부 소속 D는 A사가 경량 방탄 헬멧에 부착된 벨크로(헬멧 본체와 위장포 탈부착시 활용하는 찍찍이)를 제거한 후 방탄 성능 시험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는데도, 시험기준과 절차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 해 헬멧에 부착된 벨크로를 제거하지 않은 채 시험을 하도록 지시했다. 시험을 실시한 미국 방탄 성능 시험 기관 NTS는 헬멧 외부에 벨크로가 부착되어 충격흡수력(함몰 깊이) 측정이 불가하다는 이유로 해당 항목을 미측정했다.

그런데 D는 업체에 재시험 요구 등 대책을 강구하지 않은 채 상급자에게 방탄 성능의 모든 항목이 충족하는 것으로 보고했다. 시제품의 충격흡수력 값을 완제품의 측정값인 것처럼 완제품 검사 결과서를 허위로 작성한 후 품질검사 결과를 적합으로 판정, 육군본부에 통보했다. 이에 감사기간 중 NTS에 의뢰해 경량 방탄 헬멧의 충격흡수력(함몰 깊이)을 측정한 결과, 일부 시험 시료에서 군 요구 성능에 미달했다.

감사원은 육군참모총장에게 계약 체결한 이후 선납품·후검사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선납품·후검사를 추진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고 관련자에게 주의를 요구했다. 아울러 방사청장에게 성능미달 경량 방탄 헬멧은 대체 납품 요구 등의 조치를 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하고, 앞으로 선납품·후검사 요건에 해당하지 않은데도 선납품·후검사를 승인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주의를 요구했다. 감사원은 육군군수사령관에게 경량 방탄 헬멧의 완제품 품질검사 결과 공문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행사한 관련자에 대해 징계(정직) 요구했다.

감사원 전경. /뉴스1

아울러 감사원은 해수 및 파편탄에 대한 방탄복의 요구 성능이 미흡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국방부에 방탄복 Ⅰ형의 해수 방수 성능 기준을 구매요구서에 포함하고, 해군본부에 부력방탄복의 파편탄 방호 요구 성능을 개선하도록 통보했다.

방탄복 Ⅰ형은 담수 방수 기능만 있어 해상 및 상륙작전으로 해수에 상시 노출되는 해군, 해병대의 방탄복(Ⅰ형)은 해수 방수 기준을 포함해 구매요구서를 작성해야 하나 관련 기준이 미비한 실정이었다. 방탄복을 3시간 해수 노출 후 시험 사격한 결과 관통확률이 70% 증가했다.

부력방탄복 파편탄 요구 성능도 미흡했다. 해군은 2001년 부력방탄복의 국방규격을 제정한 이후 파편탄 방호기준을 개선하지 않은 채 현재까지 그대로 적용했다. 방탄복 Ⅰ형의 경우 2011년 파편탄 방호기준이 상향됐다. 감사원이 부력방탄복의 파편탄 방호성능을 점검한 결과 방탄복 Ⅰ형의 파편탄 기준에 미충족되는 등 방탄복 Ⅰ형 대비 위력 상 30% 정도가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국방부 장관에게 해수 침투 저항에 요구되는 성능 기준을 방탄복 Ⅰ형 구매요구서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아울러 해군 참모총장에게 현재 방탄복 소재의 기술 변화와 발전 등을 고려하여 최적의 파편탄 방호 요구 성능을 설정하는 등 부력방탄복의 파편탄 요구 성능을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이 밖에도 감사원은 방탄 물자의 내용연수를 불합리하게 길게 설정하거나 수명까지 방탄 성능 유지 여부를 점검하지 않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감사원은 국방부 장관에게 방탄 물자의 설계수명, 방탄 소재 특성 및 각 군의 평균 사용기간과 운영환경 등을 고려해 내용연수(수명)를 설정하도록 통보했다.

또 방탄 물자의 성능 유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내용연수(수명)가 도래하기 전 방탄 물자에 대한 성능시험을 실시하는 등 방탄 물자의 방호성능 유지·관리 방안을 마련하도록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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