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빚 폭증, 총선 때 심판해야 한다[시평]
국가적 난제 전방위 확장에도
정치권은 해결보다 갈등 조장
근원적 문제는 분배 비중 조절
야당 정책 대안은 지속 불가능
여권은 방향 옳지만 품질 의문
격변 막을 정치 혁신자 찾아야
지난해 말 핼러윈 축제 때의 압사사건으로 많은 젊은이가 희생되자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됐을 정도로 정치적 파장이 컸다. 이후 화물연대 불법파업과 민주노총 산하 산별노조들의 정치성 파업이 있었다. 최근에는 일본 후쿠시마원전 오염처리수 방류를 둘러싸고 ‘이념 갈등’이 폭발했다. 또, 전례 없는 폭우로 인한 홍수와 산사태로 인명·재산·인프라 피해가 커지자 그 책임 문제로 떠들썩했다. 이외에도 수많은 정치·경제·안보·외교 관련 대립과 갈등이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어느 때보다 국민 여론은 심각하게 분열되고 정치권은 해결을 위한 정치적 조정보다 대립과 갈등을 조장해서 정쟁을 확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갈등 상황 증폭은 행정 권력을 차지한 여당과 국회 권력을 차지한 야당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기 때문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국민 여론의 분열과 갈등 증폭의 근저에는 해결책이 잘 보이지 않는 근원적인 문제가 있다. 1960년대 경제성장론의 대가 니컬러스 칼도는 대개 GDP의 70% 안팎이 노동에, 30% 안팎이 자본에 분배되는 게 장기적 경향이라는 ‘정형화된 사실(stylized fact)’을 발견했다. 그런데 경제학자들은 1980년대 이후 노동분배비중(labor share)이 악화해 왔고, 2000년대 이후 더 심해지고 있음을 입증해 왔다.
원인 설명은 여럿이다. 그러나 경제학계는 국가가 특정 세력에 특혜를 주는 방식으로 제도를 설계해서가 아니라, 1980년대 이후 기술 발전의 특징에 따른 경제적 효율성 추구로 이 현상이 나타났다는 데 이의가 없다. 그러므로 현재 여러 양태의 경제적 격차는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세계 각국에 보편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격차가 설령 기술 발전의 특성에 기인한 것이라 할지라도, 이로 인한 정치·경제·사회 문제에서 자유로운 정권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 그러므로 ‘이 격차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가 핵심 정치·경제·사회 어젠다이며, 이 문제 해결에 진력하는 것은 정치와 정부의 일의적 사명이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가 도전받을 것이다.
그런데 현대 기술 패러다임의 결과는 ‘승자독식(Winner-takes-all or most)’이 보편적이라, 이 경제적 격차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는 데 딜레마가 있다. 승자독식은 기술적·경제적 효율성 보장의 최적 수단이므로, 제약하면 나눌 파이가 작아지지만 용납하면 경제적 격차가 커지는 성향이 있다.
사실 정치권은 이미 이 상황 해결을 위한 대결에 돌입해 있다. 정부·여당은 규제 개혁, 세금 감면, 재정 건전성 제고, 사회안전망 효율화 등 전통적인 ‘작은 정부, 큰 시장, 약자 부조’를 지향하고, 야당은 기본소득 도입, 증세와 재정지출 확대, 개입과 규제 강화로 ‘큰 정부, 시장 규제, 보편적 복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현 상황에서 야당의 정책 대안은 경제 활력과 일자리 창출은 줄이고, 나랏빚을 폭증시킬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세금으로 지출을 충당한다. 그런데 파이 창출의 핵심인 승자독식 결과는 제약하면서, 재정을 비효율적 보조금으로 살포하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사회복지를 확장할 경우 필요 세수 확보는 불가능하고 재정지출은 폭증할 것이다. 결국, 이를 빚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어 국민의 삶은 어려워지고 지속 가능성은 악화할 것이다.
정부·여당의 정책 대안은, 그 방향은 문제 해결에 부합하지만 개혁의 폭과 품질이 과연 이 근원적 딜레마를 해결할 수준인지 의문이다. 반시장적 가격·진입 규제를 정책 수단으로 서슴지 않고, 건전 재정 실효성 제고 방안 마련과 연금·건강보험 개혁에 지금처럼 머뭇거리면 설사 정책 방향이 맞더라도 이 딜레마의 해결은 어려울 것이다.
결국, 현재 제시 또는 실행되는 정책들로는 여야 모두 이 핵심 과제 해결에 성공하지 못할 게 뻔하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역사적으로 이 모순을 해결하지 못할 경우 대개 국내에서는 소요와 혁명이, 국가 간에는 전쟁이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내년 4·10 총선의 선택 기준은 당연히 ‘이 격변 가능성을 해소할 정치적 혁신자는 누구인가’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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