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지업으로 헛스윙 5개 유도…류현진 수술 전과 가까워진 구위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아쉬운 장면은 무릎에 공을 맞은 마지막 순간뿐이었다.
타구에 맞는 불운 탓에 4이닝만 던지긴 했지만,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은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 이후 두 번째 등판에서 첫 등판보다 훨씬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류현진은 8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2023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의 방문 경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동안 안타를 내주지 않는 '노히트 피칭'을 했다.
볼넷은 1개를 내줬고, 삼진 2개를 잡았다.
지난 2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에서 류현진은 경기 초반에 고전하며 5이닝 9피안타(1홈런) 4실점 해 패전투수가 됐다.
하지만, 두 번째 등판에서는 실점과 피안타 없이 4이닝을 막았다.
볼티모어 타선이 아메리칸리그 OPS(출루율+장타율) 0.743으로 6위, 클리블랜드 타선이 0.693으로 11위라는 점을 고려해도 류현진이 두 번째 등판에서 보인 모습은 고무적이었다.
류현진은 볼티모어를 상대로 장타 4개(홈런 1개, 2루타 3개)를 허용했다.
시속 100마일(약 161㎞)을 넘는 타구도 5개나 내줬다. 1회 라이언 마운트캐슬이 친 2루타는 시속 110.3마일(177.5㎞)로 날아갔다.
하지만, 클리블랜드와의 경기에서는 시속 100마일이 넘는 타구를 단 한 개도 허용하지 않았다.
류현진이 마운드를 지키는 동안 클리블랜드 타자가 친 가장 빠른 타구는 1회 호세 라미레스의 우익수 직선타였다. 타구 속력은 시속 99.4마일(160㎞)로 측정됐다.
두 번째로 빠른 타구가 4회 류현진의 무릎을 강타한 공이었다. 오스카 곤살레스가 친 타구의 속력은 시속 97.7마일(157㎞)이었다.
류현진은 곤살레스 타구에 맞아 넘어졌지만, 다시 일어나 정확한 송구로 이닝을 끝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5회에는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MLB닷컴은 "류현진이 오른쪽 무릎 타박상으로 조기에 마운드를 떠났다. 팔꿈치 수술을 받고 복귀한 류현진에게 가혹한 상황이었다"며 "류현진은 한동안 그라운드에 앉아 있었지만, 자신의 힘으로 일어나 걸어서 더그아웃으로 들어왔다"고 전했다. 큰 부상은 피했다는 뉘앙스였다.
MLB닷컴은 "류현진은 주 무기인 체인지업을 활용해 강한 타구를 내주지 않고, 4이닝 무피안타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고 이날 류현진의 호투를 조명하기도 했다.
이 매체의 평가대로, 류현진의 체인지업이 살아난 점은 고무적이다.
류현진은 클리블랜드와의 경기에서 체인지업 11개를 던져 9번 타자의 스윙을 끌어냈다. 이 중 5번이 헛스윙이었다.
2회 2사 후 가브리엘 아리아스를 상대로 1볼에서 체인지업 3개를 연속해서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아낸 장면은 이날 호투의 백미였다.
류현진은 1일 볼티모어전에서는 주 무기 체인지업(22개)의 제구가 예전처럼 날카롭지 않아 위기 때는 커브(20개)를 결정구로 사용했다. 당시 류현진은 체인지업으로 단 한 번의 헛스윙만 유도했다.
클리블랜드전에서는 체인지업과 커브(10개) 모두 날카롭게 떨어졌다.
류현진의 클리블랜드전 직구 구속은 최고 시속 90.7마일(146㎞), 평균 구속은 시속 88.8마일(143㎞)로, 지난 볼티모어전 최고 시속 91마일(약 146.5㎞), 평균 시속 89마일(약 143㎞)과 비슷했다.
하지만, 체인지업과 직구의 조화로 '직구 체감 속도'를 높였다.
불의의 부상으로 클리블랜드와의 경기에서도 류현진은 선발승을 챙기지는 못했지만, 볼티모어전(3-13 토론토 패배)과 달리 이날은 토론토가 클리블랜드를 3-1로 꺾었다. 류현진의 초반 역투도 토론토 승리의 밀알이 됐다.
무릎 타박상 여파로 류현진의 다음 등판 일정은 알 수 없다. 하지만, 류현진의 구위가 '수술 전'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건 확인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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