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 역풍’에 놀랐나… CJ바이오 유증에 120% 청약한 제일제당, 창업주는 ‘일부’ 참여

연선옥 기자 2023. 8. 8.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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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바이오사이언스 유증… 창업자 천종식 대표는 33%만 청약

몸속 미생물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해 치료제를 개발하는 CJ바이오사이언스가 운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섰다. 1주당 0.55주를 배정하는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인데, 최대주주 CJ제일제당은 120% 비율로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다. 그런데 천종식 CJ바이오사이언스 대표는 유증 일부에만 참여하기로 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선 대표의 책임 경영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5월 결정한 유상증자의 발행가를 1만4110원으로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신주 323만여주를 발행해 456억여원을 조달하는 것인데, 유증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4D 파이프라인 임상 개발과 플랫폼 기술,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기술 등 연구개발에 사용될 예정이다.

CJ제일제당은 지분만큼 배정받은 물량보다 더 많은 신주를 받기로 했다. CJ제일제당은 CJ바이오사이언스의 지분 43.89%를 보유하고 있고 이 지분에 따라 142만주 정도를 배정받았는데, 이보다 많은 신주 170만여주를 취득하기로 한 것이다. CJ제일제당이 이번 유증에 투입하는 자금은 240억원으로,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CJ제일제당의 지분은 47.01%로 늘어나게 된다.

천종식 CJ바이오사이언스 대표가 지난달 26일 본사에서 열린 워크숍에서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 활용을 위한 이지바이옴(EzBiome)'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CJ바이오사이언스 제공

일각에선 CJ제일제당이 두 달 전 ‘CJ CGV 유증 사태’의 영향을 받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CJ CGV는 지난 6월,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당시 대주주인 CJ가 주주배정을 통해 600억원을 수혈하는 동시에 제3자 배정 유증 방식으로 자회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현물출자했다.

그런데 최대주주가 유증에 참여하는 방식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현금은 조금만 넣고 성장성이 낮은 IT서비스 자회사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현물 출자했기 때문이다. CJ 입장에서는 지배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큰 돈을 출자하지 않고도 CJ CGV 재무 건전성을 개선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이 120% 유증에 참여한 것은 CJ CGV 유증 당시 최대주주에 가장 유리한 방식을 취했다는 논란이 제기된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CJ제일제당의 자금 수혈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정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주주가 자금을 투입하면서 미래 사업에 대한 지원 의지를 밝혔다”며 “이번 유상증자는 주주 입장에서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런데 최대주주와 달리 전문 경영인인 천종식 대표는 이번 유증에 일부만 참여할 계획이다. 회사에 따르면 천 대표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7만2000주를 배정받을 계획이다. 천 대표에게 주어진 물량은 21만5000여주인데, 이중 33% 정도만 받기로 한 것이다.

이에 앞서 천 대표는 지난 7월 19일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따라 입고된 신주인수권증서 21만5000주 중 14만3000여주를 지난 1일 처분했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서울대 생명과학부에 재직하던 천종식 교수가 2009년 설립한 서울대 바이오벤처 ‘천랩’을 모태로 한다. 생명정보 분석과 마이크로바이옴 분야 기술을 인정받아 기술특례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고, 지난 2021년 CJ제일제당이 인수하면서 CJ그룹 계열사가 됐다. 천 대표는 지난 2021년 CJ제일제당에 회사 지분을 넘겼지만, 여전히 대표이사직을 유지하면서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천 대표가 신주를 일부 물량만 인수하기로 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회사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유증을 결정한 가운데 창업자이자 대표가 신주 일부만 배정받겠다고 하면서 투자 신뢰가 저하됐다는 것이다. 한 증권 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회사가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하면 대표가 지분에 따라 배정된 주식을 인수한다”면서 “이는 투자자들에게 책임경영에 대한 메시지를 주는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이번 유증은 주주 배정 후 실권주를 일반 공모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대표가 유증에 참여하는 비중이 낮아 이후 공모 과정에서도 흥행이 부진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회사 측은 “천 대표의 개인적인 판단으로 회사 측 입장은 없다”라고 말했다.

이런 우려 때문인지 CJ바이오사이언스 주가는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한 상태다. 8일 장중 CJ바이오사이언스는 1만7600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는데, 이는 2020년 4월 이후 3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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