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 피하자 157.2㎞ 타구 강습' 류현진, 야속한 타박상…美 '4이닝 노히터' 극찬, TOR는 4연승 질주(종합)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류현진(36,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첫 승 도전이 부상으로 무산됐다.
류현진은 8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무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이어 갔다. 투구 수는 52개에 불과했고, 13타자를 상대하면서 볼넷 1개로 내보낸 게 전부일 정도로 페이스가 좋았는데 뜻밖의 부상으로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부상 정도는 심하지 않아 토론토와 류현진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토론토 구단은 "오른쪽 무릎 타박상"이라고 알리며 큰 부상은 피했다고 설명했다.
토론토는 3-1로 승리해 4연승 행진을 이어 갔다. 시즌 성적은 64승50패를 기록해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 3위를 유지하며 가을 희망을 이어 갔다.
# 뜻밖의 부상, 류현진 클리블랜드전 강세는 계속…美 '4이닝 노히터' 극찬
류현진은 클리블랜드 상대로 좋은 기억이 많다. 2014년 1경기, 2021년 2경기를 통틀어 모두 3경기에 선발 등판해 2승무패, 19이닝, 평균자책점 2.84를 기록했다. 프로그레시브필드에는 2021년 한 차례 등판해 5이닝 2실점 투구로 승리를 챙긴 좋은 기억이 있었다.
물론 과거 3차례 등판 때와 클리블랜드 라인업은 변동이 있었다. 클리블랜드는 스티븐 콴(좌익수)-안드레스 히메네스(2루수)-호세 라미레스(3루수)-오스카 곤살레스(지명타자)-콜 칼훈(우익수)-가브리엘 아리아스(1루수)-브라이언 로치오(유격수)-마일스 스트로(중견수)-보 네일러(포수)를 선발로 내보내 류현진을 공략하고자 했다.
류현진은 최고 구속 90.7마일(145.9㎞), 평균 구속 88.8마일(142.9㎞)로 형성된 직구(26개)에 체인지업(11개) 커브(10개) 커터(5개) 등 변화구를 적절히 섞어 타이밍을 뺏었다. 체인지업은 평균 구속 78.4마일(126.1㎞)로 직구와 10마일 정도 차이 나게 던지면서 효과를 봤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MLB.com은 "류현진은 트레이드마크인 체인지업을 보여주고 하드 콘택트를 피하는 투구를 훨씬 잘 해내면서 4이닝 노히터를 기록했다"고 호평했고, 메이저리그 투구 분석 전문가인 롭 프리드먼은 자신의 SNS에 류현진의 체인지업 영상을 게재하며 "더러운 체인지업(dirty changeup)"이라고 적었다. 그만큼 체인지업이 타자들에게 까다롭게 잘 들어갔다는 뜻이다.
부상 변수가 유일한 흠이었다. MLB.com은 "류현진은 (4회 2사 1루) 곤살레스 타구에 오른쪽 무릎 안쪽을 맞았고, 재빨리 회복해 1루 송구까지 하면서 이닝을 끝냈으나 이내 류현진은 타구를 맞은 부상 부위를 부여잡고 쓰러졌다. 몇 분 동안 쓰러져 있었고, 팀 트레이너와 동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류현진은 스스로 일어나서 걸어 나갔고, 타박상 진단을 받았다"며 토론토가 토미존 수술을 받고 13개월 만에 돌아온 류현진의 부상 정도를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 챌린지 번복→아찔한 160㎞ 강습타구…삼자범퇴지만, 다사다난했던 1회
류현진은 1회말 등판해 좋은 컨디션을 자랑했다. 1회 최고 구속 89.2마일(143.5㎞), 평균 구속 88.4마일(142.3㎞)로 형성된 직구 위주로 투구하면서 주 무기 체인지업은 숨기고 커브(3개)와 커터(1개)를 섞어 던져 효과를 봤다.
선두타자 콴을 공 2개로 1루수 땅볼로 처리하며 좋은 출발을 알렸고, 2번 타자 히메네스까지 유격수 땅볼로 잡으며 빠르게 2아웃을 잡는 듯했다. 그런데 1루심이 유격수 폴 데용의 송구가 늦었다고 판단했고, 히메네스에게 유격수 앞 내야안타를 줬다.
토론토 벤치는 챌린지를 소진하기 부담스러운 1회인데도 곧장 신청했다. 그만큼 판정 번복에 확신이 있었던 것. 챌린지 결과 유격수 땅볼로 정정되면서 1사 1루가 2사 주자 없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판정 번복 고비를 넘기자 이번에는 클리블랜드 강타자 라미레스의 강습 타구에 깜짝 놀랄 일이 발생했다. 풀카운트에서 류현진은 6구째 커터를 우타자 라미레스의 바깥쪽으로 던져 승부를 걸었는데, 라미레스의 시속 99.4마일(160㎞)짜리 타구가 류현진의 몸통 쪽으로 향했다. 류현진은 글러브로 막아서면서 큰 부상을 피했고, 곧장 수비로 전환해 1루로 던져 땅볼로 처리했다. 삼자범퇴가 완성된 순간이었다.
