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돈 봉투’ 의혹 연루된 野…‘불체포특권 포기’ 딜레마
‘불체포특권 포기’ 의견 분분…“결의 뒤집어야” 對 “온정주의 결별해야”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 돈봉투' 리스크가 점입가경이다. 검찰이 민주당 출신 윤관석 무소속 의원을 구속한 것은 물론, 일부 의원들의 실명까지 거론해 줄소환을 예고하면서다. 검찰이 칼을 빼든 만큼 민주당도 '무더기 체포동의안' 정국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앞서 결의한 '불체포특권 포기'가 딜레마로 작용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실제 당 일각에선 '결의를 뒤집고 검찰탄압에 맞서야 한다'는 목소리와 '혁신을 위해 불체포특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동시에 제기된다.
윤관석 구속 후 줄줄이 연루…野지도부도 대응책 고심
검찰은 지난 7일까지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연루 의혹을 받는 민주당 현역 의원 19명 중 일부 명단을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 검찰은 19명 중 10명(김영호·민병덕·박성준·박영순·백혜련·이성만·임종성·전용기·허종식·황운하)은 2021년 4월28일 외통위원장실, 나머지 9명(김회재·김승남·김윤덕·이용빈·김남국 등)은 다음날 국회 의원회관 등에서 윤 의원으로부터 돈봉투를 받았다고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들의 실명까지 거론되면서 당내는 발칵 뒤집힌 분위기다. 실명이 거론된 의원들은 '국회의원직 사퇴'를 걸면서까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윤덕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돈봉투를 받은 적이 결단코 없다. 더욱이 당시 전당대회에서 다른 후보를 지지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김승남 민주당 의원도 입장문에서 혐의를 부인하며 "검찰의 야당 파괴 공작이 도를 넘고 있다"고 반발했다.
검찰 수사에 속도가 붙으면서, 민주당 지도부는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자당 의원들의 '줄구속 영장 청구'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8일 통화에서 "윤 의원의 구속으로 검찰 수사가 더 거세질 것"이라며 "당에서도 윤 의원의 진술 내용과 검찰 수사 방향에 집중해 차기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불체포특권 포기' 꺼낸 혁신위도 타깃…"방화범 제안에 힘 실릴까"
이에 친이재명계를 중심으로 혁신위원회의 제안으로 결의한 '불체포특권 포기'를 백지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체포동의안 정국에서 불체포특권마저 포기할 경우, 민주당 의원들이 속수무책으로 영장심사를 받게 될 수 있단 우려에서다.
당초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을 제안한 혁신위를 향해서도 원내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혁신위가 최근 각종 설화로 동력을 잃은 만큼 공세 수위도 거세지는 모양새다. 경기도 지역구의 민주당 초선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원내와 소통도 제대로 안 하고 공감 받지 못하는 혁신안을 내놓은 걸로 모자라서, 본인들이 각종 리스크를 만들면서 방화범 역할까지 하고 있다"며 "혁신위가 내놓은 안건에 힘이 실릴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불체포특권 포기' 결의를 뒤집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울시 지역구의 민주당 초선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당초 불체포특권 포기가 당론으로 띄워진 것도 아니고 '정당한 기준'이라는 조건도 붙었었다"며 "지금처럼 검찰이 '언론 플레이'를 하면서까지 민주당에 정치탄압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불체포특권을 완전히 포기할지는 다시 한 번 고민해봐야 한다. 오히려 검찰과 정면으로 맞서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위원회 관계자도 통화에서 "검찰 수사권은 행정의 일환인 만큼, 선거에서 이긴 정권이 야당에 대해 의도적인 탄압을 할 수 있다. 그것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국회 회기 중 의원 체포 동의를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상황은 공정한 수사가 이뤄진다고 보기 어렵다"며 "한쪽의 공격에 대해 방어하고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장치가 전제돼야만 불체포특권 포기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당 일각에선 내년 총선을 고려해 당이 온정주의와 결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비명(비이재명)계 중진인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이 대표를 비롯한 차기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가능성에 대해 "무기명(표결)이기 때문에 대국민 표명까지 한 것을 뒤엎는다고 될 경우 엄청난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고 당은 견디고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우려했다.
이 의원은 돈봉투 사건을 비롯한 각종 '도덕성 논란'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지도부의 태도도 비판했다. 그는 "이 대표나 지도부는 이렇게 쭈뼛쭈뼛하고 뭐하는 것이냐. 돈봉투 사건도 그렇고 코인 사건도 그렇고 늘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조치를 못하지 않았냐"며 "이런 것이 온정주의나 패거리 의식에 젖어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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