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읽기] 3대 구조개혁에 앞서 정치적 의사결정구조 개혁 이뤄져야
(서울=뉴스1) = 미래세대와 국가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연금·교육·노동 개혁.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미룰 수도 미뤄서도 안 되는" 3대 개혁과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한국 경제가 장기 저성장 구조에 진입하였음을 지적하면서 재정정책이나 통화정책을 통한 단기적 처방 대신 구조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합계출산률 0.85명, 1%대 경제성장률 등 경제사회 지표의 하향세가 뚜렷해지면서 국민의 위기감은 팽배해지고 있다. 사회경제적 계층이나 정치적 성향에 따라 개혁의 방향과 세부 정책에는 차이가 있더라도 개혁의 필요성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정부 출범 1년하고도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3대 개혁과제 진도표는 지지부진해 보인다.
무엇이 문제일까. 이창용 총재는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해당사자 간 사회적 타협이 어렵다는 것이 문제라고 언급했고 조윤제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유사한 맥락에서 협치와 같은 국가 지배구조 개편 필요성을 제기했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경제학의 잣대로는 풀어내기 어렵고 정치·사회적 차원의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경제정책 수장들의 진단과 해법에 동의하면서도 다시 의문이 생긴다. 사회 구성원을 비타협적 대결로 내몰면서 사회적 타협을 어렵게 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국가 지배구조의 개편은 어떻게 가능한가? 한국인 또는 각종 이권단체의 비타협적 속성이나 지도자의 자질, 국회나 행정부의 무능과 같이 행위 주체의 문제가 없지는 않겠으나 특정 주체로만 화살을 돌리는 것은 문제의 근본적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순환논법에 빠질 위험이 있다. 외환위기나 코로나19 시기에 우리 국민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강한 응집력과 대응력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지도자의 수준을 결정하는 것 또한 국민의 정치적 역량과 수준이기도 하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회적 타협은 대의민주주의 정치과정을 통해 달성된다. 정치는 공동체 구성원 간 이해관계의 차이를 조율하여 갈등을 완화하고 타협을 통해 합의를 중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엄밀하게 말해 사회적 타협은 '이해당사자들' 사이에서가 아닌 대의제 기구를 통해 이해당사자를 대변하는 대표자들 사이에서 이뤄진다. 결국 사회적 타협의 실패는 우리나라 대의민주제 합의 형성 능력의 실패와 다름없다.
본원이 한국정치학회와 함께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가 의사결정 시스템은 승자독식, 갈등 격화, 합의 부재를 특징으로 한다. 그 배경으로는 권위주의 시대에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중시하던 대통령제와 행정부 중심 의사결정 시스템이 민주화 이후에도 잔존하는 가운데 민주적인 제도와 운영 사이의 괴리가 커졌다는 점을 지적한다. 1987년 이후 대의제도의 외연 확장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중요한 의사결정은 중앙정부를 통해 이뤄지며 국회는 강력한 집행 권력을 견제할 만큼의 권한과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대통령중심제의 승자독식 구조가 중앙정부의 의사결정과정에서 야당을 배제시키게 만들고, 야당은 정부와 여당 주도의 정부 운영에 비타협성을 띠게 만든다. 행정부와 국회의 관계에서 여당 또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대리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 이는 여당이 행정부를 견제해야 하는 입법부의 구성원이지만 한국 정치가 정부·여당 대 야당의 대립 구도로 움직이는 상황에서 대통령 국정운영의 조력자라는 이중적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야당은 정책에 대한 타협과 협상을 고민하기보다는 제도권 바깥에서 정부 제안에 대한 저항에 집중하고, 정부·여당 역시 정책 집행을 위한 예산이나 법률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고 국회를 존중하기보다는 국회를 우회하는 방편을 선호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모두가 우려하듯 한국 사회의 구조개혁은 늦출 수 없는 국정과제다. 그러나 구조개혁의 선결 조건이 사회적 대타협임을 받아들인다면, 진정한 개혁은 행정부와 국회를 포함한 대의제 의사결정 구조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이해당사자를 대표하여 협상과 타협을 대리해야 할 정치적 의사결정이 승자독식과 정보편중이라는 현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구조개혁을 향한 정책적 노력은 결국 소모적 공회전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선화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미래읽기 칼럼의 내용은 국회미래연구원 원고로 작성됐으며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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