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위기, 스포츠로 해법찾자! ..지덕체→ 체덕지로 전환해야 [송전헌의 교육허들 넘기]

송전헌 2023. 8. 8.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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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28일 한강에서 실시한 이음학기의 건강체육활동. 사진 | 동작관악교육지원청


[스포츠서울 | 송전헌기자] 교육현장이 학교폭력과 학부모의 갑질 등으로 얼룩져 한국 사회에 충격을 안기고 있다.

학생간의 폭력은 물론, 교사를 대상으로 한 학생의 폭력, 이와 관련한 학부모의 갑질이 줄을 잇고 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학생에게 폭행당한 교사가 입원했고,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새내기 교사는 교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학부모들의 악성민원이 교사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대전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교사가 옛 제자에게 흉기로 피습당했다. 웹툰작가 주호민은 자신의 자폐아들을 가르치던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높은 교육열로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한국이 교육으로 점점 더 어려움에 빠지는 위험천만한 모습이다.

학교폭력이 끊이지 않고 교권마저 위협받는 교육문제는 우리 사회가 나서야 할 만큼 시급하다. 충격적인 현상에 대처하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경험했다. ‘기본’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 중심에는 스포츠가 있다. 스포츠 활동을 통해 청소년의 스트레스, 공격성, 충동성 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오래전부터 보고되어왔다. 지금도 학교체육 현장에서는 일부 학생의 일탈행위의 원인이 되는 위험 요인을 다양한 스포츠 활동으로 풀어나가려는 시도가 유의미한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학교체육이 한국 교육 선진화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와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지난 10여 년 동안 한국 교육 현장을 취재하며 ‘교육 주도 성장’을 강조해 온 동아일보 교육 전문기자인 이종승 부국장은 한국교육이 어려운 이유는 정치·사회가 뒤를 받치는 ‘교육 소비’ 탓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체덕지(體德智) 교육으로의 전환과 국제 바칼로레아(IB)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다음은 이종승 전문기자와 일문일답.

‘교육소비’ 저자 이종승 교육전문기자가 7월 24일 서울 중구 스포츠서울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교육계에서 벌어지는 일이 충격적이다.

책에서 언급한 ‘교육 소비’의 여파가 생각보다 다양하고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다. 특히 학교 폭력이 걱정이다. 학교폭력은 가해자나 피해자나 그 후유증이 큰데 지금은 학생으로만 그치지 않고 교사 학부모를 비롯해 전 사회적으로 여파가 미치고 있다.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지 않는 한 앞으로 한국 사회는 더 충격적인 일들과 마주할 것이다.

-교육의 본령이란 무엇인가?

안에 있는 것을 끄집어내는 것이다. 교육의 영어인 EDUCATION에 교육의 정의가 들어있다. 아이들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소질을 개발하고 잠재적인 능력을 개발하려면 국·영·수 점수보다 내가 잘하는 것, 재밌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게 중요하다. 이런 바탕 위에 가르치는 것이 더해져야 하는데 한국 교육은 가르치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

-‘교육 소비’에서 체덕지로의 전환을 주장했다.

한국 교육은 공부만 중시하는 짝퉁 지덕체(智德體)의 이념을 밀어내야 산다. 대안이 바로 체덕지다. 지덕체가 필요했던 시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체덕지의 가치가 확산돼야 한다. 점수를 중시하고 경쟁이 당연시됐던 것은 바로 지덕체 때문이다. 체덕지는 AI와의 공존이 일상화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더 중시되어야 한다. 체덕지의 강점은 학교 교육에서뿐만 아니라 평생을 살아가는 다양한 힘을 길러준다는 점에서도 주목받아야 한다.

-체육교육이 활성화하면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가?

진학 위주 교육이 변하지 않는다는 걸 전제로 할 때 아이들이 ‘경쟁 지옥’에서 견딜 수 있는 힘을 준다. 체력은 모든 일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체력이 있어야 공부도 하고 1등도 하고 의대도 가는 것 아닌가. 널리 알려진 존 레이티 하버드대 교수의 ‘운동화 신은 뇌’에서는 고강도의 운동이 뇌 전전두엽을 활성화해 공부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공부를 잘하려면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있는 것보다는 일정 시간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운동을 공부 잘하는 데 쓰는 것으로는 운동의 가치 10분의 1도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영어와 체육 융합수업. 사진 | 동작관악교육지원청


-운동의 더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체력을 바탕으로 시대가 요구하는 4C를 길러주는 데 있다. 소통(Communication), 협업(Collaboration), 창의력(Creativity),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는 100세 시대를 살아갈 기본이다. 또 스포츠 활동을 통해 공정한 경쟁과 아름다운 패배의 가치를 익힐 수 있다. 학교에서는 순위를 강조하지만 순위도 규칙을 지켰을 때 가치가 있다는 걸 스포츠는 깨닫게 한다.

-경쟁 교육이 판을 치고 있는데 학교 체육이 활성화될 수 있을까?

체육보다는 공부가 더 우선시되는 현실을 깨야 한다. 손흥민, 류현진, 김민재 등 스타의 활약이 스포츠의 인식을 많이 변화시켰어도 인성과 진로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데까지는 일반의 인식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체육 교육 확대와 내실화에는 시민의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정부 정책도 시민의 지지가 있어야 구체화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체육교육의 가치를 구현하고 확산하는 일이 중요하다.

-학교 체육의 활성화는 한국 교육 개선에 어떻게 이바지하는가?

먼저 학교폭력 감소에 도움이 된다. 단체 스포츠는 팀원 간의 협력, 소통, 배려를 길러준다. 개인 스포츠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타인을 존중하는 습관이 몸에 배는데 친구를 괴롭히는 학교폭력이 설 자리가 있겠는가.

-구체적으로 누가 역할을 해야 하는가?

체육 교사다. 체육 수업의 가치를 알려야 한다. 다행히 체육 교사들이 변하고 있어서 긍정적이다. 전국에는 2만여 명의 체육 교사들이 있는데 과거와는 달리 체육 수업에 변화를 주고 있다. 또 교무부장, 연구부장 등 학교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체육 교사 출신인 오정훈 서울시 동작 관악교육지원청 교육장을 비롯해 조종현 평촌고 교사, 이민규 병천중 교사 등이 교육 행정과 수업에서 혁신의 마중물이 되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을 중심으로 생태 스포츠가 활발하고, 생태 전환교육 방법론으로 주목받고 있다. 스포츠 가치 확산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두 개념 모두 스포츠가 가진 융합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공존과 실천이 중요해졌다. 생태 스포츠는 인간과 자연과의 공존을 스포츠 가치를 통해 실천하는 것이다. 아울러 생태 전환교육도 지구가 당면한 기후 위기를 교육으로 돌파하자는 것이다. 스포츠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불볕더위와 폭염이 일상화되는 시점에 생태 스포츠가 지향하는 스포츠 본래 가치의 구현을 통한 교육 개선은 곡 시도되어야 한다. 아울러 서울시 교육청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생태 전환교육이 생태 스포츠라는 쉬운 방법론을 택한다면 정책화에도 탄력을 받을 것이다.

junu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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