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채수근 상병 순직 관련 軍 해병대 ‘윗선’ 개입 의혹…국방장관 결재 번복

지난달 20일 오후 경북 포항시 해병대 1사단 내 김대식 관에 마련된 고 채수근 상병 빈소에서 해병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뉴시스

 
고(故)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해병대 수사단이 경찰에 제출한 자체수사 기록을 돌연 회수한 국방부가 해병대 임성근 1사단장 등의 혐의를 삭제한 보고서를 경찰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7일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경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특정인에 대한 혐의를 특정하지 말고 수사에 대한 사실관계 자료만 넘기는 것이 타당하겠다는 국방부 법무관리관실의 건의를 받아들인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지난달 30일 해병대 수사단은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 9명에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경찰에 이첩하겠다고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 보고했다. 순직한 채 상병은 해병대 1사단에서 복무했었다.

당시 이 장관은 이 보고서에 결재까지 했지만 이튿날 우즈베키스탄 출장에 앞서 수사 결과 이첩을 보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 국방부의 주장이다. 그 지시는 임 사단장 등 8명의 혐의를 삭제하고 추가적으로 법적 검토를 거쳐 이 장관이 출장에서 복귀한 뒤 경찰에 이첩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해병대 수사단은 혐의를 삭제하지 않은 채 지난 2일 오전 경북경찰청에 사건을 이첩했고 국방부는 같은날 오후 경찰로부터 사건 보고서를 회수했다.

이와 동시에 국방부는 수사단장 A대령을 ‘집단항명 수괴’혐의로 입건했다.

이 장관이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에게 “법적 검토가 필요해보이니 경찰 이첩 시기를 출장 복귀 이후로 미루어라”고 지시했고 김 사령관도 이같은 지시를 A대령에게 지시했으나 A대령이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 국방부의 주장이다.

이에 장관 결재까지 마친 보고서 경찰 이첩 사안을 보류하라는 것을 두고 해병대 지휘부 책임 무마를 위한 윗선이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전 대변인은 “내부적으로 확인해 봤는데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추가로 법적 검토를 한 뒤 다시 사건을 경찰에 이첩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재이첩할 자료엔 군 관계자들의 혐의 관련 사항들이 제외될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경찰이 검찰에 사건을 송치할 때 피의자에게 적용한 범죄 혐의를 적시하며, 검찰이 법원에 제출하는 공소장에도 피고인의 혐의는 필수적으로 포함된다.

A대령의 변호를 맡은 김경호 변호사는 전날 연합뉴스를 통해 “수사 결과의 경찰 이첩을 지시한 국방부 장관의 원명령이 존재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수정 명령은 반드시 문서로 해야 하는데 수정 명령의 문서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국방부 장관도 자신이 정한 수사절차와 방식에 관한 명령인 동 훈령을 준수해야 하며,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별도 반드시 문서로 수정 명령을 발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