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 스탈린 공포정치 시대, 러시아를 저격하다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제78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 화제작이자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 초청과 수상을 기록하며 수많은 화제를 낳고 있는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가 8월 23일 개봉을 확정지은 가운데 영화의 배경인 '스탈린 피의 대숙청'이 주목을 받고 있다.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는 아직도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피로 얼룩진 역사인 '스탈린 피의 대숙청'이 배경이다. 스탈린이 대숙청(Great Purge)에 돌입한 계기는 레닌그라드의 당서기이자 절친인 세르게이 키로프의 암살 사건이었다. 1934년 12월 1일, 레닌그라드 공산당사에서 키로프가 트로츠키를 따르는 학생 레오니트 니콜라예프에 의해 암살되었다.
비밀경찰 NKVD(내무인민위원회)는 암살자와 공범 13명을 체포했다. 스탈린은 키로프 암살사건을 십분 이용했다. 그는 즉시 계엄령을 내리고, 스스로 수사를 지휘했다. 탄압은 전국적으로 확대되었고, 1935년에 25만 명의 당원이 추방되었다.
스탈린은 니콜라이 예조프를 NKVD 수장에 앉혔다. 본격적인 대숙청은 1937~1938년 사이에 전개된다.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는 이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대숙청을 예조프시나(Yezhovschina)라고 불릴 정도로 예조프의 역할은 컸다. 예조프는 스탈린의 사냥개 역할을 충실히 했다. 이를 통해서 스탈린은 형식적으로나마 유지해왔던 집단지도체제를 무너뜨리고, 일인 독재체제를 구축했다.
당시 소련의 비밀경찰 조직은 ‘NKVD’라 했는데, 스탈린 시대 숙청을 직접 실행한 정부 기관으로 이들이 지목하면 재판이나 절차 없이 끌려가서 수용소에 갇히거나 지하 밀실에서 뒷덜미에 권총을 맞고 죽임을 당했다.
숙청의 대상은 하급 계급의 농민부터 고위 당직자까지 체포돼 처형되었다. 당시 300만 명의 소련 공산당 당원 중 약 1/3이 숙청을 당했다. 대숙청 기간에 축출은 곧 사형을 의미했다. 1937~1938년 사이에 95만~120만명이 처형된 것으로 추정된다.
일종의 공포정치다. 당의 지침을 거부하거나 스탈린에 반대하는 경우 처형된다는 공포심이 최초의 공산국을 지배했다. 1937년 8월에서 1938년 11월 사이에는 하루 평균 1,500명이 총살당했다. 처형되지 않은 사람은 강제노동수용소에 보내졌다. 이 기간에 굴라크(강제노동수용소) 수용 인원은 120만 명에서 150만 명으로 늘어났다.
스탈린은 “고발 내용 가운데 10%가 진실이라 하더라도 고발 내용을 사실로 간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사냥개 예조프는 비밀경찰 NKVD에게 “부족한 것보다 과한 것이 낫다”며 대량의 숙청자를 고발하도록 종용했다. 피고발자들은 자백을 강요받았다. 그들에겐 자백할 때까지 고문이 가해졌다.
1988년 소련 정부가 공개한 문서에 의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스탈린 시대 대숙청이지만 아직도 완전히는 드러나지 않은 역사적 진실이 남아있고 현재도 연구가 진행 중이다.
스탈린의 농장 집단화 정책은 소련의 농촌 지역에서 커다란 반발을 불러일으켰는데, 이는 특히 농장 개인 경영의 전통이 깊은 우크라이나와 돈 강 유역에서 심했다. 이는 농산물 수출로 급속한 산업화에 필요한 자본을 공급하려던 스탈린의 계획에 위협이 되었다.
이는 곧 홀로도모르를 통해서 소련과 우크라이나의 악연으로 이어졌다. 홀로도모르(우크라이나어)는 1932년부터 1933년까지 소련의 자치 공화국인 우크라이나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에서 발생한 대기근으로 250만명에서 350만명 사이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
대기근에 대한 정보가 새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돈 강 유역, 우크라이나, 북카프카스,쿠반등지에서 출입이 금지됐다. 그러는 한편 스탈린은 농장 집단화를 반대했거나 1920년대의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정책을 지지했던 우크라이나 관리들을 숙청하여 우크라이나에 대한 중앙정부의 통제 수위를 높였다.
홀로도모르는 우크라이나어로 '아사(餓死)'라는 뜻이다. 우크라이나·오스트레일리아·헝가리·리투아니아·미국·캐나다·바티칸 시국의 정부·국회는 이 사건을 공식적으로 집단살해(genocide)로 인정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정부는 매년11월 네 번째 주 토요일을 대기근 희생자 추모 기념일로 지정했다. 볼코노고프 대위가 속한 비밀경찰 조직 NKVD의 전신인 OGPU는 부농의 경계가 불명확한 상태에서 강제적인 부농 색출에 앞장섰다.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를 연출한 나타샤 메르쿨로바 감독은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동안, 우리 머리 속은 여러 사건, 생각, 두려움, 기억들로 가득 차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은 우리와 함께 지금 여기에 존재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영화를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효과입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는 매우 강렬한 스릴러의 요소를 지닌 포스트모더니즘적인 우화라고 평가받고 있다. 영화는 역사 드라마가 아닌 역사의 특정 시기인 1930년대의 역사적 맥락을 차용한 환상적 우화에 가깝다.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는 2차 세계대전 직전 스탈린 공포정치 시대, 수십만 명의 인명을 앗아간 비밀경찰 조직 NKVD의 대위가 갑자기 자신에게도 영혼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피해자를 찾아 용서를 구하고 자신이 속한 조직으로부터 탈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처럼 영화는 역사의 진실 앞에서 최소한의 양심으로 속죄를 구하고 구원을 받기 위한 필사적인 탈출과 추격을 그린 영화다.
이 영화는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환상적인 우화로 스탈린 사회주의 체제에서 자행된 피의 대숙청 시기 수십만 명의 무고한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비밀경찰 NKVD의 만행을 낱낱이 보여줌과 동시에 숨통을 조여오는 잔혹한 사형 집행자들의 추격전을 통해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스릴러 장르의 묘미를 선보일 예정이다.
[사진 = 슈아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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