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악마’ 피해보상이 교통사고보다 미미?…제도개선 나선 일본

박용하 기자 2023. 8. 8.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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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오사카 무차별살상 사건 등 계기
일본 경찰, 피해자·유족 보상금 상향 논의
내년 5월까지 개선안 정리 방침
2021년 12월 일본 오사카 기타신치의 심요내과 방화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TV화면

일본 경찰이 2021년 오사카에서 발생한 무차별살상 사건 등을 계기로 범죄 피해자들과 유족들에게 지급하는 보상금 수준을 대폭 인상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NHK와 마이니치신문 등 현지 매체들은 7일 일본 경찰청이 ‘범죄피해급여제도’를 보완하기 위한 유식자(전문가) 검토회의를 처음으로 개최했다고 보도했다. 회의에는 범죄피해자 유족들과 변호사, 대학 교수 등이 참여했다.

이번 회의는 포괄적인 범죄에 대한 정부의 피해보상을 다루고 있으나, 직접적으로는 2021년 12월 오사카 기타신치의 한 심요내과(신경증 전문병원)에서 벌어진 무차별살상 사건이 계기가 됐다. 사건의 범인은 61세 남성으로 고립과 빈곤에 시달리다 대량살인을 결심해 병원에 불을 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범인을 포함해 27명이 사망했다.

당시 사건의 수습 과정에선 피해자들에 대한 미미한 보상이 문제가 됐다. 현행 범죄피해급여제도에선 피해자의 사건 전 3개월간 수입과 부양가족 수 등을 기준으로 보상금을 산정하는데, 이 사건 피해자들은 심신의 불안정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입원했던 이들이 대다수라 보상금 규모가 형편없이 낮아진 것이다. 피해자들이 주부나 아이들인 경우에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다.

이에 일본사회에선 범죄피해자들에 대한 보상금을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해 기준으로 범죄피해 유족들이 받은 보상액은 평균 743만엔(약 6800만원) 가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본의 자동차손해배상보험에 따라 교통 사망사고에 지급되는 보상액 평균인 2500만엔(2억2900만원)을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국가 차원의 미비한 보상제도는 가해자에 대한 민사소송을 내기 힘든 피해자들에게는 고통을 가중시킬 수 있다. 특히 무차별살상 사건에서는 범인들이 고립되고 빈곤한 상태일 때가 많으며, 범죄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도 많다. 민사소송을 통한 구제가 쉽지 않은 것이다.

일본 정부와 자민당은 범죄피해급여제도 개선을 위해 피해자가 사망하지 않았다면 장래 얻을 수 있는 수입(일실수입)을 산정 기준으로 고려하는 방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현재 민사소송에서 적용하는 방식으로, 보상금 규모를 대폭 확대할 수 있다. 정부는 이밖에도 피해자 전담 변호사 지원 등의 보완책을 검토하고 있으며 내년 5월까지 개선안을 정리할 방침이다.

범죄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은 많은 국가들이 오랜 기간 논의해온 문제다. 스웨덴이 1994년 ‘범죄피해자청’, 노르웨이가 2003년 ‘폭력범죄보상청’을 세우는 등 정부 차원의 범죄피해자 전담기관이 탄생한 사례도 있다. 한국에서는 현재 일본과 유사한 범죄피해구조금 제도가 운영되고 있으며, 일본과 마찬가지로 피해자가 장래 벌어들일 수 있는 소득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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