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산업 강화하는 일본 [이지평의 경제 돋보기]

2023. 8. 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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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대전환 맞은 일본의 안전 보장 정책.
군수 산업 분야에서도 협력 강화될까

[경제 돋보기]

일본 국회 참의원은 6월 7일 ‘방위 장비품 생산 기반 강화법’을 가결했다. 자민당과 함께 제1 야당인 입헌민주당도 찬성했다. 이 법안은 정부 재정 지원으로 일본 방위 산업의 해외 진출을 촉진하는 한편 경영이 어려워진 민간 방위 사업체의 제조 라인을 국유화할 수 있게 하는 등 대폭적인 지원책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일본의 국가 부채가 경상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22년 260%를 넘는 등 일본 재정에 어려움도 많지만 일본 정부는 국방비를 대폭적으로 확대하면서 방위 산업 강화에 나설 방침이다. 그동안 일본 방위 산업이 어려움에 직면해 폐업하는 사례도 늘어났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판단되고 있는 것이다. 항공기나 탱크 등을 생산하는 방위 산업은 납품처가 일본 자위대에 한정되고 생산 확대에도 어려움이 있어 2003년 이후 100개사 이상이 방위 분야에서 철수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일본 정치권이 초당파적으로 민간 방위 사업체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정책적인 지원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술 개발도 지원하면서 수출 산업화로 방위 사업체의 생존력을 높이려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이와 같이 방위 산업의 강화에 나서고 있는 것은 과거 무기 수출을 엄격하게 금지해 왔던 자세에서 보면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정치권과 국민들이 현재의 안보 상황이 대단히 어려운 국면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작년 12월 국가 안전 보장 전략, 국가 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 소위 ‘방위 3문서’를 각의 결정했다. 또한 일본 정부는 연간 방위비 지출의 GDP 비율 한도를 기존 1%에서 2%로 크게 확대하고 적대 국가의 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장거리 무기의 도입을 결정하는 등 일본의 안전 보장 정책은 역사적인 대전환을 맞이하고 있다.   

물론 일본으로서는 중국의 막대한 군사력과 방위 예산 규모와의 격차, 북한·중국·극동러시아군 등의 군사적인 연계 작전 강화의 가능성 등도 고려하면 방위력 증강책의 효과에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제조 강국인 일본 군수 산업의 잠재력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사실 일본이 과거 군국주의 시대에 세계 최초로 항공모함을 만들고 항공모함 연합 함대를 운영하면서 일본제 ‘제로 전투기’가 태평양전쟁 초기에 미군 전투기를 압도한 바도 있고 군수 분야의 육성을 기반으로 일본의 공작 기계를 포함한 각종 기계 산업이 크게 도약하기도 했다.  

지금도 일본의 첨단 부품이나 기계류 등이 각종 첨단 무기를 뒷받침하고 있기도 한다. 일본으로서는 군수 산업과 함께 첨단 제조업의 잠재력을 활용해 미군과의 연계하에 장거리 공격 능력과 함께 우주·사이버·전자파 영역을 융합한 전쟁 억지력 강화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제조 기반 기술과 함께 우주·사이버 공간에서의 전쟁에 대비해 군수 산업의 디지털 혁신에도 한층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일본의 군수 산업 강화 정책은 한·일, 한·미·일 첨단 기술 공급망 협력도 초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중 마찰과 함께 한·미·일 등 우호국 간에 첨단 기술의 공급망 전략이 강화되고 있는데 첨단 기술에 뒷받침된 군수 산업 분야에서도 협력 관계가 확대될 수 있다. 우주·사이버·전자파 공간 등의 각 전장을 디지털 기술로 유기적으로 연계·통제하면서 사이버 공간에서의 방어나 공격 능력의 강화와 함께 전투기·드론·로봇·장거리 미사일 등을 첨단화하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자동 방어망을 강화하는 데도 각종 국제 협력 프로젝트의 추진이 유리할 수 있다. 물론 우호 국가 간에서도 군비의 수출 경쟁이 격화될 수 있고 한국 군수 산업의 첨단화,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민수용 첨단 기술인 반도체·배터리·통신·로봇·AI·양자컴퓨터 등에서의 우위성 확보와 첨단 산업에서의 군수·민수 동방 상승 효과를 추구하는 체제의 강화도 중요해질 수 있다. 

이지평 한국외국어대 융합일본지역학부 특임강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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