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포커스] 562억 경남은행 횡령, 금융당국 ‘뒷북 공조’가 피해 키웠다

김보연 기자 2023. 8. 8.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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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보, 작년 9월 저축은행 조사 중 발견
검찰에 수사 의뢰…경남은행 4월에 인지
금감원, 7월 돼서 긴급 현장 점검 착수
예보 “명확지 않고 법령상 제한, 금감원 통보못해”
A씨 대기발령 후 3개월간 돈 빼돌렸을 가능성
그래픽=손민균

예금보험공사가 경남은행 직원의 횡령 혐의를 이미 지난해 포착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예보는 한 저축은행의 부실 책임 조사 중 특정 기업의 대표이사와 이 기업의 금융 거래를 담당한 경남은행 직원 A씨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을 횡령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을 발견해 지난해 9월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남은행과 금융감독원이 A씨의 횡령 사실을 인지한 것은 그로부터 10개월 뒤인 지난 7월. 자금 흐름을 조사 중이던 검찰이 4월 A씨의 금융거래정보 조회 사실을 통보한 뒤 3개월이 흘러서다. 당시 혐의점이 명확하지 않아 관계기관인 금감원에 통보할 수 없었다는 게 예보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금융 당국 간 공조가 제때 이뤄졌다면 사고 규모 및 정황을 빠르게 파악해 횡령한 돈을 신속하게 회수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A씨는 잠적한 상태며 횡령금을 은닉했을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다.

8일 예보 관계자는 “2011년 파산한 한 저축은행과 관련한 부실 책임자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 A씨와 관련해 수상한 혐의점을 발견해 지난해 9월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예보는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금융기관의 부실 책임이 있다고 인정되는 관련자를 조사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 금융기관의 부실을 키웠다고 판단되는 경우 해당 기업의 대주주 및 임직원 등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한다.

예보는 이 과정에서 해당 기업의 금융 거래를 담당했던 A씨의 횡령 정황을 파악했다고 한다. 예보 관계자는 “A씨가 단독으로 벌인 것인지, 대표이사 등과 공모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어려워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며 “2명의 파견 검사와 공조해 자금 흐름 조사를 했고 은행 대출금이 법인으로 들어간 뒤 A씨에게 흘러가고 이를 A씨가 유용한 정황을 발견했다”고 했다.

검찰이 자금 흐름 조사 6개월 후인 지난 4월, 금융실명법에 따라 A씨에게 금융거래내역 조회 사실을 통보하면서 경남은행도 A씨의 혐의를 알게 됐다. 이후 경남은행은 A씨를 대기발령 조치 후, 6월 금감원에 검찰 수사 진행 사실을 보고했다. 경남은행이 자체 감사를 통해 A씨의 대규모 횡령 정황을 파악한 것은 7월이 돼서다.

서울 강남구 경남은행 강남지점 모습. /뉴스1

문제는 A씨가 대기발령 후 3개월간 돈을 빼돌렸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A씨는 지난 7월 18일 사측이 횡령 정황을 인지한 이후로 무단결근 중이다. 검찰은 지난 2일 A씨의 주거지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지만, 신병 확보에는 실패했다. 검찰은 A씨를 출국금지 조치하고 소재를 추적 중이다. 경남은행은 지난달 말 A씨와 그의 가족 등 관련인이 보유한 예금, 부동산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예보가 전(全) 금융사에 대한 검사·제재 권한이 있는 금감원에 A씨의 혐의를 앞서 알렸더라면 횡령 사고를 빠르게 파악해 선제적 조처를 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예보는 횡령 정황만 가지고 금감원에 관련 내용을 통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 산하 공기업인 예보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부실 금융기관에 한해, 부실을 유발한 책임자를 조사하고 은닉 재산을 환수하고 있다.

또 개인의 금융거래정보를 손해배상 청구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예보 측의 입장이다. 예보 관계자는 “예금자보호법상 부실채무기업 조사 내용은 손해배상을 위한 목적 외에 이용할 수 없으며, 금감원에 통보하는 절차 또한 없다”고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보와 금감원이 별개라지만, 횡령 혐의 등에 대해선 정보를 공유하고 협조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한 점이 아쉽다”며 “‘우리는 제 역할을 다했다’는 식의 안일한 태도가 문제다”라고 했다.

지난 2007년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15년여 동안 PF 업무를 담당해 온 A씨는 부실화된 PF 대출(169억원)에서 상환된 대출 원리금을 자신의 가족 등 제3자 계좌로 이체하는 방식으로 77억9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21년 7월과 2022년 7월에 PF 시행사의 자금 인출 요청서 등을 위조해 회삿돈을 가족이 대표로 있는 법인 계좌로 이체, 326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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