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마리 찾지 못하는 中경제, 수출 3년5개월여만 '또 최악'[종합]
- 소비부진 반영한 수입 감소
- 올해 '손해 보는 장사'한 韓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 수출이 3년 5개월여 만에 최악으로 떨어졌다. 수입은 2020년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 정부의 경기 살리기 대책 나섰지만 하반기 시작부터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형국이다.
8일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에 따르면 7월 중국 수출액은 2817억6000만달러로 전년동월대비 14.5% 감소했다. 전월 -12.4%, 로이터 전망치 -12.5%를 모두 하회했다.
중국의 월간 수출은 지난해 10월(-0.3%)부터 지난 2월(-6.8%)까지 내리 5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가다 지난 3월(14.8%)과 4월(8.5%) 반짝 반등했다.
그러나 다시 5월(-7.5%) 이후 감소세로 전환했다. 7월의 -14.5%는 코로나19 초창기이던 2020년 1~2월 -17.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국은 월별 수출 품목 증감률에 대한 데이터를 홈페이지에 제공하지 않지만 누적으로 봐도 특징의 윤곽을 잡을 수 있다. 올해 수출(7월 누적·금액)의 경우 ‘호황’은 자동차(103.8%), 정제유(24.5%) 등 특정 부분에 쏠려 있다.
나머지 알루미늄(-32.5%), 자동데이터처리설비·부품(-24.9%), 휴대전화(-12.8%), LCD(발광다이오드) 패널 디스플레이 모듈(-8.6%), 섬유(-11.9%), 신발(-9.3%), 의류·액세서리(-8.3%) 등 대부분 품목은 줄줄이 감소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전략물자로 취급하는 희토류(-20.7%), 식량(-12.6%), 집적회로(-17.2%) 등도 수출이 줄었다.
자동차는 경기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부가 대규모 지원책을 꾸준히 쏟아 넣는 품목이고, 정제유는 우크라이나 전쟁 덕을 보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반미를 표방하는 대표적인 국가다.
바꿔 말하면 정부의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개입이나 특정 대외 호재가 없을 경우 수출 지표는 더 떨어질 수도 있다는 의미도 해석 가능해 보인다.
7월 수입은 2011억6000만달러로 1년 전과 견줘 12.4% 내려갔다. 전월 -6.8%, 전망치 -5.0%를 모두 크게 밑돌았다.
이로써 월간 수입은 지난해 10월 -0.7% 이래 9개월째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게 됐다. 7월 수치는 2020년 5월의 -16.7% 이래로 가장 낮다.
7월 누적 수입(금액)은 미국 등 서방국가의 제재를 받는 집적회로(-21.6%)를 비롯해 강철(-27.4%), 전자제품(-16.2%), 자동차(-22.3%), 섬유원사·직물(-15.3%), 플라스틱(-23.4%),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디스플레이 모듈(-29.8%) 등 대부분 공산품 수입을 줄였다. 14억 인구의 소비 부진과 무관하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 외신은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에도 투자자들은 지금까지 나온 자동차, 부동산, 서비스 부문의 소비 확대 정책에 실망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중국은 최대 희토류 생산국이면서도 희토류 수입 규모를 61.3% 늘렸다. 정제유 38.1%, 석탄 41.4%, 비료 32% 등 원재료나 농산물 품목도 증가했다.
7월(누적) 국가별로는 한국으로 수출은 6.4% 감소하는데 그쳤으나 수입은 24.7% 줄었다. 반대로 한국 입장에선 대중국 수입보다 수출이 그만큼 더 축소됐다는 것으로, ‘손해 보는 장사’를 했다는 뜻이 된다.
반도체 등에서 갈등을 겪고 있는 미국과는 수출 -18.6%, 수입 -4.7%로 집계됐다. 일본과는 수출 -6.8%, 수입 -16.7%이었다.
수출 규모가 증가한 단일 국가는 러시아 (73.4%), 싱가포르(20.2%), 남아프리카공화국(9.0%), 말레이시아(0.1%)뿐이었다. 러시아와 남아공은 주요 7개국 대항마 성격으로 출범한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신흥경제5국) 회원국이다.
7월까지 전체 교역 규모로 따졌을 경우 미국 3815억달러, 일본 1833억달러, 한국 1779억달러 등 순으로 규모가 컸다.
무역수지는 806억달러 흑자로 전년대비 19.4% 감소했다. 다만 전월 706억달러, 전망치 678억달러를 모두 상회했다. 수출도 줄었지만 전월과 비교해 수입의 감소폭이 더 큰 것이 배경으로 풀이된다.
주요 외신은 “부진한 수출 실적은 건설, 제조, 서비스 활동, 외국인 직접투자 등이 모두 약화되면서 3·4분기 성장이 더 둔화될 수 있다는 신호”라며 “이는 7월 한국의 대중 수출이 전년동월대비 25.1% 감소하는 등 아시아 나머지 지역의 경제활동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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