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봄 SSG의 ‘김광현 장군’과 2023년 여름 LG의 ‘최원태 멍군’
지난해 3월, 야심차게 시즌 준비를 하던 LG는 ‘한방’을 세게 맞았다. 시즌 경쟁 팀 가운데 하나였던 SSG가 미국프로야구 세인트루이스에서 뛰다가 FA(자유계약선수)가 된 에이스 김광현을 전격 유턴시킨 것이었다.
그 당시 LG 관계자 대부분에게는 침울한 소식이었다. 그중에서도 차명석 단장은 전화 인터뷰 도중 ‘평소와 달리 목소리가 가라앉아 있는 이유’를 묻자 “지금 기분이 좋을 리 있겠냐”며 농담 섞은 걱정을 하기도 했다.
더구나 LG는 국내 선발진으로는 거의 리그 최약체로 분류되던 팀. LG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김광현은 28차례 선발 마운드에 올라 시즌 13승3패 평균자책 2.13으로 선두권 판도를 SSG 중심으로 바꿨다. 김광현의 2022시즌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는 6.13이었고, LG는 SSG에 2게임차 뒤진 채 시즌을 마쳤다.
올해 선두권 진입을 노리는 팀들은 LG의 행보에 ‘한방’씩을 맞았다. LG가 지난달 29일 키움과 트레이드를 통해 외야수 이주형과 투수 김동규, 내년 1라운드 지명권을 내주고 확실한 선발 카드 중 하나인 최원태를 영입한 것이었다.
LG 레전드 출신인 박용택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올시즌 LG는 국내 선발투수 한명만 올라오면, 적수도 변수도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종종 했다. 이에 따르면 LG는 기존 국내 자원 가운데 임찬규가 선발로 안정세를 보이는 가운데 최원태라는 리그의 귀한 국내 선발이 로테이션에 가세되면서 완벽한 우승 조건을 갖춘 셈이다.
올해 대권에 도전할 만한 몇몇 팀 가운데서도 ‘디펜딩 챔피언’ SSG가 가장 아팠을 것으로 보인다. SSG는 7일 현재 LG에 4.5게임차 뒤진 2위 팀이다. 현재 LG의 가장 큰 ‘적’을 꼽자면 우선은 SSG가 거론되는 구조다.
SSG 또한 마운드 보강을 위해 이런저런 고민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수면 밖으로 나온 결과는 없었다. SSG는 올해 개막 시점과 거의 비슷한 ‘오리지널 전력’으로 후반기 순위싸움에 접어들어 있다.
LG 최원태가 지난해 SSG의 김광현 같은 영향력을 보일지도 지켜볼 일이다. 최원태는 이적 뒤 두 차례 등판에서 한번은 6이닝 2안타 무실점(두산전)으로 잘 던졌고, 또 한번은 5이닝 9안타 6실점(삼성전)으로 부진했다.
유니폼을 바꿔입은 선발투수 한명이 리그 챔피언을 바꾼 적은 과거에도 있었다. 2015년에는 FA 시장에 나온, 롯데 출신 좌완 선발 장원준 쟁탈전에서 승리한 두산이 그해 정규시즌 3위에 이은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팀의 황금기를 열었다. 2015년 두산은 장원준이 선발로 꾸준히 버티면서 정규시즌을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었고, 준플레이오프에서 시작한 포스트시즌에서도 지속적인 선발 싸움이 가능했다.
최원태는 올시즌 뒤 어떤 이미지를 남길까. 일종의 장기판이라면, 지난해 SSG의 ‘김광현 장군’에 LG는 최원태 카드로 ‘멍군’과 ‘장군’을 함께 불렀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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