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4 대전 속 유해진의 ‘순한 맛’ 통할까…《달짝지근해》가 주목되는 이유
유해진 “《달짝지근해》는 성인판 《소나기》”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완득이》 《증인》의 이한 감독이 또 한 번 유쾌한 웃음과 감동이 공존하는 드라마를 풀어냈다. 《달짝지근해: 7510》이다. 이미 대전이 예고된 여름 영화 시장에 '코믹 로맨스'라는 흔치 않은 장르로 출사표를 던진 이한 감독은 지난 7일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무엇보다 '재미'가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면서도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보듬어주는 것에서 오는 감동이 웃음보다 좋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여름 시장, 특히 8월은 극장가 최고 성수기로 불린다. 이미 《밀수》 《더 문》 《비공식작전》이 출격했고, 오는 9일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합류하면서 '빅4 대전'이 치러진다. 《달짝지근해》는 대작들이 본격적으로 맞붙은 이후인 광복절에 개봉한다. 수중액션, 우주SF, 레바논을 배경으로 한 버디액션, 재난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 영화 사이에, '과자밖에 모르는 제과 연구원 치호가 긍정적인 마인드를 지닌 일영을 만나며 인생의 '맛'을 버라이어티하게 느끼게 된다'는 무해한 스토리가 등장한다.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한 영화들 사이에서 개봉할 MSG 없는 코믹 로맨스가 주목받는 이유는 뭘까.
유해진을 캐스팅한 이유
이한 감독은 그동안 따뜻한 메시지를 전하는 웰메이드 영화를 연출했다. 《완득이》(2011), 《우아한 거짓말》(2014》, 《오빠생각》(2016), 《증인》(2019)등을 통해 사회 문제와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려 깊게 선보여 왔다. 소통하기 어려운 두 사람이 마음을 나누는 이야기를 풀어낸 《증인》은 많은 이들의 인생작으로 기록됐다. 다양한 연령대가 공감할 수 있는 에피소드가 항상 작품을 뒷받침했다.
이번에도 이한 감독은 따뜻한 메시지를 던진다. 서로 다른 점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자는 메시지다. 그래서 영화는 인간의 주된 감정인 '희노애락'에 초점을 맞췄다. 이한 감독이 유해진을 주연으로 캐스팅한 이유 역시 희노애락의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상대역을 맡은 김희선은 "《삼시세끼》 등의 예능을 통해 본 (유해진의) 모습이 소탈하고 좋았다. 촬영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주는 배우라는 것을 익히 들었던 터라 상대역이라고 했을 때 고민하지 않고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유해진은 이 영화를 '성인판 《소나기》'라고 설명했다. 《소나기》는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소년과 소녀의 순수한 사랑을 담아낸 소설이다. 등장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 영화 《클래식》 등 순수한 로맨스를 다룬 작품들의 모티브가 된 바 있다. 영화는 뒤늦게 풋풋한 사랑을 경험하는 치호와 그 마음을 이끌어내는 일영의 모습을 통해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영화 부제인 7510은 치호와 일영의 이름을 숫자로 표현한 것이다.
출연진은 다양한 연령대가 모두 느낄 수 있는, 또 다르게 느낄 수 있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통해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고 싶다고 했다. 김희선은 "사랑은 공통된 감정이지만, 10~20대 때의 사랑과 나이가 든 이후의 사랑은 또 다르다. 어릴 때는 자신의 감정을 우선시하지만, 나이가 들고 나니 주위 사람들도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한 감독은 "《달짝지근해》는 어떤 커다란 의미를 가지고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두 사람이 가까워지고, 갈등의 과정을 겪으면서 서로를 보듬어주는 장면에 마음이 가는 영화다. 삐뚤어지지 않은 눈으로 가만히 바라보면 모두 다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유해진은 "영화를 촬영하면서 '사랑해요 그대, 있는 모습 그대로'라는 가사가 들어간 우효의 《민들레》라는 노래를 좋아하게 됐다"며 "영화를 보실 때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자'는 메시지에 주목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자극적 콘텐츠 사이 등장한 편안한 영화
《달짝지근해》의 본래 시나리오는 《극한직업》으로 알려진 이병헌 감독이 썼다. 이한 감독은 "이병헌 감독이 작가였던 시절 시나리오를 구입했다"고 밝혔다. 이병헌 감독의 재기발랄함을 놓치지 않는 선에서 동시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를 녹여 각본을 각색했다는 것이 이한 감독의 설명이다. 이한 감독은 전작 《증인》에서도 문지원 작가의 시나리오에 다양한 사람들이 공감할 에피소드를 더해 서사를 확장한 바 있다.
감독과 출연 배우들은 '순한 맛' 영화로서의 장점을 강조했다. 대작들이 여름 영화 시장에 등판해있지만, 잔잔하면서도 따뜻한 사람 사이의 이야기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특히 난무하는 자극적인 콘텐츠 사이에서 무해한 웃음을 선사하며 관객들에게 스며들 수 있는 작품이라는 설명이다. 은숙 역을 맡은 한선화는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편안하게 웃고 감동하며 볼 수 있는 사랑스러운 영화"라고 했고, 김희선은 "우울한 일이 많은 요즘, 두 시간만이라도 아무 생각 없이 가볍게 웃으며 행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달짝지근해》는 정우성이 주연과 연출을 맡은 영화 《보호자》와도 개봉일이 같다. 이한 감독과 정우성은 《증인》을 통해 이미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달짝지근해》에서 카메오로도 출연한 정우성과의 특별한 인연에 대해 이 감독은 "서로 전화 통화를 하면서 같은 날 개봉하는 두 영화가 모두 잘 됐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나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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