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태도논란' 박서준·팬 쌍방 품앗이…박보영 배려는 아쉽다
조연경 기자 2023. 8. 8. 10:54
'오해가 있었던' 무대인사 태도 논란은 박서준의 해명과 팬 본인의 등판으로 일단락 될 듯 보이지만 그럼에도 남은 씁쓸한 뒷맛과 일부 대중에게 콕 박혀 버린 미운털은 당분간 쉽게 뽑아낼 수 없는 모양새다. 물론 팬들만 있으면 무서울 게 없다는 박서준이기에 대중의 시선은 후순위다.
9일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엄태화 감독)' 개봉을 앞두고 있는 박서준은 감독, 배우들과 함께 지난 5일 부산, 6일 대구 지역을 찾아 개봉 전 무대인사를 진행했다. 누구도 예견하지 못했지만 이번 무대인사는 박서준에게는 재난과 다름 없는 자리가 됐다. 예고 없는 스킨십 피해를 입었고, 태도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직캠과 SNS 등의 발달로 영화 무대인사는 이제 단순히 해당 관 안에 있는 관객들과 감사 인사만 나누는 자리가 아닌, 외부에서도 실시간으로 공유가 가능한 일종의 반공식 행사가 됐다. 대부분 분위기가 좋기 마련이기에 영화에 대한 입소문 홍보는 물론, 참여하는 배우들의 호감도를 높이는 일환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박서준의 무대인사 역시 팬들의 카메라에 담겼지만 이번엔 여러 아쉬운 반응을 이끌어냈고, 최근 다양한 이슈들과 맞물려 결국 박서준이 팬들에게 직접 글을 남기는 결과로 이어졌다. 하나하나 조목조목 해명하고 반박하는 그의 글에서 '더 이상의 오해는 거부한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박서준이 피해를 입은 건 한 여성의 난데 없는 스킨십. 좌석 번호를 호명해 해당 관객에게 선물을 증정하는 이벤트에서 호명되지 않은 여성이 무대로 나가 박서준을 끌어안는 돌발 행동을 보였고 이병헌까지 안으려는 사이 제지 당했다. 이는 엄연한 성추행으로, 무대가 어렵고 사생활 노출을 꺼리게 됐다는 박서준을 더 당혹스럽게 했을 터다.
이에 대해 박서준은 '상황 인지를 못했고 파악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고개를 돌아보니 누군가가 안겨있었다. 술 냄새가 많이 나기도 했고 '이 분이 실수하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황스럽긴 했지만 기분 좋게 마무리하려 노력했다. 경호원 형님들이 사과해 주셨는데 '괜찮다'고 잘 넘겼다. 걱정하지 마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다른 상황은 이른바 머리띠 논란. 박서준의 팬이 선물한 커플 머리띠를 박보영이 건네 받으면서 하나는 착용, 다른 하나는 박서준에게 착용을 요청했지만 박서준이 헤어스타일을 이유로 거절하는 듯한 모습이 영상으로 담겼고, 대다수 커뮤니티에서 이슈로 떠오르며 갑론을박을 불러 일으켰다.
결과적으로 박서준은 헤어스타일 때문에 머리띠를 쓰지 않은 것이 맞았다. 다만 일부 추측에는 오해도 있었다. 박서준은 '무대인사를 다닐 때 땀이 정말 많이 나더라. 그 날은 올린 머리로 결정하고 스프레이를 많이 뿌려 움직이지도 않게 고정했다. 그 상태에선 머리에 뭘 쓰거나 하면 두피가 좀 많이 아프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스스로도 '핑계 같긴 하지만'이라고 덧붙인 박서준은 '여러분은 아시지 않나. 저 그런 거 아무 거리낌 없이 잘 한다'며 다양한 댓글을 꼼꼼히 읽어본 듯 '보영 씨가 머리띠를 들고 있게 해 민망하겠다'는 말씀도 많은데 저는 그게 제 것이라 생각 못했고 보영 씨 팬 분이 드린 것인 줄 알았다.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보영 씨와 원만하게 사이좋게 잘 지낸다'며 과장이 가미 된 일각의 박보영과 불화 시선을 원천 차단하면서 '어제 일로 미안해 하시길래 '미안해 하지 마시고 남은 일정 잘 소화하자'고 말씀드렸다'고 적었다.
