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도 7가지 유형…‘이혼 중년 남성’이 행복감 가장 낮아

곽노필 2023. 8. 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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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미래연구원, 1인가구 행복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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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인구 흐름에서 저출산, 고령화와 함께 주목해야 하는 것이 1인가구의 급증세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더욱 심화될 현상이라는 점에서도 마찬가지다.

핵가족 시대가 시작된 지 불과 수십년만에 1인가구는 이제 한국의 대표 가구 유형이 됐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2년 인구주택통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1인가구 수는 750만가구를 넘어섰다. 전체 가구 2238만3천가구의 34.5%다. 3가구 중 1가구가 1인 가구다.

1970년 3.7%에서 가파르게 증가해 반세기만에 비중이 10배 가까이 커졌다. 통계청은 2030년 35.6%, 2050년 39.6%로 증가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반면 4인 이상 가구는 모두 합쳐 봤자 17.6%로 1인가구의 절반이다. 반세기전 80%를 육박하던 때와 비교하면 말 그대로 세상이 통째로 바뀐 것과 다름없을 정도의 변화다.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활발해지고 비혼과 만혼이 늘어난 점, 이혼과 별거 등으로 독신자가 늘어난 점,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배우자 사망 이후 독거 기간이 늘어난 점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따라서 같은 1인가구라 하더라도 인구학적, 사회경제적 특성과 삶의 만족도나 행복감에서는 큰 차이가 난다.

한국의 1인가구를 특성별로 유형화해 각 집단의 행복감과 삶의 만족도를 비교분석한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국회미래연구원의 민보경 삶의질그룹장은 ‘2022년 한국인의 행복 조사’ 자료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1인가구는 7개 군집으로 나눌 수 있으며, 이 가운데 전반적 행복감이 가장 낮은 1인 가구 집단은 이혼한 중년 남성들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이어 사별한 노년 남성, 이혼한 중년 여성 차례였다.

또 1인 가구의 전반적인 행복감은 한국인 평균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1인가구 중 행복감이 가장 높은 젊은 미혼 여성(6그룹)도 6.43점으로 평균치(6.46점)에 약간 못미쳤다. 행복감이 가장 낮은 중년 이혼 남성 그룹의 점수는 5.43점이었다.

7개 그룹으로 나눠 본 1인 가구의 행복감

민 그룹장은 우선 나이, 성별, 혼인 상태, 소득 등을 기준으로 1인가구를 7개 유형으로 나눴다.

제1그룹은 사별한 노년 여성들이다. 이들은 소득이 가장 낮은 수준으로 건강 만족도와 공동체 소속감 만족도 낮았다.

제2그룹은 기러기형 중년 남녀들이다. 중년을 맞은 기혼 및 별거자들로 구성된 이 집단은 소득은 약간 높은 편이지만 분포에선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제3그룹은 중년 이혼 여성들이다. 이들은 공동체 소속감 만족도가 가장 낮으며 생활수준 만족도, 안전감 만족도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은 1인 가구 평균 수준이다.

제4그룹은 사별한 노년 남성들이다. 이들은 소득과 전반적 행복감, 건강 만족도가 모두 낮았다. 사회적 관계가 취약한 것이 두드러진다.

제5그룹은 미혼의 젊은 남성들이다. 이들은 소득이 비교적 높은 편이며 대부분의 생활영역에서 만족도와 행복감도 상대적으로 높다.

제6그룹은 미혼의 젊은 여성들이다. 이들은 소득이 비교적 높으며 7개 그룹 중 행복감이 전체적으로 가장 높았다. 사회적 관계도 양호한 편이다.

제7그룹은 중년의 이혼 남성들이다. 이들은 소득은 높은 수준이나 대인관계, 안전감, 생활수준 만족도 등 전반적인 행복감이 가장 낮았다.

1인가구 중 행복감이 가장 높은 젊은 미혼 여성들도 한국인 평균치에는 못미쳤다. 게티이미지뱅크

5명 중 1명 “아플 때 도움 줄 사람 없다”

점차 큰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1인가구의 사회적 고립 문제에 얼마나 노출돼 있을까?

민 그룹장은 한국인의 행복조사 문항 중 ‘갑자기 큰 돈이 필요한 경우 돈을 빌릴 수 있는 사 람’, ‘몸이 아파서 거동하기 어려울 때 도와줄 수 있는 사람’, ‘우울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을 변수로 이들의 사회적 고립 정도를 평가했다.

그 결과 사별한 노년 남성(4그룹)과 이혼한 중년 남성(7그룹)의 사회적 고립 정도가 가장 높았으며 미혼 젊은 여성(6그룹)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년 사별 남성(4그룹)은 우울하거나 스트레스 받을 때 이야기할 사람이 없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들의 정서적 건강이 매우 취약한 상태에 있음을 뜻한다.

행복감이 가장 낮은 그룹인 중년 이혼 남성(7그룹)은 아플 때 도움 줄 사람이 없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비율이 21.1%로 5명 중 1명꼴이었다.

출처=국회미래연구원 ‘1인가구 유형 분석과 행복 제고를 위한 시사점’(민보경)

복지 사각지대 ‘중년 1인가구’ 관심 필요

민 그룹장은 “대부분의 복지 정책과 1인가구 정책 대상이 청년, 노인, 여성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므로 사각지대에 있는 중년층에 대한 사회적 지원책이 필요하다”며 “특히 이혼, 사별로 인해 혼자 사는 중년, 노년 남성 그룹은 사회적 관계가 취약한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1인가구 증가로 과거 가족이 수행했던 많은 기능이 지역사회와 국가의 역할로 대체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국회미래연구원이 지난해 전국 7698가구 1만7045명을 대상으로 면접 조사한 2022년 한국인의 행복조사 자료 중 1인가구 표본 1428명을 선정해 분석한 것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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