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광촌에서도 야구의 꿈 펼칠 수 있도록 최선”...9일 창단 상동고 백재호 감독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마이데일리 = 김건호 기자]“야구를 통해서 내가 받은 혜택을 후배들에게 돌려주고 싶었다.”
강원도 영월군 상동읍에 있는 상동고등학교 야구부가 오는 9일 창단식을 갖고 첫 걸음을 내딛는다.
한때는 대한민국 텅스텐 산지로 유명했던 탄광촌에 새로 생긴 야구팀을 맡게된 백재호 감독은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박찬호, 서재응, 김병현 등과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한화이글스 2루수로 이름을 날렸던 바로 그 백재호이다.
백재호 감독이 아무런 연고도 없는 멀고 먼 상동고 야구부를 맡게 된 이유는 단 하나 ‘노블레스 오블리주’때문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일종의 의무감 때문에 팀을 맡게 됐다.
사실, 지난 4월 신일고 은사인 양승호 전 롯데 감독의 추천을 받고 고민을 했다. 정말 연고도 없는 지역에 감독을 맡는 것이, 그것도 초대 감독을 맡는 것이 얼마나 힘이 드는 지 잘 알기에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본인도 감독은 처음이다.
하지만 백감독은 이제는 그동안 야구로부터 받은 혜택을 다시 돌려줄 시점이라는 생각에 어려운 자리를 수락했다.
양승호 전 감독은 “상동고 관계자가 원하는 초대 감독 조건이 프로 출신에 유명한 야구 선수를 원했다. 그래서 백재호 감독을 추천하게 됐다”고 밝혔다.
당시 제물포 고등학교 코치로 있던 백 감독도 “나의 야구를 펼쳐보고 싶었다”며 “그동안 내가 받은 혜택을 되돌려 주고 싶은 마음도 컸기에 승락했다”고 털어 놓았다.
또한 백재호 감독은 “보통 고교 야구 지도자는 학부모들의 입김에 약한 면이 있다”며 “하지만 상동고에서는 그런 것이 전혀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팀을 맡게 됐다”라고 밝혔다.
상동고 야구부는 전적으로 학교와 영월군의 지원으로 운영 된다, 당연히 감독 월급도 학교에서 지급한다.
탄광촌인 상동이기에 제대로 야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을까 걱정했지만 학교 주변에 별마로 야구장, 정선군 신동야구장, 태백시 태백야구장 3곳이나 있다. 주로 별마로 야구장에서 훈련한다.
게다가 학교에서 실내 연습장을 만들어주었다. 추운 겨울에도 야구 연습을 할 수 있다. 원래는 주민들이 게이트볼 구장으로 사용하던 곳을 양보해준 덕분이다. 조명도 있어 야간 훈련도 가능하다.
상동고는 현재 15명의 선수로 팀을 꾸렸다. 모두 1학년생으로 서울이나 인천, 경기, 충청도 등지에서 중학교때까지 야구를 한 선수들이다. 투수가 5명 정도 있고 포지션별로 한 두명의 선수들로 팀을 구성했다.
상동고는 올해 열리는 봉황기 대회에 첫 참가를 노렸지만 훈련부족으로 인해 포기하고 내년 주말리그부터 정식 데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강원고, 강릉고, 원주고, 설악고 등 4개 학교가 참가하고 있다.
백재호 감독은 “선수들이 야구에 대한 꿈을 다시 펼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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