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없는 성장’ 가능성 높아진 미국, IMF는 세계 경제전망 상향 조정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작성하는 경기선행지수가 상승세로 돌아서는 등 글로벌 경기 전망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은 7월 25일 "2023년 세계 경제가 3.0% 성장할 것"이라며 지난 4월 전망치보다 0.2%p 올려 잡았다. IMF가 세계 경제전망을 바꾼 핵심 이유는 바로 미국 경제전망 상향 조정 때문이다. IMF는 올해 미국 경제가 1.8% 성장할 것이라며, 이른바 '노랜딩'(불황 없는 경제성장) 출현을 전망했다. 미국 경제가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금리인상에도 불황을 경험하지 않고 성장률이 회복될 것이라는 얘기다.
미국 주택담보대출은 90% 이상이 고정금리
미국 경제가 당초 예상과 달리 잘나가는 이유는 부동산시장 회복 때문이다. 1990년부터 현재까지 주택담보대출금리와 주택 매매 가격의 관계를 나타내는 '그래프1'을 보면 주택담보대출금리가 상승할 때마다 주택 가격 급등세가 억제되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2022년부터 시작된 가파른 금리인상이 주택 가격 하락을 유발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주택시장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는 '가격'만이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물론 저금리로 대출해준 금융기관, 특히 주택저당증권(MBS)을 보유한 이들은 큰 피해를 봤다. 올해 초 발생한 지방은행의 잇단 파산 원인도 따지고 보면 연준의 금리인상이 급격히 이뤄질 줄 모르고 저금리 MBS(혹은 국채)를 잔뜩 사들였던 과거의 잘못된 투자에서 찾을 수 있다.
이처럼 주택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가운데 만성적인 '신축 주택 공급 감소'가 겹쳤다.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시장이 장기 침체 늪에 빠지면서 많은 주택건설 기업이 무너졌고, 이때 지어진 주택은 대부분 한국 아파트에 해당되는 콘도(Condo) 형태였다. 즉 미국 주택시장의 주류인 단독주택 공급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미국 이민이 재개된 데다, 재택근무 증가 등으로 좀 더 크고 깨끗한 집을 선호하는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면서 미국 부동산시장에 일종의 '미스매치'가 발생했다. 구매자가 선호하는 스타일의 신축은 대단히 희소하니, 결국 기존 주택을 매입하기보다 건설사들이 짓는 신축을 구입하는 방식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결과 미국 신축 주택 판매는 5월 71만 채까지 증가해 지난해 2월(77만 채)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주택 관련 산업에 관심 가져야
물론 신축 주택 매수세가 늘어난 데는 미국 노동시장이 생각보다 견조한 모습을 보인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작업 능력 상실'에 따른 노동인구 감소가 전체의 약 8%를 넘어서는 등 여전히 노동시장에선 '공급 부족'을 호소하는 기업이 많다. 미국 서부가 중심인 정보통신 기업들은 대량 해고를 단행 중이지만, 미국 동부와 남부의 제조/건설/서비스 산업은 이른바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붐을 타고 대대적인 채용에 나서 노동시장의 급격한 위축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따라서 올해 하반기 미국 경제는 불황을 모면하는 이른바 '노랜딩'에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주택시장은 많은 고용 인구뿐 아니라 가계 심리에도 영향을 미치며 인테리어와 건자재, 가구, 가전 등 수많은 주변 산업을 좌우하는 핵심 분야이기에 건설 지표 변동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홍춘욱 이코노미스트·프리즘투자자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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