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록] "이주 4% 남았는데" 은평 갈현1구역, 학교 부지 문제 진땀
[편집자주][정비록]은 '도시정비사업 기록'의 줄임말입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해당 조합과 지역 주민들은 물론, 건설업계에도 중요한 이슈입니다. 도시정비계획은 신규 분양을 위한 사업 투자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의 방향성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현장을 직접 찾아 낡은 집을 새집으로 바꿔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겠습니다.
서울 은평구 갈현동 300번지 일대 갈현1구역이 이 같은 사업지 중 한 곳이다. 지난 7월31일 찾은 이 곳은 현재 이주가 대부분 진행돼 썰렁했다. 인적이 끊긴 지 오래돼 보이는 주택 대문엔 빈집임을 알리는 공고문이 자리했다. 일부 주택에선 라커 스프레이로 적힌 '가스, 전기 X'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혹시 모를 범죄를 막기 위해 조합이 붙여놓은 '출입금지' 경고문도 보였다.
갈현1구역은 오래된 저층 다세대·연립주택이 많아 30년 전부터 재개발의 필요성이 제기되던 동네다. 2011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됐고 4년 후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이어 지난해 5월 관리처분계획인가 승인이 났으며 현재 이주가 96% 이상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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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은 이에 반발, 법원에 입찰 무효 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기각당했다. 결국 소송전이 벌어졌고 2020년 법원은 조합이 현대건설에 600억원을 지급하되 현대건설은 입찰 관련 분쟁을 중단하고 양측 모두 동일한 내용으로의 이의제기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조정 결정을 통보했다. 양 당사자가 이를 받아들이며 사태는 일단락됐다. 조합은 곧바로 새 시공사를 찾아나섰으나 연이은 유찰을 겪고 수의계약으로 전환, 공사비 9200여억원에 롯데건설과 손을 잡았다.
사업비 대출보증이란 조합이 금융기관으로부터 이주비, 부담금, 사업비 등 필요 자금을 조달할 때 이용하는 상품이다. HUG가 금융기관에 대출 원리금 상환을 책임지는 구조다. 정비사업 진행 시 필수로 거쳐야 하는 과정은 아니지만 다수의 금융기관이 조합에 대출을 해줄 때 HUG의 보증을 조건으로 걸고 있다. 대신 금리를 1%가량 인하해주곤 한다.
HUG 관계자는 "갈현1구역 일반분양 비율로 전체 사업을 끌고 가야 하는 상황인데 지속 가능성이 희박해 보여 잔금 구조를 바꾸라고 제안한 것"이라며 "요즘엔 입주 후 대금 전액을 지급하는 방식을 채택하는 사업지도 많지 않을뿐더러 그렇게 진행하는 곳은 일반분양분으로 충분히 자금을 충당할 수 있는 사업장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은 HUG의 보완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 미분양이 날 만한 입지가 아닌데다 철거만 남겨둔 상황이라 일반분양으로 인한 수익을 빠른 시일 내에 볼 수 있는데 이제 와서 조합원에게 중도금을 내라고 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시공사인 롯데건설은 지난달 직접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지급보증에 나서 사업비 조달에 성공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HUG 보증을 포기하는 과정에서 금융기관과 논의를 하는 데 다소 시간이 소요됐다"며 "현재로선 사업 지연에 대한 우려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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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은 '초품아' 추진으로 인한 단지 가치 상승과 빠른 재개발 진행 중에서 고심했다. 결국 일부 조합원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난해 초 대의원회에서 90%가 넘는 찬성률을 보이며 학교용지 해체가 최종 결정됐다. 속도전이 우선이라고 판단한 셈. 조합은 그 자리에 아파트 300가구를 더 짓는 방향으로의 정비계획 변경을 추진했지만 구청과 시청 등 30개의 관계기관은 인라인 스케이트장과 실내체육시설 건립을 제시했다.
조합 측은 "부동산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한 조합원 부담들 덜기 위해 학교용지를 해체하는 대신 가구 수를 늘리려고 한 것이어서 구청 의견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대로 정비계획을 수정한다면 철거가 코앞인 상황에서 사업이 지연될 수 있고 이에 따른 조합원 불만도 상당할 것"이라며 정비계획 수정 보류의 뜻을 전했다.
해당 토지나 건축물에 대한 감정평가사의 평가를 바탕으로 조합과 현금청산자 사이 손실보상금에 관한 협의가 진행된다. 다수의 현금청산자는 생각보다 금액이 적다는 이유로 협의에 응하지 않곤 한다. 이런 경우 수용재결을 활용한다.
조합이 수용재결을 신청하면 지방토지수용위원회(이하 '지토위')는 2명의 감정평가사에게 토지, 건축물 등의 평가를 의뢰한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수용재결 결정이 나면 조합은 수용개시일까지 현금청산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거나 공탁해야 하며 수용개시일에 소유권을 취득한 것으로 본다.
갈현1구역 조합 측은 "이미 지토위를 거치고 공탁까지 마친 상태여서 사업이 지연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금청산자들이 수용재결에 대한 이의를 신청하거나 행정소송을 진행할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
주거 이전비를 포함한 손실보상금 전액이 공탁 완료됐더라도 이주를 하는 건 또 다른 문제인 만큼 만약 이들이 이사를 나가지 않고 버틴다면 별도의 명도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법원에서 집행권원을 받았어도 기존 소유자가 못 나가겠다고 무작정 버티면 무력 등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이주가 더 힘들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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