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안팔려” 中 기업, 눈물의 가격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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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징후가 짙어지고 있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자 기업들이 너도나도 가격 인하에 나서는 생존형 경영에 나서면서 디플레이션 위기를 더욱 부추기는 형국이다.
글로벌 수요 악화와 이로 인한 중국 공장들의 재고 증가가 물가 하락의 배경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내수 경기까지 위축되면서 가격 하락 압력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물가 하락이 지속될 경우 중국이 일본식 장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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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기로 놓인 기업 앞다퉈 할인 행사
더욱 짙어지는 중국 디플레이션 징후
중국의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징후가 짙어지고 있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자 기업들이 너도나도 가격 인하에 나서는 생존형 경영에 나서면서 디플레이션 위기를 더욱 부추기는 형국이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최근 중국에서 소비재를 중심으로 가격 인하 바람이 거세다고 전했다. 중국 원저우의 한 가죽신발 납품업체는 1년 전보다 가격을 3%가량 낮췄다. 업체 측은 “이윤을 줄여서라도 살아 남기 위해서다”고 말했다.
상하이에서 각종 식품과 소비재를 할인가에 구입 후 재판매하고 있는 비비안 펑씨는 공급업체들이 높은 재고와 수요 부진으로 올해 가격을 크게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유명한 의류브랜드의 경우 지난 2021년까지만 해도 공동구매 진행 시 원래 가격의 40%에 제공해줬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10% 이하에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조업체들은 이윤은 커녕 재고 처리에 급급하다. 너도나도 납품가격 인하에 뛰어들면서 출혈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저장성에 본사를 둔 직물 제조업체 지야오섬유는 원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최근 공장가를 5% 낮췄다. 첸 유빙 지야오 섬유 매니저는 “사람들이 옷을 사기 위해 돈을 쓰지 않고 있다”면서 “많은 공장들이 제품을 팔기 위해 가격을 깎으면서 악순환이 빚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블룸버그는 기업들의 가격 인하전이 디플레이션 위기를 더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글로벌 주요국가들이 최악의 인플레이션과 씨름하는 반면 중국은 물가 하락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 6월의 경우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0%에 그쳤다. 생산자 물가 역시 석탄과 원유 등 주요 원자재 가격 하락과 함께 지난해 10월부터 줄곧 전년대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수요 악화와 이로 인한 중국 공장들의 재고 증가가 물가 하락의 배경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내수 경기까지 위축되면서 가격 하락 압력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게다가 테슬라 주도의 가격인하 경쟁으로 자동차시장 전반의 가격이 떨어지고,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은 주택 가격마저 끌어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블룸버그는 9일 발표되는 중국의 7월 CPI 상승률이 전년대비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가 동시에 떨어지는 것은 2020년 말 이후 처음이다. 매체는 올해 중국의 연간 물가 상승률이 2009년 이래 가장 낮은 0.8%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물가 하락이 지속될 경우 중국이 일본식 장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상품 가격이 떨어지면 소비자들이 구매를 미루게 되고, 이것이 기업의 이윤 감소와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결국에는 경기 침체라는 결말을 맞게 될 것이란 관측이다. 일본은 1995년께 첫 디플레이션을 목격한 이래 현재까지도 높은 물가상승률을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이 정부의 경기부양책으로 올해 말 성장 동력을 되찾는다면 추가 디플레이션은 피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노무라는 연말께 중국의 인플레이션이 플러스로 전환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켄 청 미즈호은행 수석 아시아 외환 전략가는 “중국의 지속적인 경제지표 약세와 더불어 일자리 감소, 급여 삭감의 잠재적 위험성을 감안하면 가계가 소비에 더욱 신중을 기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다만 디플레이션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중앙은행이 추가적인 통화 완화 조치를 내놓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손미정 기자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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