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막된 정치’ 수혜자와 피해자[포럼]

2023. 8. 8.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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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혁신위원장 김은경의 행태를 보노라면 정말 우리나라 정치는 상식 밖의 막된 정치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정치의 혼탁함과 저질성을 한두 해 보아온 게 아니지만, 이번처럼 막막하고 답답함을 가눌 수 없는 적은 없었다.

20여 명의 소속 의원이 수사 대상이 됨으로써 적어도 '정치 수사' '소설' 등의 단일대오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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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함 前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더불어민주당의 혁신위원장 김은경의 행태를 보노라면 정말 우리나라 정치는 상식 밖의 막된 정치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정치의 혼탁함과 저질성을 한두 해 보아온 게 아니지만, 이번처럼 막막하고 답답함을 가눌 수 없는 적은 없었다. 이것은 당사자 한 사람뿐만이 아니라 이에 대처하는 거대 야당의 모습이 그렇고, 여당의 모습 또한 그리 나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여명(餘命·남은 수명)에 비례해서 투표권 수를 달리해야 한다는 철없는 자식의 소리를 ‘합리적’이라고 치켜세우고는 정치에 ‘어리석은’ 그리고 ‘교수라 철이 없어서’ 그랬다는 변명은 참으로 ‘정치 교양’(political literacy)이 바닥 수준이라고 여겨진다. 1인 1표의 정치 평등 원칙이 민주주의의 최대 원리로 등장하기까지 인류가 얼마나 많은 투쟁을 벌여 왔는지를 모른다 하더라도, 단 하루 남은 목숨이라도 인권이 존중돼야 하는 인륜을 모를 수 있는가.

사회적 논란이 비등한 데도 민주당의 대응은 계파에 따라 다르다. 그렇게 갈구하던 단일대오의 정당이라고 할 수 없다. 진영정치와 선동정치에 매몰된 일부 인사는 당당하게 김 위원장을 옹호하고 나섰다. 김 위원장과 비슷한 수준의 정치 교양이다. 그나마 부끄러움을 간파한 인사는 사퇴를 종용하고 나섰지만 별 반향이 없다. 대다수 야당 정치인은 그저 진영정치를 통한 총선 승리만이 관심이다. 아니, 그보다는 자신의 공천 여부에 더 촉각을 세우고 있다.

거대 야당의 표류는 당 대표로부터 그 근원이 나온다. 공천권을 장악하고 놓지 않으려는 이재명 대표의 전략은 집요하다. 보궐선거 출마, 당 대표 선출 과정, 그리고 당 운영에서의 권모술수는 교묘하다. 여러 사법적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당직과 열성 당원을 이용해 외줄 타기를 하고 있다. ‘사이다’ 이재명은 가고, 지연과 외면으로 사태를 최대한 연장하는 작전이다. 김 위원장의 설화는 오히려 이 대표에게 순기능을 한다. 자신의 검찰 소환에 관한 관심을 분산시키고 진영 선동에도 나쁘지 않다.

이 대표는 사면초가 상황에서도 느긋하게 예정대로 휴가를 다녀왔다. 민주당의 돈 봉투 살포 의혹은 당 차원에서는 치명적이지만, 이 대표에게는 오히려 동병상련의 동지를 확보한 거나 다름없다. 20여 명의 소속 의원이 수사 대상이 됨으로써 적어도 ‘정치 수사’ ‘소설’ 등의 단일대오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당내 ‘올드 보이’의 귀환은 이 대표의 역전극을 가능케 한다. 고장 난 혁신위원회에 혁신 아닌 혁신을 위한 회생의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수명이 연장되면 될수록 당의 미래는 불투명해진다.

내년 총선은 정권 안정론 대 심판론이 대세를 이룰 것이다. 대체로 선거가 집권 전반에 치러지면 여당이, 후반에 치러지면 야당이 유리한 게 우리의 선거 현실이다. 내년 선거는 정확히 말하면 집권 전반이지만, 햇수로 따지면 집권 3년 차가 돼 정권 심판론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 야당의 악재를 고려하면 여당의 압승이 가능하나, 현 여당은 집권 당으로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 비전과 시대정신을 대변하기보다는 야당의 정쟁에 휘말리고 대통령 1인의 성과에만 의존한다. 유권자인 국민은 정치와 정치인을 정말 걱정하고 있다.

양승함 前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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