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늘리고 CB보통주 전환...메디포스트 ‘몸집 키우기’ 나선다
신약 개발사 메디포스트가 자금력 탄탄한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지배주주로 맞이한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최대주주인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스카이레이크PE)와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크레센도PE)가 유상증자 초과 청약을 약속하며 메디포스트 몸집 키우기에 나섰다. 앞서 메자닌도 보통주로 전환한 만큼 높아진 재무안정성을 기반으로 신약 개발에 집중할 전망이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메디포스트는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을 선택했다. 유상증자 공시 이후 코스닥 거래가가 하락한 만큼 신주 발행가액 조정에 따라 유상증자 규모도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서는 메디포스트 지배주주의 청약 참여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신약 개발 바이오텍은 대부분 창업자가 1대주주 자리를 지킨다. 자금 수요가 큰 사업 특성상 유상증자를 통한 조달이 지속되지만 최대주주는 주식담보대출 등의 한계로 100% 청약에 어려운 측면이 있다. 반면 PEF 운용사를 지배주주 두고 있는 메디포스트는 이 같은 부담에서 벗어나 있다.
스카이레이크PE와 크레센도PE는 배정주식수 전량은 물론 실권주 등을 고려해 최대 120% 청약을 계획 중이다. 신주 발행 예정가를 감안하면 519억원을 출자하는 구조다. 두 곳 PE는 블라인드펀드를 활용해 각각 절반씩 책임진다는 목표다. 이들 PE는 지난해 6월 컨소시엄을 구성해 메디포스트 경영권 인수(바이아웃)에 성공했다. 동등 비율로 메디포스트에 총 1600억원을 투입했으며 인수금융 없이 자기자본(Equity)을 활용했다. 8일 보통주 기준 주식 소유 비율은 약 36%다.
이번 유상증자가 마무리 되면 스카이레이크PE와 크레센도PE는 메디포스트 인수 1년 만에 누적 출자액은 2000억원을 초과할 전망이다. 7일 종가 기준 코스닥에서 시가총액이 1945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규모다. 유상증자 신주 발행가가 정해지기 이전이므로 최종 투자 금액은 유동적이다. 현재 유상증자 이후 지분율은 약 37.5%로 예상되고 있다.
최대주주가 보유 중인 전환우선주(CPS)의 보통주 전환을 고려하면 최종 지분율은 40%에 가까워진다. 다만 CPS의 전환가격이 시가보다 비싸 보통주 전환권을 행사할 유인은 낮은 상태다. 이번 유상증자에 따라 CPS 행사가격이 하향조정될 예정이므로 추후 가격경쟁력을 갖추면 보통주 전환에 따라 자본이 증가할 여지는 있다.
유상증자에 앞서 지난달 7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는 모두 보통주로 전환을 마쳤다. 전환 청구일 기준 CB의 행사가격이 메디포스트 주가보다 4% 비쌌지만 CB의 상환 불확실성을 제거했다. 그 결과 메디포스트 주가가 소폭 반등하기도 했다. 부채로 분류됐던 CB가 보통주 전환에 따라 자본으로 회계 처리되면서 재무안정성도 높였다.
메디포스트는 이번에 조달한 자금은 미국 자회사(MEDIPOST America INC.)에 출자할 계획이다. 5월에도 457억원을 출자했으며 이는 카티스템 미국 임상 3상에 투입될 예정이다.
카티스템은 메디포스트가 국내에서 기술상용화에 성공한 신약이다. 골관절염 환자의 무릎 연골결손 치료제로 2012년 품목허가를 취득했다. 미국에서는 임상 1/2a상까지 마쳤으며 내년 4분기 식품의약국(FDA)에 3상을 위한 임상시험계획(IND) 신청과 이듬해 3상 개시를 목표로 세웠다. 국내에서 발목 연골손상을 적응증으로 하는 카티스템의 경우 임상 3상을 마치고 결과를 분석 중이다.
스카이레이크·크레센도PE가 메디포스트 인수 당시 계획했던 세포유전자치료제 위탁생산개발(CDMO)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자체 인프라를 구축했으며 북미 지역과도 접점을 만들었다. 지난해 종속회사 메디포스트씨디엠오에 460억원을 출자하고 이를 통해 캐나다 소재 관련 회사를 인수한 상태다.
심아란 기자
ar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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