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몸집만한 배낭 메고 버스로…잼버리 대원들 "흩어져 아쉬워요"

유승훈 기자 김혜지 기자 이지선 기자 강교현 기자 2023. 8. 8.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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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적응했는데 갑자기 떠나"…오전 10시부터 버스 탑승
서울·수도권·전북 등으로 분산…지역 연계 프로그램 일정 소화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서 조기 철수하는 대원들이 8일 오전 전북 부안군 잼버리 대회장에서 버스를 타고 있다. 2023.8.8/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전북=뉴스1) 유승훈 김혜지 이지선 강교현 기자 = 태풍 '카눈' 북상으로 2023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가 개최 일주일 만에 새만금에서 조기 철수하기로 결정되면서 대원들은 이른 아침부터 짐을 싸느라 분주했다.

8일 오전 8시 전북 부안군 하서면 잼버리 공원에서 바라본 야영지. 대원들은 그간 머물며 꺼내놓은 옷가지와 생필품을 다시 배낭에 넣고 주변을 정리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축구장 1200개를 합쳐놓은 규모인 267만평(8.84㎦) 규모의 야영지는 시간이 흐를수록 곳곳이 휑해졌다. 2만2000여개 형형색색 텐트들은 하나둘씩 분리되면서 대형 천조각들이 하늘을 향해 펄럭였다.

멀리서 본 대원들 얼굴에는 아쉬움이 묻어나기도 홀가분한 기색이 드러나기도 했다. 대원들은 아침에 제공된 재료로 샌드위치 등을 만들어 먹은 뒤 접시 등을 씻기 위해 수돗가로 모여 설거지를 했다. 또 다른 대원들은 짝을 지어 그간 쌓여 있던 쓰레기를 옮기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델타 구역에서 만난 애드리나(40·호주)는 이미 짐을 싸 떠날 준비를 끝냈다. 그는 오전 10시30분이 되자 큰 배낭 두 개를 실은 캐리어를 끌고 버스로 향했다. IST(국제운영요원)로 이번 잼버리에 참여한 애드리나는 "갑자기 떠나게 돼 아쉽긴 하지만, 태풍이 오는 이상 여기(새만금)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거센 비바람을 막기에는 이곳 여건이 충분하게 갖춰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산 김해에서 온 강모군(16)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이제 막 적응하고 있는데 전날부터 갑자기 이곳을 떠난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며 "세계 각국 친구들이 다른 지역으로 뿔뿔이 흩어지면 한곳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더이상 없지 않느냐"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제가 지냈던 구역은 화장실과 샤워실이 계속 더러워서 매일 친구들과 같이 청소했다"며 "서울 호텔에서 지낸다는 이야기만 들었을 뿐 세부적인 일정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가한 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8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 야영지에서 조기 철수하고 있다. 2023.8.8/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오전 10시가 지나자 대원들은 몸집만한 배낭을 메고 각 구역에 배치된 셔틀버스에 속속 탑승했다. 버스 1000여대는 일찍부터 정류장에서 대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 156개국 대원 3만6000여명은 이날 오후까지 순차적으로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 등지로 이동해 남은 일정을 소화한다.

스웨덴에서 온 한 스카우트 대원은 "오늘 오후 2시쯤 떠난다고 해서 짐을 미리 싸놓고 기다리고 있다"며 "어디로 가는지, 어떻게 일정이 진행되는지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제 갑작스럽게 퇴영 소식을 접하게 돼 동료들 모두 충격을 받았고 정말 슬퍼했다"며 "이제 막 캠프 생활에 적응되던 참이었는데 떠나게 돼 너무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앞서 정부와 잼버리 조직위는 전날 오후 잼버리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세계스카우트연맹단 회의에서 태풍 '카눈' 한반도 통과 예보에 따라 잼버리 행사를 새만금 영지를 떠나 다른 안전한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어 조기 철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각 지자체는 전날 밤부터 전방위로 숙소 확보에 나섰다.

지역별로 경기도는 1만2600여명, 충남 6000여명, 전북 57000여명, 인천 3700여명, 서울 3000여명을 각각 수용할 예정이다.

해당 자치단체는 참가들 숙소의 화장실 등을 점검하고 의료 대책 마련하고 있다. 경찰은 숙소 순찰을 실시하고 식약처는 대원들에게 제공될 식사의 위생 상태를 꼼꼼히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숙소는 경기도의 경우 종합전시장인 킨텍스(1·2 전시장)와 도 산하 공공기관 건물 등, 서울은 호텔, 기숙사, 공공시설 등을 확보했다.

잼버리 개최지인 전북에서는 전북대, 우석대, 원광대, 전주대, 한국농수산대 등에 대학 기숙사들이 거론된다. 남원 용봉중, 전북도인재개발원, 임실군 청소년수련원, 반딧불청소년수련원, 선운산유스호스텔 등도 협의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남은 4박5일간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지역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우선 한강, 광화문광장, 경복궁 등 여러 관광 자원을 활용한 콘텐츠를 활용하기로 했다.

경기도는 캠프그리브스, 임진각, DMZ 안보관광 등과 연계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인천은 당일, 1박2일, 3박4일 등 참가국들이 개별 일정에 맞춰 문화·역사·평화·힐링·감동을 테마로 문화 체험과 야외 액티비티, 시티투어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잼버리 조직위는 또 세계연맹 측과 오는 11일로 연기된 K-팝 콘서트 장소에 대해서도 의논하고 있다. 스카우트 대원들의 체류 지역 등을 고려해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 등을 대안으로 고심 중이다. 당초 새만금 잼버리 영지 안에서 열릴 예정이던 콘서트는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한 차례 변경된 바 있다.

iamg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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