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료품 ‘텅텅’…6일 동안 오키나와 머무른 ‘거북이 태풍’ 카눈의 위력
제6호 태풍 카눈이 10일 한국 남해안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난 1일부터 엿새간 카눈의 영향권에 있었던 일본 오키나와에서는 피해가 속출했다.
8일 교도통신과 NHK에 따르면 카눈은 이날 오전 7시 기준 가고시마 남쪽 150㎞ 해상을 느린 속도로 이동하고 있다.
카눈이 처음 오키나와에 접근한 건 지난 1일이었다. 오키나와섬 일부 지역에는 피난 지시가 내려졌고, 항공편 일부도 결항했다. 최대 순간 풍속 60㎧에 달한 초강력 태풍이 다다르면서 이날 오키나와현에서는 2명이 사망했다. 90세 남성이 무너진 차고에 깔려 숨졌고, 주택 화재로 화상을 입은 89세 여성은 병원에서 치료받았으나 다음날 사망했다. 야외에서 작업하던 중 강한 바람에 넘어지는 등 58명의 부상자도 발생했다.
2일에는 카눈의 영향으로 오키나와현 전체 가구의 31%인 20만2650호에 전기 공급이 끊겼다. 항공편은 모두 결항했고, 공항 출입 자체가 금지됐다. 선박 운항도 중단됐다. 오키나와현 일부 지역에서는 통신 장애가 발생해 휴대전화 사용도 어려워졌다.
3일까지 오키나와의 서쪽 해상으로 향하던 카눈은 그곳에서 정체했고, 4일 오전부터는 방향을 틀어 다시 오키나와 쪽으로 향했다. 태풍 강도 ‘강’을 유지한 카눈은 5일에는 오키나와 북쪽, 6일에는 북동쪽을 지나 8일 오전 3시가 되어서야 가고시마 남쪽 해상에 다다랐다.
그 동안 오키나와현에는 트럭을 전복시킬 위력의 강한 바람이 불었고, 나고시에는 1시간 만에 49㎜의 폭우가 쏟아졌다. 6일 태풍으로 인한 부상자는 92명으로 늘었다.
오키나와현 나하 공항은 7일에야 다시 문을 열었고, 오키나와섬에 발이 묶였던 이들로 공항은 매우 혼잡했다. 항공편을 예약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한 시민은 NHK에 “낮 비행기는 재빨리 매진됐고, 예약 사이트에 어떻게든 접속해 밤 항공편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태풍 때문에 호텔 방에서 계속 나올 수 없게 되자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했다.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던 30대 남성은 “오키나와 출신이지만 태풍의 영향이 이렇게 오랫동안 계속되는 일은 좀처럼 없었기 때문에 놀랐다”고 말했다. 가족 여행을 마치고 도쿄로 돌아간다는 부부는 “원래는 5일에 돌아갈 예정이었는데 비행기가 날지 않아 더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며 “모두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었기 때문에 기쁘다”고 했다.
매체는 항공기 결항으로 갑작스럽게 숙박을 연장해야 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호텔 예약도 어려웠다고 전했다. 일부 가족은 강한 비바람을 뚫고 방이 남아있는 다른 호텔로 이동해야 했다. 그나마 숙박 연장을 한 이들도 5일 동안 호텔에서 나오지 못했다.
호텔 근처의 편의점은 텅텅 비었다. 식료품을 운반하는 선박 운행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5일 동안 컵라면과 주먹밥 1개로 식사를 해결했다는 이들도 있었다.
카눈은 10일 오전 3시 서귀포 동쪽 170㎞ 해상을 지난 뒤 같은 날 오전 강도 ‘강’인 상태로 한반도에 상륙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예상대로라면 카눈의 중심은 서울을 매우 가까이에서 지난다. 카눈의 강풍반경이 300㎞ 이상이어서 영향은 전국적으로 미칠 것으로 보인다.
9일부터 강원 영동·경북북부동해안·제주에 비가 오리라 예상되는 가운데 오후 들어서는 충청과 남부지방까지, 밤에는 전국으로 차차 강수 구역이 넓어지겠다. 10일에는 전국에, 11일에는 오전까지 중부지방에 비가 내리겠다. 9~10일 강원영동 강수량이 많은 곳은 500㎜ 이상의 폭우가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경남서북내륙도 최대 400㎜ 이상의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 순간풍속 예상치는 경상해안에서 초속 40㎧ 내외의 강풍이 불겠다. 간판이 떨어지거나 도로의 표지판이 기울어지게 할 정도의 바람 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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