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쿨타임 돈 '게임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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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흉흉하다.
과거에는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이 발생하면 게임을 원인으로 지목하던 시절도 있었다.
총칼로 사람을 죽이는 게임에 '뇌가 절여진' 아이들이 현실을 구분 못 하고 사고를 친다는 논리다.
게임을 많이 하면 아이들의 뇌가 짐승처럼 변한다는 이른바 '짐승뇌' 논란은 2010년대 게임 규제 세력의 이론적 무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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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문영수 기자] 세상이 흉흉하다. 바깥 출입하기가 꺼려질 정도다. 우리가 일상을 거닐던 곳곳에서 묻지마 칼부림이 벌어지고 살인 예고 글을 올려 검거된 이들이 벌써 수십 명이 넘었다.
이러한 참극이 연이어 벌어지는 이유를 콕 집어 말할 순 없을 것이다. 팍팍해진 사회 분위기와 한층 무거워진 삶의 무게 등 복합적인 사유가 한데 얽혀 발생했다고 조심스럽게 추정할 뿐이다.
과거에는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이 발생하면 게임을 원인으로 지목하던 시절도 있었다. 총칼로 사람을 죽이는 게임에 '뇌가 절여진' 아이들이 현실을 구분 못 하고 사고를 친다는 논리다. 게임을 많이 하면 아이들의 뇌가 짐승처럼 변한다는 이른바 '짐승뇌' 논란은 2010년대 게임 규제 세력의 이론적 무장이 됐다.
짐승뇌 이론은 일본의 모리 아키오 교수의 저서 '게임뇌의 공포(2002)'를 통해 처음 소개된 이론이다. 게임에 빠진 아이들은 전두엽 발달이 늦어진다는 내용으로 과학적 증명, 객관성을 충족하지 못해 학계 정설로 인정받지 못했다.
이후 게임과 폭력성의 인과 관계는 무관하다는 연구가 쏟아졌고 게임의 인식 개선도 함께 이뤄지면서 맹목적인 게임 탓은 사그라들었다. 총기 난사로 매해 수십에서 많게는 수백명이 사망하는 미국에서 게임이 '주범'으로 거론되자 스탠포드 대학 브레인스톰 연구소는 82개의 의학 연구 논문을 검토한 결과 총기 난사와 게임의 인과 관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결론내린 사실이 올해 3월 외신을 통해 보도됐다.
독일 하노버 의과대학은 게임 이용자와 비게임 이용자를 구분해 연구한 결과 두 그룹의 공격성 및 뇌 반응은 차이가 없었다는 결과를 2017년 발표하기도 했다.
이 와중에 최근 벌어진 묻지마 칼부림의 원인이 게임이라는 철 지난 보도가 하나둘 등장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게임 용어로 치면 '쿨타임'이 돈 셈인데, 관련 보도를 접한 독자들이 댓글로 '헛소리 말라'며 융단 폭격을 가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 또한 눈여겨볼 대목이다.
맹목적인 '게임 악마화' 선동이 더는 통하지 않을 만큼 게임을 즐기는 독자들이 늘었다는 의미로 읽힌다. 애꿎은 게임 때려잡기에 힘을 쏟는 대신 더욱 안전한 사회 구축을 위한 '본질적' 방안 마련에 지혜를 모을 때다.
/문영수 기자(mj@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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