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지만 서울도 궁금해” 말 많고 탈 많던 새만금서 철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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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에 야영장을 차렸던 전 세계 청소년 스카우트 대원들이 태풍 '카눈'의 북상을 이틀 앞두고 전국 각지로 이동하고 있다.
8일 아침 8시께 전북 부안군 서해안고속도로 부안인터체인지에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잼버리) 야영장으로 가는 도로에서는 전북.
전북도는 스카우트 대원들이 떠난 새만금 잼버리 터(8.8㎢)를 향후 관광단지, 산업용지 등으로 활용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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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버리 악몽]
“한국이 너무 오고 싶었다. 올해 초 한국 잼버리 참가가 결정됐을 때 너무 기뻤는데, 이렇게 떠나게 되니 슬프다.”
스웨덴에서 온 스카우트 대원 엘빈(14)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스웨덴 참가단의 또 다른 대원은 “일찍 영지를 떠나는 건 아쉽지만, 우리가 가게 될 서울이 많이 궁금한 것도 사실”이라며 천진하게 웃었다.
8일 오전 델타구역 입구에서 만난 외국인 참가 단원들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해 보였다. 제 몸집보다 큰 배낭을 짊어진 청소년들이 수레를 끌고 미는 모습도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인도에서 왔다는 아비식(24)은 “타이푼(태풍) 때문에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고 들었다. 처음 5일은 화장실, 음식 문제가 있었지만 나머지 3일은 좋았다”고 말했다.
국내 참가자들도 짙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충남 공주의 공주대 기숙사로 이동한다는 김민준(16)군은 “새만금에서 지난 일주일간 영내 프로그램을 한 가지밖에 참여하지 못해 아쉽다. 외국 친구들과 더 오래 만나고 싶었는데, 이제는 한국 친구들과 지내야 한다”며 서운함을 내비쳤다. 전남 학생단을 이끈 김수용 순천청소년수련원 사무처장은 “스카우트 의견은 수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이동을 시켜 학생들 분위기가 좋지 않다. 개인당 수백만원을 내고 참가했는데 당초 약속했던 야영, 외국 학생과의 교류, 체험 프로그램을 모두 마치지 못해 청소년들이 어른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되진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야영장 입구는 철수하는 단원들을 태우고 갈 전세버스들이 이른 아침부터 장사진을 이뤘다. 버스들은 전북뿐 아니라 서울, 경기, 울산, 충남 등 다양한 지역의 번호판을 달고 있었다. 지역에서 전세버스 회사를 운영한다는 나명관씨는 “어제 잼버리 조직위에서 전국 전세버스회사들에 지원을 요청했다. 1천대 정도가 필요하다고 들었는데, 전국 전세버스가 6만대가 넘으니 큰 어려움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전날 조직위가 밝힌 출발시각(오전 10시)을 앞두고 야영지에서 1㎞ 정도 떨어진 잼버리경관쉼터에는 스카우트 대원들의 철수 장면을 취재하려는 취재진과 행사 조기 종료가 아쉬운 지역 주민들이 모여들어 북새통이었다. 이곳은 야영장이 한눈에 보이는 곳이다. 멀리서 바라본 야영지는 오전 9시쯤부터 개별 텐트를 철거하는 등 철수 준비를 마친 상황이었다. 야영장 서쪽 주차장에는 전국에서 동원된 전세버스 수백대가 나란히 세워져 있었고, 국도 30호선 야영장 진출입로에도 버스 수십대가 진입을 대기하고 있었다.
오전 9시 대만 참가단을 태운 버스를 시작으로 오후까지 이어진 철수 행렬은 특별한 사고 없이 순조롭게 이뤄졌다. 이날 ‘철수 작전’에는 경찰 헬기 4대와 순찰자 273대가 동원됐고, 참가자들은 서울, 인천, 경기, 충북 등 전국 8개 광역시도에 산재한 숙소 128곳에 분산 배치됐다.
조직위의 불통 운영은 여전했다. 이날 오전부터 델타구역은 일반인 출입을 통제했으나, 사전에 이 사실이 공지되지 않아 모르고 찾아온 시민들이 “왜 들여보내 주지 않느냐”고 보안요원들과 말씨름을 벌이기도 했다. 오후 2시 새만금 영지에서 공연하기로 되어 있던 택견 공연팀도 취소 사실을 통보받지 못했다며 조직위에 항의했다.
오후 들어 서울, 인천 등 수도권 이동지에는 새만금에서 철수한 잼버리 참가 단원들이 속속 도착했다. 인천 송도 연세대 국제캠퍼스에는 오후 1시께부터 에스토니아 국적 잼버리 대원들을 태운 전세버스를 시작으로 세르비아, 벨기에 등 대원들을 태운 전세버스가 모여들었다. 대원들은 빨갛게 익은 얼굴로 버스에서 내린 뒤 각자 짐을 연세대 국제캠퍼스 기숙사로 옮기는 데 여념이 없었다. 에스토니아 국적의 한 대원은 이동 소감을 묻자 “좋다”면서도, 남은 일정과 관련해선 “아직 들은 게 없다. 관련 미팅이 앞으로 예정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용희 박임근 이승욱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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