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들고 퉁퉁 부어도' 류현진 흡족했다, 왜?…"커맨드 좋았고, 특히 체인지업이"

김민경 기자 2023. 8. 8.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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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현진 ⓒ 스포티비뉴스DB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무릎에 멍이 들긴 했어요. 지난 등판보다 커맨드가 좋았는데, 특히 체인지업이 잘 통했어요."

토론토 블루제이스 베테랑 좌완 류현진(36)이 부상 변수에도 투구 내용에 만족감을 표현했다. 류현진은 8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무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투구 수가 52개에 불과해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그 이상도 가능한 페이스였는데, 강습 타구에 오른 무릎 안쪽을 맞는 바람에 교체될 수밖에 없었다.

토론토 구단은 "오른쪽 무릎 타박상"이라고 알리며 큰 부상은 피했다고 설명했다. 류현진은 타구에 맞자마자 아무일 없다는 듯이 수비를 펼치고 쓰러져 '수비 과정에서 더 다친 게 아닌가'라는 의문도 있었지만, 류현진과 구단 모두 "부상은 타구에 맞아서 생겼고 수비와는 관련 없다"고 입을 모았다.

문제 상황은 이랬다. 류현진은 4회말 1사까지 10타자 연속 범타 행진을 이어 가며 기분 좋은 호투를 펼치고 있었다. 1사 후 안드레스 히메네스와 승부에서도 루킹 삼진으로 11타자 연속 범타 행진을 이어 갈 수 있었다. 볼카운트 2-2에서 5구째 직구가 스트라이크존 낮게 잘 들어갔고, MLB.com이 제공하는 게임데이상으로도 스트라이크존에 완전히 걸쳤다.

그런데 주심이 볼을 선언하고, 히메네스가 볼넷으로 걸어나가면서 부상 악재 변수와 마주하는 상황에 놓였다. 류현진은 다음 타자 호세 라미레스를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면서 2사 1루까지 잘 버텼는데, 오스카 곤살레스의 강습 타구가 류현진의 오른쪽 안쪽 종아리를 강타했다. 류현진은 당장은 통증을 느끼지 못한듯 굴러간 공을 쫓아가 잡은 뒤 1루로 달려가며 송구해 땅볼로 잡았다. 그렇게 혼신의 송구를 마친 뒤 류현진은 타구를 맞은 오른쪽 종아리를 부여잡고 쓰러졌다.

▲ 류현진이 4이닝 무실점 호투에도 부상으로 투구를 이어가지 못했다.
▲ 쓰러진 류현진.

류현진은 지난해 6월 토미존수술을 받고 장장 13개월이라는 재활 과정을 거쳐 돌아온 베테랑 투수였다. 존 슈나이더 토론토 감독은 지난달 재활 등판 과정부터 류현진을 꼼꼼히 살펴왔다. 토론토의 가을을 위해서는 류현진이 반드시 필요했기에 더더욱 세심하게 관리했던 건데, 강습 타구로 쓰러지자 놀란 슈나이더 감독은 더그아웃을 박차고 곧장 류현진에게 달려나왔다. 한동안 그라운드에 쓰러져 고통을 호소하던 류현진은 다행히 스스로 일어났고, 더그아웃까지도 자기 발로 걸어서 이동했다. 이때 슈나이더 감독은 직접 류현진을 부축했다.

류현진은 부상 정도와 관련해 '스포츠넷'의 아던 즈웰링을 비롯한 미국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부상 부위에 멍이 생기긴 했다. 달리거나 수비를 하면서 생긴 부상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슈나이더 감독은 "우리는 류현진의 굵은 종아리를 보면서 농담을 하곤 한다. 지금 그의 오른쪽 다리에는 종아리가 2개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만큼 류현진이 타구를 맞은 부위가 크게 부어 올라 있다는 뜻이다.

부상 교체는 아쉽지만, 류현진은 투구 내용 자체는 만족스러워했다. 최고 구속 90.7마일(145.9㎞), 평균 구속 88.8마일(142.9㎞)로 형성된 직구(26개)에 체인지업(11개) 커브(10개) 커터(5개) 등 변화구를 적절히 섞어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었다. 체인지업은 평균 구속 78.4마일(126.1㎞)로 직구와 10마일 정도 차이 나게 던지면서 효과를 봤다. 체인지업은 2회부터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는데, 클리블랜드 타자들은 류현진의 체인지업에 거의 헛스윙을 내며 공략을 어려워했다.

▲ 류현진 ⓒ 연합뉴스/AP통신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MLB.com은 "류현진은 트레이드마크인 체인지업을 보여주고 하드 콘택트를 피하는 투구를 훨씬 잘 해내면서 4이닝 노히터를 기록했다"고 호평했고, 메이저리그 투구 분석 전문가인 롭 프리드먼은 자신의 SNS에 류현진의 체인지업 영상을 게재하며 "더러운 체인지업(dirty changeup)"이라며 엄지를 들었다.

류현진은 "오늘(8일) 내 커맨드는 직전 등판보다 훨씬 좋았다. 특히 체인지업이 그랬다. 내가 원하는 곳에 체인지업을 정확히 던질 수 있었다. 체인지업이 통한 효과를 정말 잘 봤다"고 이야기했다.

류현진은 예방 차원에서 X-레이 검진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부상 정도와 회복 기간 등은 추후에 알 수 있을 듯하다.

한편 토론토는 캐번 비지오의 결승 투런포에 힘입어 3-1로 승리하면서 4연승을 질주했다. 부상으로 조기 강판된 류현진의 마음의 짐을 던 결과였다. 토론토는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 순항하며 가을야구를 꿈꾸고 있다.

▲ 류현진 ⓒ 스포티비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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