그리고 대중은 다시 이 포인트를 지적하고 나섰다. 박보영이 어떤 의미로 미안해 했는지는 당연히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이를 언급하고, 결과적으로 박서준과 팬이 발생 시킨 일을 실질적으로 아무 잘못도 없는 박보영이 같이 무대인사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미안하다' 말까지 하게 만든 상황에 대한 불편한 시선이 남은 것도 사실이다.
이는 해당 머리띠를 건넨 박서준의 팬이 직접 전한 글과도 연계돼 씁쓸함을 더했다. 팬은 자신으로 인해 박서준이 예기치 못한 논란에 휩싸이자 '박서준에게 주려던 머리띠를 박보영에게 급하게 전달했지만 박서준에게 써 달라고 한 건 내가 아니다. 박서준의 다른 팬서비스는 좋았다. 머리띠를 준 당사자인 제가 괜찮다'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박서준은 팬들을 위해, 팬은 박서준을 위해 어떻게든 감싸고 다독이려는 노력을 보였지만 그 사이에 정작 박보영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표현이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어차피 남긴 글, 아주 단순하게 박서준은 본인의 오해였으니 '보영 님이 미안해 할 일 아니다' 팬은 '머리띠를 받아 준 보영 님께는 감사하다'는 한 문장의 인사만 했더라도 정말 훈훈하게 마무리 지을 수 있지 않았을까.
'애초 그렇게 욕 먹을 일이 아니었다' 해도, 수 많은 대중이 비슷하게 반응하고 박서준과 팬이 글까지 남겼을 땐 이미 가벼운 해프닝이 아니다. 당장의 수습을 위해 서로에게 서로만 보였는지는 몰라도 같은 의미에서 제 3자인 대중의 눈에는 박보영이 더 눈에 들어왔다. '박보영에 과하게 자아의탁 한다. 말 끝마다 꼬투리를 잡으려 한다'고 한다면 이번엔 '그렇다' 답하더라도 (우리라도) 박보영을 보듬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혹여 만약 반대의 상황이었다면 박서준을 보듬었을 터. 상황에 따른 대처가 아쉽다는 뜻이다.
박서준에 대한 성토가 열린 건, 몇 초 짜리의 영상 하나 때문은 분명 아니다. 알게 모르게 쌓이고 쌓였던 태도에 대한 의아함이 명백한 계기로 불 붙었다. 이 또한 아는 듯 박서준은 가장 최근인 '샤넬 행사 하트 거부'를 끌어 올리며 '팬 분들에게는 마음이 많이 열려 그런 요청이 덜 부끄럽고 '잘 해야지' 마음을 먹는데 공식 석상에서는 솔직히 어렵더라. 눈 꾹 감고 하면 되는데 잘 안 되는 게 쉽지 않다. 그날은 브랜드 쪽에서도 '하트 요청은 지양해 달라'고 말씀하셨고 그 말을 지키려고 했을 뿐이다'고 설명했다.
대과거 신인 시절 선배들 사이에서 센터에 서지 않기 위해 종이 인형처럼 팔랑 거리던 박서준을 지금까지 원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이건 어렵고, 저건 이유가 있고, 말 없이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만 한다고 무게감이 생겨 보이는 것도 아니다. 에너지 넘치는 청춘 스타로, 넘사벽 피지컬에도 친근하고 센스 넘치는 매력이 돋보여 사랑 받은 박서준이다. 너무 바쁜 탓인지, 매너리즘에 빠진 것인지 본연의 재능이라 여겨졌던 특유의 여유와 센스가 발휘되지 못하는 여러 상황들이 애정 만큼의 안타까움을 동반한다.
그래도 박서준 덕분에 수 많은 배우들의 머리띠 사진은 원 없이 구경했다. 대부분 박서준보다 선배, 불혹과 지천명을 넘나드는 형님들이라 웃음을 더했다. 따지고 보면 그 형님들도 과거에는 예민하게 폼 잡던 시절들이 다 있었다. 박서준의 삼십춘기가 물 흐르듯 흘러가길 희망하며, 박서준은 당초 12일 토요일 하루만 참석 가능했던 '콘크리트 유토피아' 무대인사에 개봉일인 9일에도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이젠 작품으로 보여줄 때. 역대급 평가를 받고 있는 작품에서 박서준은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주목된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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