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향하는 '일본식 장기침체' 먹구름…물가발표 앞두고 우려 고조
디플레 때 실질이자율 상승으로 대출 난이도↑…당국, '디플레 논의 자제' 함구령
2분기 외국인 직접투자 87% 감소한 6조4천억원 그쳐…25년 만에 최저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중국 경제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딘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7월 물가지수 발표를 앞두고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9일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를 발표한다.
블룸버그통신 집계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높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고민인 미국 등 서방 국가들과 달리 중국의 7월 CPI와 PPI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0.4%, 4.0%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CPI 상승률은 2021년 1∼2월 마이너스를 기록한 바 있지만 이후 줄곧 플러스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2월에 1.0%를 기록한 뒤 3∼5월에 1% 미만을 보이다가 6월에 0%를 찍은 상태다.
PPI 상승률은 원자재 가격 하락 속에 지난해 10월부터 줄곧 마이너스다.
6월 상승률은 전년 동기대비 5.4% 하락, 2015년 12월(-5.9%) 이후 하락 속도가 가장 가팔랐다.
CPI와 PPI 상승률이 모두 마이너스로 나올 경우, 이는 2020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올 한해 중국의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0.8%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이어지던 2009년 이후 최저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CPI 상승률이 몇 달 더 내려가고, 연말이 다가오면서 기저효과가 사라지고 수요가 회복되면서 다시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집계에 따르면 다른 물가 지표인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 상으로는 올해 상반기 이미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0.62%)에 진입한 상태다.
블룸버그는 2020년 말과 2021년 초 CPI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돼지고기 가격 하락 때문이었던 반면, 지금은 미국·유럽 등으로의 수출 감소로 수출품 가격이 하락하고 부동산 경기 둔화로 임대료·가구·가전 가격도 내려가는 만큼 더욱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테슬라가 촉발한 가격 인하 경쟁으로 전기차 가격도 연초 대비 내려간 상태다.
블룸버그는 광범위한 상품 가격 하락이 장기간 이어지면 소비자들이 지출을 미루게 되고 이로 인해 경제활동이 더욱 위축된다면서, 이에 대응해 기업들이 다시 물건 가격을 낮추면 투자와 일자리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일본이 수십년간 겪었던 장기 침체로 귀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그러면서도 현재 중국의 상황을 일본 사례에 그대로 대입할 수는 없다면서 중국의 모든 물가가 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서비스·관광 부문 소비는 여전히 강력하고 교육·의료·오락 부문 서비스 비용도 여전히 오름세라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시장의 디플레이션 우려를 불식시키려 애쓰고 있다.
인민은행이나 국가통계국 관계자들은 물가가 장기간 하락할 것으로 볼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반복적으로 내놓고 있다는 게 블룸버그 설명이다.
게다가 규제당국이 일선 투자기관 관계자들에게 디플레이션에 대한 공개 논의를 자제하도록 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디플레이션 상황에서는 실질이자율이 높아지는 만큼 기업들의 대출이 어려워지고, 중국 당국의 경기 부양책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위드 코로나' 기대에 못 미치는 경기 둔화 속에 중국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제품 가격을 인하하면서 물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소비재 분야에서 두드러진다고 봤다.
한 수제 신발 도매업자는 매출 부진에 1년 전보다 제품 가격을 3%가량 내렸다면서 고객인 소매상들도 아직 코로나19 당시 현금흐름과 이익상의 타격이 아물지 않았고 신규 주문을 내기보다는 재고를 소진하려 하는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에 들어온 신규 외국인 직접투자(FDI) 규모를 나타내는 직접투자 채무액이 미중 갈등과 공급망 다변화, 중국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 속에 1998년 이후 25년 만에 최저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외환관리국 통계에 따르면 2분기 직접투자 채무액이 49억 달러(약 6조4천억원)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87%나 감소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중화권 담당 이코노미스트인 미셸 람은 이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신규 투자가 유입되고는 있지만 일부 기업이 기존이익의 재투자를 줄이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다"고 봤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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