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진 회장, 한경협 초대 수장 적임자”…4대 그룹 복귀 놓고 시험대 [비즈360]

2023. 8. 8.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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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신임 회장 추대, 재계 손꼽히는 미국통
4대 그룹 복귀 여부 촉각, “야당 만나 기업들 정치적 부담 줄여줘야”
전경련 신임 회장으로 추대된 류진 풍산그룹 회장 [전경련 제공]

[헤럴드경제=김지헌·김민지 기자]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새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회장으로 지난 7일 추대됐다. 류 회장은 재계에서 글로벌 네트워크 역량을 인정받고 있어, 반도체·배터리 등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는 한·미 양국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정경유착이라는 오명을 벗고 ‘재계 맏형’으로서 전경련 위상 회복의 구심점 역할을 할 적임자라는 평가도 나오는 가운데 4대 그룹(삼성·SK·현대차·LG)의 복귀 여부가 첫 리더십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재계 손꼽히는 미국통…“한경협 초대 수장 적임자”=8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22일 400여개 회원사가 모여 개최하는 임시총회에서 기관명을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로 바꾸고, 류 회장을 새 회장으로 추대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추대안이 가결되면 류 회장은 한경협 초대 회장직을 맡는다. 임기는 2년이다.

제 39대 전경련 수장으로 추대된 류 회장은 고(故) 류찬우 풍산그룹 창업주의 막내 아들로, 지난 1958년 3월 경북 안동에서 태어났다.

일본 국제고인 아메리카고,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다트머스대 경영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유학 경험 덕에 일본어와 영어에 능통하다. 2000년 방위산업 기업인 풍산그룹 회장에 올랐다. 현재 한미재계회의 한국 측 위원장,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이사회 이사 등을 맡고 있다.

류 회장은 재계에서 손꼽히는 ‘미국통’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유력 인사들과 두루 친분이 있다는 평가다. 특히 창업주 시절부터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일가와 인연이 깊다.

지난 2003년 4월 노무현 정부 출범 초기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을 국내에 초청하는 역할을 주도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미국 하원 의원단과 한국 재계의 만남을, 2015년엔 이명박 전 대통령과 아들 부시 대통령의 골프 회동을 주선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인 공로도 인정받았다. 2005년 금탑산업훈장, 2012년 국민훈장 모란장, 2022년 밴플리트상을 받았다. 최근에는 ‘K방산’ 수출 증대의 1등 공신으로 꼽힌다.

최근 미국이 IRA(인플레감축법)와 반도체법을 시행하면서, 어느때보다 한미 관계의 중요성이 커지고 이해 관계 역시 첨예해진 상황이라 류 회장의 역량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분석이다.

올해부터는 전경련 한미재계회의 한국 측 위원장과 한일경제협회 부회장도 맡으며, 미국과 일본 관련 정·재계 네트워크가 강하다는 점이 이번 추대에 힘을 실었다는 평가다.

전경련 관계자는 “류 회장은 글로벌 무대에서의 경험과 지식, 네트워크가 탁월하다”며 “새롭게 태어날 한국경제인협회가 글로벌 싱크탱크이자 글로벌 경제단체로 거듭나는 데 리더십을 발휘할 적임자”라고 추대 배경을 설명했다.

▶‘정경유착’ 오명 씻고 4대 그룹 끌어안을까…리더십 첫 시험대=류 회장의 가장 큰 숙제는 조직 혁신과 함께 4대그룹 재가입을 이끌어내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4대 그룹이 전경련에 재가입해야 ‘재계 맏형’으로서 위상을 다시 정립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우선 한경협으로 새 간판을 내건 전경련이 조직명 변경에 맞춰 독립적 경제단체로 재탄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경련은 과거 한국 경제와 경영 역사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해왔다. 하지만 지난 2016년 당시 미르·K재단 출연금 등 정경유착의 고리로 지적되며 위상이 추락했다. 이로 인해 4대 그룹이 탈퇴하고 지난 정부에서는 ‘패싱’ 논란까지 불거졌다.

전경련은 지난 5월 ‘싱크탱크형 경제 단체’로 거듭나고, 분야별 위원회를 운영해 사무국 중심의 독단적 의사 결정에서 벗어나겠다는 혁신 초안을 내놨다. 임시총회에서는 윤리경영위원회 신설에 대한 논의도 있을 예정이다.

4대 그룹이 전경련에 다시 가입할지도 주목된다. 현재 4대 그룹 측은 여전히 전경련 재가입에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의 경우 준법감시위원회와 이사회의 판단을 먼저 거쳐야 한다. 다른 그룹들도 내부 절차에 따라 재가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4대 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전경련 재가입은 여전히 정해진 바 없다”며 “전경련의 혁신이 아직 완료된 것도 아니고 서두를 필요가 없으며 8월 총회까지 꼭 서둘러 가입할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아직 의사결정권자(회장)에게 정식 보고도 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당장 (가입 여부에 대한) 결론이 나올 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다음달 국회 국정감사로 4대그룹이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피하고자 재가입을 늦출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재계에선 신임 회장이 야당과 만나 4대 그룹의 재가입에 대한 설명과 이해를 구하면서, 그룹들의 정치적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기업들이 향후 정권 향방에 따른 위험을 감수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분석에서다.

raw@heraldcorp.com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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