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세계적 자원부국, 베네수엘라는 지금?
[앵커]
세계적인 자원 부국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제가 파탄 상태인 남미 국가가 있습니다.
바로 베네수엘라인데요.
베네수엘라 경제의 현황과 경제 파탄이 지속되고 있는 이유 알아봅니다.
임수진 대구가톨릭대 스페인어중남미학과 교수 연결돼 있습니다.
베네수엘라 경제 파탄 관련 외신을 접한 지 수년이 지났는데, 현재 베네수엘라 경제 상황은 어떻습니까?
[답변]
최근 10년간 베네수엘라 경제는 빠르게 쇠락하였습니다.
최악의 상황이었던 2020년과 비교하면 현재 환율과 인플레이션은 진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 IMF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총생산 GDP는 931억 달러로 2013년 GDP의 1/4 수준입니다.
2018년 65,374%까지 치솟았던 인플레이션도 400%대까지 하락하였지만, 물가상승률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높습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5인 가족 기준으로 한 달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식품 구매 비용을 130 볼리바르, 약 511달러로 정해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저임금은 한 달 4.48 달러에 불과하기 때문에 최소 식비의 1/100에도 못 미치는 수입으로 살아가고 있는 겁니다.
지난 6월까지 생존을 위해 베네수엘라를 떠난 이민자는 730만 명이 넘는데요.
일부 국민들은 해외로 이주한 가족들이 송금해주는 돈으로 생활하지만, 국민 81%는 빈곤층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앵커]
자원부국 베네수엘라 경제가 이렇게 된 원인으로 이른바 대중영합주의 포퓰리즘이 꼽히고 있지 않습니까?
[답변]
베네수엘라는 원유 매장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가입니다.
그만큼 석유 산업은 정부 재정의 가장 핵심적인 수입원인데요.
1999년 집권한 차베스 대통령은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무상의료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사회적 지출 예산을 크게 증액하였습니다.
이 시기에는 국제유가가 100달러 선이라 경제가 좋았지만, 2014년부터 20~30달러대까지 폭락하면서 복지 예산이 부족하게 된 겁니다.
2018년 마두로 현 대통령은 경제난 해소를 위해 새로운 단위의 화폐를 만들고 계속 돈을 찍어냈습니다.
결국 화폐가치가 절하되어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일어났고요.
정부가 시행한 가격 통제와 임금인상 조치가 식품 및 생필품 공급 부족을 불러오면서 경제 위기가 심화한 것입니다.
그런데도 베네수엘라 정부는 올해 국가 예산의 77.1%를 사회적 지출 예산으로 편성했습니다.
[앵커]
베네수엘라는 또 미국의 경제 제재도 받고 있죠? 이 제재 때문에도 베네수엘라 경제가 안 좋은 거잖아요.
[답변]
미국은 2006년 시작한 제재를 지속적으로 강화하여 현재는 927개 제재를 가하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PDVSA)에 대한 제재뿐만 아니라 베네수엘라와 거래하는 국내외 기업 및 국가도 제재 대상에 올랐습니다.
정부 재정의 주요 수입원인 석유산업을 제재함으로써 마두로 정권 퇴진을 압박하기 위함인데요.
베네수엘라 정부는 2020년 말 민간 투자를 증진하고 달러 통용화를 시행하는 등 경제 자유화 개혁, 즉 반(反)봉쇄법을 만들어 경제 위기 진정세를 이끌어냈고요.
지난 해 미국이 유가 안정을 위해 일시적으로 경제제재를 완화하면서 조건으로 내세웠던 것이 마두로 정권과 야권의 협상이었는데, 현재 교착상태에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삶이 크게 피폐해져 스스로 민주주의를 회복할 동력을 잃었고, 오히려 마두로 정권에게 ‘반미’의 명분만 줬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앵커]
그동안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되었던 베네수엘라의 현재 외교정책 방향도 궁금합니다.
[답변]
지난 5월 마두로 대통령이 남미정상회의에 참석하면서 외교무대 복귀를 알렸습니다.
남미 정상들 모두가 마두로 정권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브라질 룰라 대통령의 지원을 받으면서 지난주에는 브릭스(BRICS) 가입 신청도 했습니다.
내년에는 대선이 예정되어 있는데요.
베네수엘라 당국은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였던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에 대해 공공윤리와 법치주의 등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15년 공직 제한 명령을 내려 사실상 피선거권을 박탈했습니다.
EU의 선거감시단 파견도 거부하였는데요.
역내 우호국가들, 러시아, 중국 등 제3국과의 외교를 확대하여 미국과의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 가려는 의도가 강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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