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자율주행차 3대, 내년에 달 누빈다…“3D 지도 제작”
지구서 원격 조종하지 않아도 알아서 주행
월면 지도 만들고 지하 탐사도 시행 계획
2020년대 후반 달 기지 건설 발판될 듯
사람이 일일이 원격 조종하지 않아도 부여된 임무를 달성하기 위해 알아서 움직이는 무인 자율주행차 3대가 내년에 달에 투입된다. 주임무는 달에서 3차원(D) 입체 지도를 만드는 일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7일(현지시간) 지구 관제소에서 원격 통제하지 않아도 사전에 부여된 목표에 따라 스스로 움직이는 소형 무인 자율주행차 3대를 내년에 달 앞면 평원인 ‘라이너 감마’ 지역에 보내기 위한 준비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고 밝혔다.
NASA가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한 사진을 보면 무인 자율주행차 크기는 신발 상자만 하다. 바퀴는 4개다. 바퀴 표면에는 돌기가 돋아나 험지를 쉽게 돌파할 수 있다. 동력으로 쓰는 전기는 차체에 달린 태양광 전지판에서 생산한다.
NASA는 무인 자율주행차를 달 착륙선에 실어 월면까지 옮긴 뒤 달에 ‘방목’하듯 풀어 놓을 예정이다. 그 뒤부터는 무인 자율주행차의 몫이다. 지구 관제소에서 원격 조종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전에 ‘리더’로 선정된 무인 자율주행차 1대가 나머지 2대를 향해 지시를 내린다. 3대가 서로 교신을 하며 알아서 임무를 수행한다. 주행할 시점과 방향 결정, 위험 물체 회피 등을 모두 스스로 한다.
무인 자율주행차들에 부여된 임무는 달 표면에서 3D 지도를 만드는 일이다. 차체에 달린 ‘스테레오 카메라’, 즉 렌즈가 두 개 달린 카메라를 이용해 달 표면을 찍는다. 이렇게 사물을 찍으면 사람의 눈처럼 입체감을 구현할 수 있다. 달 표면의 생생한 모습을 지도 형태로 담을 수 있다는 뜻이다.
무인 자율주행차들은 농구 경기장 넓이와 비슷한 400㎡를 활동 범위로 삼을 계획이다. 이 면적을 주행하면서 3D 지도를 만드는 것은 물론, 땅속 10m까지 투과할 수 있는 특수 레이더도 가동한다. 달의 지하 환경도 살피기 위해서다.
NASA는 “무인 자율주행차 3대가 함께 작동하면서 1대만으로는 얻기 불가능한 데이터를 습득하는 과정을 확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NASA가 달 지형을 탐사하기 위해 원격조종 차량이 아니라 기술적으로 까다로운 무인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건 지구와 달 사이 거리 때문이다. 지구와 달은 38만㎞ 떨어져 있다. 달에 있는 전자기기를 움직이기 위해 지구에서 전파를 쏜 뒤 제대로 작동했는지 지구에서 결과를 확인하려면 총 2.6초가 걸린다. 원격 조종을 해서는 실시간 작동이 어렵다는 뜻이다. 무인 자율주행차를 만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NASA는 무인 자율주행차의 활동 기간을 총 14일로 잡았다. 달에선 낮과 밤이 14일 주기로 반복되는데, 태양광으로 전기를 만들 수 있는 낮에 활동하도록 설계했다.
다만 연속 작동 시간은 30분을 넘지 않도록 했다. 주기적으로 ‘쉬는 시간’이 필요해서다. 무인 자율주행차에서 생기는 열기를 식히는 시간이다. 달의 낮 온도는 114도에 이를 만큼 뜨거운 데다, 차체 내부에 장착되는 정보처리장치(프로세서)도 열을 내기 때문이다.
무인 자율주행차를 통해 지도를 만드는 기술은 2025년 아르테미스 3호로 인간을 달에 착륙시킨 뒤 달 기지를 본격적으로 건설하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NASA는 공식 발표자료를 통해 “새로운 바퀴 디자인과 지상 항법기술 등을 현재 (지구 실험실에서) 시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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