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교사 피습 목격했는데…" 아로마테라피 '황당 치료' 받은 교직원들
대전교육청 "심리 안정화 돕기 위한 것…추가 상담도 진행 중" 해명
전문가 "트라우마 치료 중 아로마테라피? 거의 들어본 적 없어"
대전 대덕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교사 흉기 피습 현장에 있던 일부 교사들이 심리적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대전시교육청이 교사들에 대한 상담 등을 진행한다고 했는데, 일부 교사들은 해당 프로그램이 '황당한 치료와 상담'이라며 상담을 거부하는 일이 빚어졌다.
지난 4일 오전 20대 남성 A씨는 대전 대덕구의 한 고등학교에 들어간 뒤 이 학교에 근무하는 B교사의 이름을 대며 B교사를 찾았다. 이후 수업이 끝날 때까지 1시간 정도를 기다린 뒤 B교사가 수업을 마치고 나오자 교무실 안에서, 흉기로 7차례를 찔렀다.
당시 교무실에 있던 교사들은 심리적 불안감을 호소했다.
대전시교육청은 이 때문에 사건 현장을 목격한 교사와 심리 치료를 희망하는 모든 교직원을 대상으로 상담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대전시교육청은 에듀힐링 센터를 통해 트라우마 위기 스크리닝을 진행한 뒤 고위험군 대상 개인 상담과 집단 상담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해당 프로그램에서 심리 치료를 받은 일부 교직원들은 '황당한' 치료 과정이라며 상담을 거부했다.
대전CBS 취재를 종합하면 에듀힐링센터에서는 심리적 불안감을 호소하던 교직원들에게 사건 당일 10여분 정도 집단 상담을 한 뒤 아로마를 뿌려준 뒤 향기를 맡게 하며 호흡법을 알려줬다.
일부 교직원들은 "1:1 상담 등도 하지 않은 채 아로마테라피를 진행해 황당했다"며 "시교육청에 상담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도 가장 우선적으로 세밀한 상담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곽금주 심리학과 교수는 대전CBS와 통화해서 "강력 사건을 목격한 이들에 대한 트라우마 치료에서는 '전문 상담사'와의 상담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곽 교수는 "상담은 본인들이 스스로 이걸 믿을 만하고, 나아질 수 있다는 신념이 깔려야 하는 것"이라며 "그래서 전문가를 찾는 것인데, 거부 반응을 보이면 상담이 제대로 이뤄지기가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런 사건의 경우) 집단 상담과 더불어 개별적으로 개인 상담이 들어가야 하고, 지속적인 상담과 함께 업무 중에도 이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며 "아로마테라피 치료를 하는 경우는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 아로마테라피는 상담이라기보다는 명상할 때 많이 하는 것으로, (트라우마 치료) 효과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심리치료 전문가도 "이들 교사들은 사건이 발생한 현장으로 다시 출근해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사건이 발생한 뒤 1개월 정도 집중 관찰하고 세밀하게 상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시교육청 측은 충격을 받았을 교직원의 심신 증상을 확인하고, 심리적 안정화 기법을 통해 호흡법으로 안정을 시켜주는 작업이었다는 해명이다.
대전시교육청 교육정책과 한 장학관은 CBS와의 통화에서 "보건학 박사이자 임상심리전문가를 통해 (아로마테라피를) 진행한 것으로, 교사들의 마음이 너무 굳어있기 때문에 그 부분을 풀어주기 위해 바로 투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로마테라피를) 불편해하거나, 센터에서 트라우마 치료를 안 받겠다는 의견도 주셔서 외부 트라우마 전문 상담 기관을 연계해 드리기도 했다"면서도 "교사들의 호흡이 올라와 있고, 신체가 경직돼 있을 테니 17개 시도 중 유일하게 교원을 위한 상담 센터가 에듀힐링 센터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돕고 싶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사건 당일 이후로도 교직원들에 대한 트라우마 심리 치료를 병행했으며, 센터 상담사와 외부 연계 기관인 트라우마 전문가가 학교에 나가 위기 스크리닝과 개인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는 게 교육청 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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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CBS 김미성 기자 ms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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