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그때 은퇴했으면 어쩔 뻔했나… 클래스는 영원하다, 결정의 자격을 증명하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추신수(41‧SSG)는 지난해 시즌 이후 은퇴를 진지하게 고려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레벨로 무려 16년을 뛰었고, 자신의 마지막 미션이라고 할 만했던 소속팀의 우승도 지난해 SSG의 역사적인 ‘와이어 투 와이어’와 함께 이뤘다. 선수 개인적으로는 더 이룰 것이 마땅치 않았다.
그간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잘 챙기지 못한 가족도 눈에 밟혔다. 그러나 결국은 야구장을 떠나지 못했다. 추신수는 “여전히 야구장으로 출근하는 길, 그리고 경기 전 클럽하우스에 들어갔을 때 걸려 있는 유니폼을 보면 가슴이 설렌다”고 했다. 결국 가족들에게 설득 당하지 않고, 오히려 설득한 결과 현역을 연장했다. 연봉이 크게 깎였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라운드에서 뛸 수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했다.
만약 당시 추신수가 은퇴를 선언했다면, 올해 SSG의 시즌 레이스는 더 험난했을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시즌 초반 발목이 좋지 않아 타격 밸런스가 무너졌을 때까지만 해도 회의적인 시각이 있었다. “그 대단한 추신수도 나이를 이기지 못하는 것인가”는 한탄이 나왔다. 하지만 자진해서 2군에 다녀왔고, 발목 상태를 회복하고 돌아온 이후 대활약을 펼치고 있다. 추신수의 클래스는 여전하다는 것, 추신수의 시즌 준비가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이 성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추신수의 올 시즌 성적 구간은 하나의 기점으로 나눌 수 있다. 발목 회복 차 2군행을 자처한 그 시점이다. 추신수는 2군에 가기 전 37경기에서 타율 0.202, 출루율 0.349, 장타율 0.290, OPS(출루율+장타율) 0.639라는 실망스러운 성적에 그쳤다. 통증이 심했던 오른 발목이 제대로 하체를 지탱해주지 못하면서 하체가 그대로 돌아가 버리는 영향이 컸다. 정상적인 타격이 될 리가 없었다.
베테랑인 추신수는 자신의 몸을 잘 알고 있었다. 이대로는 팀에 도움이 될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해지고 있었다. 결국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를 선택했다. 2군에서 차분하게 발목을 치료하고 밸런스를 되찾는 데 20일의 시간을 투자했다. 효과는 확실했다. 복귀 후 20일의 시간이 아깝지 않을 정도의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에서 이는 잘 드러난다.
추신수는 1군 복귀 후 31경기에 나갔다. 이 기간 타율은 0.339로 확실하게 올라왔고, 출루율은 0.460에 이른다. 장타율도 0.554로 크게 높아진 결과 OPS는 1.014를 기록 중이다. 31경기, 139타석의 표본이라는 점에서 이는 확실한 실력이라 볼 수 있다. 오히려 잘 맞아 멀리 날아간 타구가 잡히는 불운이 더 많았다.
최근 10경기로 따지면 계속 오름세를 그리는 그래프를 확인할 수 있다. 최근 10경기 타율은 0.425로 더 올랐고, 출루율도 0.467, 장타율은 0.600에 이른다. 이전에는 볼넷 출루 비율이 조금 높았다면, 이제는 안타로 나가는 경우가 더 많아지고 있는 셈이다. 홈런은 없었지만 7개의 2루타를 기록하며 여전한 힘을 보여주고 있다.
야구계에서는 추신수의 활약에 혀를 내두른다. 추신수는 올해 김강민(SSG) 오승환(삼성)과 더불어 KBO리그 최고령 선수다. 그런데 그 41살의 선수가 매일 리드오프로 나서 많은 타석을 소화하면서, 짬짬이 우익수 수비까지 나서고 있다. 그것도 폭염 속이다. 젊은 선수들도 버티기 힘든 이 더위에서 체력적으로 지친 기색조차 별로 없이 오히려 성적이 좋아지고 있다. 추신수의 철저한 자기 관리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추신수도 나이가 들었다는 건 안다. 전성기 기량이 아니라는 것도 안다. 추신수는 “예전에는 한 번 타격감이 올라오면 그래도 5~6경기 정도 유지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그렇지가 않다. 한 경기로 끝나는 경우도 있고, 길어야 2경기 유지가 된다. 그래서 타율이 오르지 않는다”고 고민을 드러냈다. 다만 최근 감이 조금 길게 이어지면서 시즌 타율은 0.267까지 올라왔고 그 와중에 출루율도 4할(.402)을 돌파했다.
공격 생산력은 여전히 좋다. 통계전문사이트 ‘스탯티즈’의 집계에 따르면 추신수의 올 시즌 조정득점생산력(wRC+)은 139.4를 기록 중이다. 리그 평균보다 40% 정도 좋다는 의미다. 규정 타석을 채운 선수 중 리그 13위다. 대단한 건 3년간 이 성적이 꾸준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2021년 wRC+는 137.4, 지난해는 129.8이었는데 올해 이것이 꺾이기는커녕 더 올라가고 있다.
어마어마한 은퇴 시즌을 지냈다던 동갑내기 이대호(롯데) 또한 은퇴 시즌 직전 2년은 그렇게 좋은 wRC+를 찍지 못했다. 올해 대단한 활약을 하고 있는 최형우(KIA)도 지난 2년의 wRC+는 다소간 부침이 있었다. 출루율이 버텨주는 추신수의 꾸준함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아직 SSG에 추신수가 필요하다는 것도 증명하고 있다. SSG에서 추신수보다 더 높은 wRC+를 기록 중인 선수는 간판인 최정(162.1)과 외국인 타자 기예르모 에레디아(153.6) 뿐이다. 올해 후반기 성적을 꾸준하게 유지할 수 있다면 ‘2024년 추신수’에 대한 필요성도 커진다. 추신수는 아직 올해로 현역을 마칠지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다. 어쨌든 등 떠밀려 은퇴할 선수는 아니라는 것,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자격은 증명했음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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