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야망을 현실로 만든 남자…커크혼, 테슬라 떠나는 이유는?
테슬라 주가가 2분기 실적 발표 후 흘러 내리고 있는 가운데 테슬라 주주들에게 또 한 가지 걱정거리가 생겼다.
테슬라에서 13년간 근무하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후계자로까지 언급됐던 재커리 커크혼(38)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갑작스럽게 사임한 것이다.
커크혼은 테슬라의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 콜 때마다 머스크(52)의 돌출 발언을 제어하거나 현실성 있게 수습한 인물이었다. 때로 너무 앞서 나가는 머스크에게 현실에 발 붙이도록 균형감을 부여해준 인물이었던 만큼 그의 사임은 테슬라에 큰 손실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커크혼을 4년 이상 CFO로 일하면서 "머스크의 야망을 현실로 만드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고 마켓워치는 커크혼이 테슬라의 콘퍼런스 콜 때 "좀더 합리적인 어른 중의 한 명"이었다고 표현했다.
테슬라는 커크혼이 "업무 공백 없는 순조로운 CFO 역할의 인수인계를 지원하기 위해 올해 말까지 테슬라에서 근무할 것"이라고 밝혔다.
커크혼이 사임한 정확한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커크혼이 연말까지 테슬라에 머물며 인수인계를 돕기로 한 점을 감안하면 머스크와의 갈등이나 업무상 문제 때문에 그만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는 커크혼의 사임이 발표된 뒤 X(이전의 트위터)에 "때로 어려운 해도 있었던 지난 13년간 테슬라에 기여한 그의 노고에 많은 감사를 보내며 그의 다음 경력을 최선을 다해 기원한다"며 커크혼에게 감사의 뜻을 밝혔다.
커크혼은 자신의 링크드인에 머스크의 리더십과 낙관론에 대해 감사를 표하며 "이 회사(테슬라)의 한 부분으로 일했던 것은 특별한 경험이었으며 나는 13년 전 테슬라에 합류한 이후 우리가 함께 이룬 일들에 대해 엄청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X에 "잭(재커리 커크혼)은 테슬라 덕분에 큰 돈을 벌었고 잭은 아마도 일론에게 이제 자기가 떠날 때가 됐고 올해 말에 떠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을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일론은 그에게 다시 생각해 보라고 제안했을 것이고 잭이 다시 생각한 뒤에도 테슬라를 떠나겠다고 하니 일론은 어쩔 수 없이 그의 사임을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맥킨지의 애널리스트 출신인 커크혼은 2010년에 테슬라에 합류해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일상적인 업무를 처리하는 동시에 생산비용을 낮추고 효율성을 높여 테슬라의 성장 목표를 달성하는데 기여했다.
이후 2019년 초 머스크의 오랜 측근이었던 디팍 아후자를 대신해 CFO로 선임되며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커크혼은 보상으로 상당량의 테슬라 주식을 받았으며 재직기간 동안 주가 급등으로 큰 부를 쌓았다. 에퀼라에 따르면 커크혼은 CFO로 일하는 동안 4900만달러 상당의 테슬라 주식을 매각하고도 여전히 5억5000만달러 이상의 주식과 아직 행사하지 않은 스톡옵션을 보유하고 있다.
산타클라라대학 법학과 부교수인 스티븐 다이아몬드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머스크 체제에서 살아남는데 4년은 긴 시간"이라며 변호사처럼 "CFO도 쉽게 대체 가능한 자리"라고 말했다.
다만 WSJ는 커크혼의 사임으로 테슬라 후계구도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테슬라에 뚜렷한 2인자는 없지만 이사회에서 커크혼을 머스크의 가능한 후게자로 논의한 적이 있다는 설명이다.
커크혼과 함께 일한 사람들은 다른 임원들이 머스크와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것과 달리 커크혼은 머스크와 효과적으로 소통했다고 전했다.
특히 WSJ는 머스크와 커크혼의 관계가 마치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와 현재 애플의 CEO인 팀 쿡의 관계를 연상시킨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새로 CFO로 선임된 타네자는 링크드인 프로필에 따르면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 쿠퍼스에서 약 17년간 근무한 뒤 2016년 3월에 솔라시티에 회계 운영 담당 부사장으로 입사했다. 솔라시티는 2016년에 테슬라에 인수됐고 타네자는 2017년에 테슬라의 회계부서로 이동했다.
한편, 이날 테슬라 주가는 커크혼의 CFO 사임 소식에 한 때 5% 이상 급락하다 낙폭을 줄여 1% 하락한 251.45달러로 마감했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 7월19일 장 마감 후 실적을 발표한 뒤부터 이날까지 13.7% 급락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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