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빛수원] 올 여름 지친 심신을 위로하는 ‘수원의 밤’
숨통을 조이는 한낮 폭염부터, 잠 못 이루게 하는 한밤 열대야까지…그야말로 ‘역대급 여름’이다. 각종 주의보와 경보가 잇따르면서 휴대전화마저 쉼이 없을 정도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위로 삼아 하루하루를 꾸역꾸역 견뎌보지만,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심신을 어루만져줄 결정적인 한방이 없다. 그러나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는 진리에 가까운 명언이 있다. 누구보다도 수원시민이 실천할 수 있는 말이다. 올 여름을 짜증 대신 추억으로 가득 채워 줄 ‘수원의 밤’에 당신을 초대한다.
■ ‘2023 수원 문화재 야행’ 팔색(八色) 매력에 풍덩
세계유산 수원화성을 품은 팔달구 행궁동 일원은 11~13일 저녁 불야성을 이룬다. 3일간 오후 6시부터 밤 11시까지 야간형 역사문화 프로그램 ‘기억의 문이 열리는, 수원 문화재 야행(夜行)’이 열려 골목마다 즐거움이 가득하다. 문화재와 함께하는 여름밤 추억을 만들 수 있는 1년에 한 번뿐인 기회다.
올해로 7회를 맞는 수원 문화재 야행의 주제는 ‘기억’이다. 수원화성 축조부터 근현대까지 이어지는 수원의 역사, 그 안에 살던 이웃과 터전 등의 이야기를 8색 매력으로 풀어낸다. ▲야경 ▲야로 ▲야사 ▲야화 ▲야설 ▲야시 ▲야식 ▲야숙 등 8야(夜) 프로그램이 구성돼 취향에 맞춰 골라 즐길 수 있다.
먼저 밤에 비춰보는 문화재 ‘야경(夜景)’은 문화재와 문화시설을 야간에 관람하는 내용이다. 화성행궁(오후 9시 입장 마감)과 수원시립미술관, 수원화성박물관, 열린문화공간 후소, 행궁길갤러리, 수원종로교회 역사관, 북수동성당 뽈리화랑, 한옥기술전시관, 수원전통문화관, 팔달문화센터 등 9개 문화시설이 밤늦게까지 연장 운영된다.
밤에 걷는 거리 ‘야로(夜路)’는 미션 투어 프로그램 ‘야행몬을 잡아라!’가 핵심이다. 수원청개구리 등 멸종위기 동식물을 캐릭터로 만든 야행몬으로부터 받은 간단한 미션을 수행한 뒤 탈부착 스티커를 모아 도감을 완성하면 소정의 기념품을 증정한다.
밤에 보는 그림 ‘야화(夜畵)’는 수원의 역사와 정체성을 중심으로 한 대표 프로그램이다. 1796년 수원화성 완공 이후 흘러온 227년의 기억을 미디어작품, 조형물, 기록전시 등 9가지 작품으로 담아냈다. 특히 수원시립미술관 외부 거대한 유리 벽면을 스크린으로 활용하는 조명파사드 ‘정조의 꿈’은 반차도와 무예24기 등의 화려함을 보여주고, 정조테마공연장 마당에서 연출되는 레이저아트 ‘새빛 야행, 하늘에 물들다’는 희망의 빛 오로라를 통해 색다른 밤 분위기를 선물한다.
야행 기간 동안 행궁동 곳곳은 밤에 감상하는 공연 ‘야설(夜設)’의 무대가 된다. 수원지역 대학 동아리 학생들의 모던 록과 재즈, 대금·해금·가야금 등 자주 접하지 못했던 우리 전통악기 연주자의 버스킹, 미술관 실내에서 듣는 수원시립교향악단과 합창단의 무료 공연 등이 귀를 즐겁게 해준다.
밤에 듣는 역사이야기 ‘야사(夜史)’는 전문가와 함께하는 토크살롱 형식의 ‘일상의 기억, 책가도’가 있다. 정조대왕과 수원화성, 정조시대의 무예, 행궁동을 배경으로 한 영화 등을 주제로 전문가들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밤에 즐기는 장시 ‘야시(夜市)’는 수원의 시민들이 만든 마켓에서 다양한 물품을 구경하고 구매할 수 있다. 행궁동 주민들이 중심이 된 ‘행궁마켓’, 로컬 문화 콘텐츠를 판매하는 ‘수문장&마켓여유’, 행리단길 지역 작가들이 모인 ‘행궁동 작가단’ 등이 곳곳에서 작품 판매 및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밤에 먹는 음식 ‘야식(夜食)’도 즐길 수 있다. 화성행궁 맛촌거리, 생태교통마을, 남문로데오거리, 통닭거리 등의 식당 중 다수가 야행에 참여해 연장 운영한다. 수원전통문화관에서는 전통주 및 궁중음식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수원의 문화재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야숙(夜宿)’도 가능하다. 대한불교조계종 수원사의 행복명상 템플스테이와 수원시 숙박업소를 이용한 내역을 보여주면 화성행궁 광장 티켓부스에서 입장권을 받을 수 있다.
공식적인 개막 점등식은 11일 오후 8시 행궁광장에서 진행되며, 행사기간 중 행궁로 공방거리와 생태교통마을 일대는 차량 통행이 제한된다.
■ 열대야 잊는 ‘2023 수원발레축제’ 아름다운 춤사위
18~20일에는 팔달구 인계동에 있는 수원제1야외음악당에서 한여름 밤의 꿈같은 발레축제를 즐길 수 있다. 올해로 9회째를 맞는 2023 수원발레축제는 수원의 여름을 장식하는 대표적인 공연예술제로, 국내 최정상급 발레단들의 수준 높은 레퍼토리를 가까이 감상하는 기회다.
유니버설발레단, 서울발레시어터, 이원국발레단, 와이즈발레단, SEO발레단, 김옥련발레단, 정형일발레크리에이티브, 윤별발레컴퍼니, K-ARTS발레단 등이 3일간의 메인 공연에 참여한다. 매일 오후 8시부터 1시간30분 동안 6~7개의 작품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첫날인 18일은 ‘클래식&모던’, 19일은 ‘발레 마스터피스’, 20일은 ‘발레 갈라스페셜’을 주제로 작품이 구성된다. 매번 다른 발레단이 다른 레퍼토리를 선보이며 다채로운 발레의 매력을 보여주는 만큼 매일 방문해도 좋다.
직접 체험도 가능하다. 행사장인 수원제1야외음악당 분수광장에서는 대한민국 대표 발레리나의 사인 토슈즈 전시회가 열린다. 또 발레의상 입어보기와 토슈즈 신기 체험, 움직이는 발레조각전, 발레요정 등의 부대행사가 마련된다. 메인공연 시작 전에는 관객들이 함께 발레의 기본 움직임을 토대로 한 ‘발롱체조’ 배우기에 도전하며 재미를 더한다.
이와 함께 12~14일 발레 마스터를 초청해 발레 전공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마스터 클래스’, 12~16일 취미로 발레를 배우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수업을 제공하는 ‘발레체험교실’, 17일 학생과 일반부 자유참가작 공연으로 꾸며지는 ‘전야제’ 등으로 더 많은 시민들이 발레를 접할 수 있도록 풍성함을 더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지친 시민들이 여름밤을 색다르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며 “즐겁고 안전하게 수원 문화재 야행과 발레축제를 즐겨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기현 기자 fact@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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