# 2회 폭풍 체인지업으로 첫 삼진…3회까지 퍼펙트 행진
류현진은 2회 역시 삼자범퇴를 기록하며 계속해서 좋은 컨디션을 증명했다. 1회는 3타자 모두 땅볼로 처리하더니 2회는 뜬공이 연달아 나왔다. 선두타자 곤살레스는 90.6마일(145.8㎞)짜리 직구로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했고, 다음 타자 칼훈은 시속 89.1마일(143.4㎞)짜리 직구를 몸쪽 높이 던져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2사 후 아리아스를 상대할 때는 거의 봉인했던 주 무기 체인지업을 활용했다. 볼카운트 1-0에서 2구째 체인지업에 아리아스가 헛방망이를 돌리자 3구와 4구도 체인지업을 선택했다. 아리아스는 우타자 바깥조 낮게 거의 일정하게 형성되는 류현진의 체인지업에 3연속 헛스윙을 돌려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날 류현진의 첫 탈삼진이었다.
3회에도 퍼펙트 행진은 이어졌다. 선두타자 로치오에게 볼카운트 2-2에서 시속 90.7(145.9㎞)마일 직구를 몸쪽에 꽂아 루킹 삼진으로 처리했다. 2타자 연속 삼진 행진.
류현진은 직구 구속이 150㎞를 한참 밑도는 대신 체인지업, 커브 등 느린 변화구를 때에 따라 적절히 섞으면서 계속해서 클리블랜드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었다. 1사 후 스트로에게 볼카운트 0-2에서 3구째 66.8마일(107.5㎞)짜리 커브를 선택해 우익수 뜬공으로 잡았다. 2사 후 네일러까지 2루수 땅볼로 처리하면서 9타자 연속 범타 행진을 이어 갔다.
# 4회 주심 삼진 날린 볼 판정…또 강습 타구, 52구 교체라니
4회 좋던 페이스를 깨는 볼 판정과 강습 타구가 나왔다. 1사 후 히메네스와 승부할 때 볼카운트 2-2에서 5구째 직구를 스트라이크존 낮은 곳에 걸치게 잘 던졌는데, 이 공이 볼로 판정됐다. 류현진의 6구째 커터까지 볼이 되면서 볼넷으로 출루했다.
류현진은 베테랑답게 침착하게 투구를 이어 갔다. 라미레스를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하고, 2사 1루에서 곤살레스에게 초구 체인지업을 던졌다. 이때 일이 났다. 곤살레스의 시속 97.7마일(약 157.2㎞)짜리 타구가 류현진의 오른쪽 무릎 안쪽을 향했고, 류현진은 고통을 참고 끝까지 1루로 송구해 땅볼로 처리했다.
송구까지 동작이 자연스러워 부상이 심하지 않은 듯했으나, 류현진은 송구를 마치자마자 그라운드에 쓰러져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워낙 투구 페이스가 좋았고, 투구 수도 52개밖에 되지 않아 교체를 고려할 상황이 아니었으나 류현진은 쉽게 괜찮다는 사인을 보낼 수 없었다. 결국 존 슈나이더 감독까지 그라운드로 나와 류현진의 몸 상태를 직접 확인했고, 류현진을 부축해 더그아웃으로 빠져 나갔다. 결국 류현진은 5회말 수비를 앞두고 불펜 제이 잭슨과 교체됐다.
# 류현진 뜻밖의 이탈에도 불펜 무실점 릴레이…0-0 균형 8회에 비지오가 깼다
류현진이 조기 강판하는 변수가 있었으나 토론토 불펜이 무실점으로 버티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잭슨(1이닝)-제네시스 카브레라(1이닝)-에릭 스완슨(1이닝)이 무실점으로 이어 던지며 7회까지 0-0 균형을 유지했다.
토론토 타선은 클리블랜드 선발투수 개빈 윌리엄스에게 꽁꽁 묶여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윌리엄스는 7이닝 1피안타 1볼넷 12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클리블랜드가 8회초 불펜 투수 엔옐 데 로스 산토스로 교체하면서 토론토 타선이 터지기 시작했다. 1사 후 달튼 바쇼가 우전 안타로 출루하며 물꼬를 텄고, 캐번 비지오가 우월 투런포를 터트려 순식간에 2-0 선취점을 안겼다. 두 팀 모두 무득점 경기를 하고 있었던 터라 비지오가 안긴 2점 리드는 꽤 커 보였다.
# 곧바로 찾아온 위기, 비지오가 수비로도 일냈다
8회말 윗 메리필드가 마운드를 이어 받은 가운데 토론토의 위기로 이어졌다. 1사 후 로치오와 스트로의 연속 안타로 1사 1, 2루 위기에 놓였다. 토론토는 메리필드에서 팀 메이자로 마운드를 교체하며 실점 위기를 막으려 했다.
메이자는 첫 타자 네일러에게 우전 적시타를 내주면서 메리필드의 책임주자를 막지 못했다. 2-1로 쫓긴 상황. 이때 비지오의 호수비가 나왔다. 콴의 타구가 2루수 비지오 앞으로 향했는데, 비지오가 타구를 잡은 시점에 1루주자 네일러가 1루와 비지오 사이에 갇혀 있었다. 비지오는 네일러를 태그한 뒤 곧장 1루로 내달려 베이스를 밟으면서 타자주자 콴까지 잡았다. 2루수 병살타로 위기를 모면한 순간이었다.
덕분에 토론토는 9회초 추가점을 뽑으면서 승리에 쐐기를 박을 수 있었다. 선두타자 브랜든 벨트가 2루타로 포문을 열었고, 1사 2루에서 조지 스프링어가 좌전 적시타를 쳐 3-1로 거리를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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