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석의 축구 한 잔] PSG 방한 때 전혀 안 느껴진 엑스포, 쿠팡플레이만 뛰고 부산광역시는 없었다
(베스트 일레븐=부산)
▲ 김태석의 축구 한 잔
거의 한 달 동안 시끄러웠다.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에서 열린 2023 쿠팡플레이 시리즈 파리 생제르맹과 전북 현대의 친선전을 두고 하는 말이다. 2030 부산 엑스포 유치를 기원하기 위한 이벤트 매치라는 명목 때문에 이 도시를 연고로 하는 부산 아이파크가 졸지에 제3의 팀에 안방을 내줘야 했던 이 사안을 두고 옳은 처사인지에 대한 축구팬들의 분노가 일었다.
그런데 막상 8월 3일 이 경기 현장을 찾았더니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분명히 부산 엑스포 유치를 기원하기 위한 경기였다. 파리 생제르맹이라는 슈퍼 클럽의 경기를 유치해 대외적으로 부산 엑스포 유치 의지를 알리려는 무언가가 있어야 했지만 그런 기색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LED A보드 광고 정도를 제외하고는 엑스포 유치 기원과 관련한 메시지를 볼 수 없었다. 심지어 박형준 시장 등 그 논란을 일으키면서까지 이 경기를 추진했던 부산광역시 고위 인사들의 모습도 볼 수 없었다.
그래서 그 경기는, 아무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주최측인 쿠팡플레이가 그저 자사 홍보와 티켓 수익을 얻기 위해 벌인 이벤트처럼 비쳤을 것이다.
이럴 줄 알았다면 부산에서 안 했을 이벤트
이 경기 개최와 관련된 여러 K리그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이 경기가 꼭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부산광역시의 태도는 매우 불성실했다. 여기서는 이를 종합해 설명한다.
제대로 된 협의도 없이 경기장에서 밀려나게 되어 가변좌석 착탈 비용, 시즌권자 환불 문제 등 각종 문제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낸 부산 아이파크의 안타까운 사정은 이미 여러 미디어를 통해 소개되어 잘 알려져 있다. 이들은 20년 전 모기업이 거액을 들여 지은 클럽하우스 역시 기부채납 기간이 끝난 지난해 말부터 임대료를 내고 있다. 직원들의 설명에 따르면 클럽하우스 주차비도 착실하게 내고 있다고 한다. 어쨌든 이 건은 쿠팡플레이 시리즈 사안과는 관계가 없으니 차후에 짚겠다.
여기서는 경기를 주최한 쿠팡플레이가 느낀 불합리함을 더 조명하겠다. 쿠팡플레이는 굳이 부산이 아니어도 파리 생제르맹을 활용한 이벤트 매치가 가능했다. 지난 2년간 매머드 이벤트 경기를 매우 훌륭하게 치르며 축구팬들의 찬사를 받은 쿠팡플레이의 역량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그런 그들이 촉박한 일정을 마다하지 않고 이번 경기를 기획한 건 엑스포 홍보에 열을 올리던 부산광역시의 제안 때문이었다. 그들은 모든 지원을 하겠다는 부산광역시의 제안을 믿고 엑스포 유치라는 대의에 힘을 보태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이후 경기 개최 소식이 미디어를 통해 전해진 후 벌어진 상황 때문에 무척 어수선해졌다. 익히 알려졌듯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을 쓰고 있던 부산 아이파크가 전혀 이 사실을 몰랐다. 부산 아이파크는 부산광역시의 일방 통보를 받았을 뿐이었는데, 부산 아이파크와 같은 축구계에 몸담은 쿠팡플레이에게는 이처럼 교통 정리를 하지 않는 부산광역시의 태도에 무척 당황했다.
K리그 사정에 밝은 이는 "집주인(부산광역시)-기존 세입자(부산 아이파크)-신규 세입자(쿠팡플레이)의 관계였다"고 비유했다. 집주인이 신규 세입자를 받고 싶다면 기존 세입자 문제를 먼저 정리해야 한다. 이건 상식이다. 그런데 집주인이 고의로 이중 계약을 하는 바람에 기존 세입자와 신규 세입자가 서로 갈등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더 문제인 건 집주인이 을끼리 싸움을 붙이고 쏙 빠지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이 경기를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 발로 뛴 건 어이없게도 부산광역시가 아니라 쿠팡플레이였다.
이 경기 개최 소식이 대외적으로 터진 직후인 7월 10일, 부산 아이파크가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자 가장 빠르게 반응한 건 부산광역시가 아니라 쿠팡플레이였다. 쿠팡플레이 관계자들이 10일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2 2023 김천 상무 원정에 임하던 부산 아이파크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기 위해 한걸음에 김천 종합운동장으로 달려가 그들을 달래려 했다.
뿐만 아니다. 쿠팡플레이는 부산 아이파크와 그들의 팬들이 나름 만족할 만한 보상책을 지속적으로 논의했다. 서로의 뜻을 전하고 그 과정에서 감정도 상하는 일도 없지 않았지만 어쨌든 최대한 부산 아이파크와 팬들을 도우려 했다. 그리고 부산 아이파크 측의 요구사항을 접수하고 이를 조율한 뒤 부산광역시에 전달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쿠팡플레이로서는 제안받고 일을 추진한 처지라 현실적으로 이게 온당한 방법으로 여겼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부산 아이파크의 건의를 받고 부산광역시 측을 만난 쿠팡플레이는 조례 때문에 안 된다는 차가운 답변만 받았다. 결국 그 보상책은 쿠팡플레이가 마련하는 선에서 끝났다고 한다. K리그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부산 아이파크의 가변좌석에는 서포터스 전용 좌석이 없다고 한다. 쿠팡플레이에서 부산 서포터스들을 위한 골대 뒤 가변좌석을 제작하기로 했다. 약 200석으로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정리하자면, 쿠팡플레이가 자신들의 주머니까지 털어가며 어떻게든 보기 좋은 모양새로 마무리 지으려고 한 것이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 보면 이마저도 사실 어이없는 일이다. 이런 수습은 쿠팡플레이가 아니라 부산광역시가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부산광역시는 무엇을 했을까? 아주 손을 놓고 있던 건 아니다. K리그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부산광역시는 부산 아이파크 측에 8월 이후부터 엑스포 개최지가 결정되는 11월까지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본래 예정되어 있던 네 차례 이벤트 중 경기 일정이 안 겹치는 이벤트를 딱 한 번만 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그냥 밀어 부칠 수 있는 이벤트 릴레이를 최대한 줄이고 딱 한 번만 하겠다는 이 얘기를 고마워해야 할지 모르겠으나, 이에 따르면 부산 아이파크는 자칫하면 이번 시즌이 끝나기 전에 또 이사를 할 수도 있는 판이다.
그리고 부산광역시는 자신들이 엑스포 유치 기원을 명목으로 끌어들인 쿠팡플레이에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의 경기장 대관료도 챙겼다. 또, '조례' 때문으로 보이지만, 엑스포 유치 기원이라는 대의명분은 어디에 있는지 의문이다. 이럴 줄 알았다면 쿠팡플레이가 과연 부산에서 이 경기를 열었을까? 부산광역시는 점점 쏙 빠지고, 알고 보면 서로 얼굴 붉힐 일 없는 쿠팡플레이와 부산 아이파크만 속만 상한 경기였다.
글·사진=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쿠팡플레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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