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해커, ‘ICBM·극초음속 미사일 설계’ 러시아 회사 해킹”

신기섭 2023. 8. 8.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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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소속으로 추정되는 해커 집단이 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 설계 회사를 해킹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미국 보안 기업이 7일(현지시각) 밝혔다.

미국 보안 기업 '센티늘원'은 이날 자사 누리집을 통해 '스카크러프트'라는 집단과 '래저러스'라는 집단이 지난 2021년 말부터 5개월 이상 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 설계 회사 '엔피오(NPO) 마시노스트로예니야'의 전자우편 서버와 내부 통신망에 침투한 흔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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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안기업, 러시아 회사의 유출된 내부 통신 분석해 확인
러시아 해군의 구축함이 2022년 2월19일 러시아 북서부 백해에서 지르콘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고 있다. 이 미사일을 설계한 기업을 북한 해커들이 해킹한 것으로 드러났다. 백해/타스 연합뉴스

북한 소속으로 추정되는 해커 집단이 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 설계 회사를 해킹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미국 보안 기업이 7일(현지시각) 밝혔다.

미국 보안 기업 ‘센티늘원’은 이날 자사 누리집을 통해 ‘스카크러프트’라는 집단과 ‘래저러스’라는 집단이 지난 2021년 말부터 5개월 이상 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 설계 회사 ‘엔피오(NPO) 마시노스트로예니야’의 전자우편 서버와 내부 통신망에 침투한 흔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두 해커 집단은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인근 도시 레우토프에 있는 이 회사의 내부 통신망에 ‘뒷문’(백도어)에 해당하는 허점을 만들어 정보를 빼내려 한 것으로 분석됐다.

스카크러프트와 래저러스는 북한 정부의 지원을 받는 해커 집단으로 알려져 있다. 센티늘원은 “두 집단이 어떤 관계인지는 확언할 수 없지만, 정보를 공유할 가능성이 있다”며 “중요한 표적을 대상으로 한 공격에는 개별 해커 집단 여럿에게 동시에 임무를 부여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해커 집단이 우방국인 러시아를 상대로 해킹을 시도한 사실이 외부로 상세하게 공개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엔피오 마시노스트로예니야는 소련 시절인 1944년 설립된 로켓 설계 전문 기업이며, 러시아가 최근 실전 배치한 극초음속 미사일 설계를 맡았다.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19년 2월20일 이 회사가 설계한 극초음속 미사일 ‘지르콘’을 공개하면서 이 미사일이 음속의 9배에 달하는 속도로 비행할 수 있는 강력한 새 무기라고 소개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해까지 여러차례 지르콘의 시험 발사를 실시한 뒤 지난 1월에 대서양 함대에 실전 배치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 회사가 보유한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 위성 기술, 차세대 탄도 무기 기술은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는 북한이 큰 관심을 기울이는 기술들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해킹 사실은, 엔피오 마시노스트로예니야의 정보기술 담당자가 보안 전문가 정보 교환용 포털에 실수로 자사 내부에서 오고간 통신 내용들을 올리면서 외부로 알려지게 됐다. 센티늘원의 연구원들은 유출된 통신 내용을 철저하게 분석한 결과, 엔피오 마시노스트로예니야가 전모를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광범한 해킹 흔적을 파악할 수 있었다.

센티늘원의 연구원 톰 헤걸은 해커들이 전자우편을 읽고 내부 통신망을 돌아다니며 자료를 빼낼 수 있을 정도로 깊숙이 침투한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이번 발견은 보통 외부에 공개되지 않거나 발각되지 않는 비밀스런 해킹 공격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보여주는 흔치 않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유럽의 미사일 전문가 마르쿠스 실러는 북한이 지르콘 미사일 관련 정보를 얻었다고 할지라도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기술을 확보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그는 “설계 계획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미사일 개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이 회사가 러시아 최고의 미사일 설계 회사인 만큼 해킹의 주요 표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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